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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11.23] 문재인 안철수 누가 잘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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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128회 작성일 2012-11-2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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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TV 토론은 과연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대한민국 대통령을 하겠다는 후보의 그릇 크기, 사고방식을 이제라도 읽을 기회였기 때문이다. 문재인은 권력욕이 무르다는 통설을 뒤집는 데 성공했다. 안철수는 답변 중 자주 서류를 뒤적거려 그동안 CEO, 후보 등 윗전 노릇만 하고 제대로 반대토론을 해보지 않은 것 같았다. 국민들은 두 사람을 미국 대선 후보와 비교해보기도 했을 터다. 둘 중 한 사람은 이르면 금주 내에 뒷전으로 물러나겠지만.



역시 핵심은 경제였다. 이에 대한 해법은 다음달 초 박근혜 후보와도 단일 후보가 겨룰 몇 차례 토론에서 승부처가 될 핵심 분야다.



경제위기가 왜 상시화되느냐는 안철수의 물음에 문재인은 \"성장 위주의 전략이 안맞기 때문\"이라 했는데 이는 설명변수의 10분의 1도 안된다. 성장률이 올라가도 일자리가 생기지 않은 까닭에 기술발전, 글로벌화 등의 설명변수를 빠트렸다.



안철수는 \"차기 정부는 초반부터 위기가동팀을 운용해야 할 것\"이라 하자 문재인도 \"가계부채 해결을 위해 부동산 연착륙을 유도하겠다\"며 위기임을 인정했다. 두 사람은 일자리 창출의 시급성은 언급하면서도 해결책에 대한 정면 대결은 피해갔다. 청년실업으로 고통받는 2030세대가 두 후보를 메시아적으로 바라봤다면 이 대목에서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 실업률 그래프는 놀랍게도 성장률과 상하고저의 궤적이 일치한다.



그런데도 두 사람이 한 번도 `성장`이란 단어를 입에 담지 않은 것은 놀랍다. 존 버튼 전 아일랜드 총리의 \"금융위기가 유로화 위기를 촉발한 게 아니라 복지가 문제였다. 구조개혁을 미룬 저성장이 화근\"이라는 류의 해석을 공부하지 않은 것 같다.



경제민주화 주제를 만나자 두 사람은 신명이 났다. 순환출자 고리 끊기, 계열분리명령제, 출자총액제한 같은 주제를 놓고 각론 분야에 시간을 허비했다. 문재인이 계열분리명령제는 한 세기 동안 두 건밖에 없을 정도로 의미없는 것이라고 하자 안철수는 \"삼성전자가 빵가게를 한다면 안된다는 것\"이라 한 말에 웃는 시청자가 많았을 것이다.(한 세기 동안 록펠러, AT&T의 두 회사가 기업분할 명령을 받은 적이 있는데 계열분리는 이와 전혀 다른 것으로 두 사람 다 착각한 듯)



순환출자 기존분을 그대로 둘 것인가에 대해 문재인은 현재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저성장, 일자리 창출의 어려움, 그로 인한 양극화, 이 모든 문제가 재벌 관행 때문이며 그것만 개혁하면 된다는 생각을 말했다.



이것은 말이 안된다. 재벌 관행을 고치는 것은 하나의 시스템 개혁일 뿐 그런다고 일자리가 생기는 것도, 성장이 올라갈 턱도 없다. 출자총액제한, 순환출자 고리끊기를 하면 반대로 투자 감소→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나쁜 관행은 고쳐야 하지만 후폭풍도 감수해야 한다.



한국 경제의 위기가 어디서 왔으며 어떤 해법으로 풀어야 하는지 두 사람은 답(答)을 주지 못했다. 독일(2003년), 스웨덴의 개혁(1990년대)에서 본질을 찾아야 한다. 노동개혁과 정부 지출구조 개혁이다. 슈뢰더는 개혁을 한 지 2년 후 정권을 잃었다. 그것은 인기 없고 고통스런 과정이다. 프랑스는 개혁을 미뤄 망해가고 있다. 한국의 대기업도 임금경쟁력이 있으면 모조리 공장을 해외로 들고 나가지는 않을 것이다. 스웨덴의 살트세바덴협약 같은 게 한국에 필요하다. 현대차의 국내 공장은 미국 앨라배마보다 생산성은 30% 낮고 임금은 30% 비싸다고 아무리 외쳐봐야 아무도 듣지 않는다. 국내 한 외국계은행의 대표는 평균임금 수준이 대만보다 100% 높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두 후보는 신주단지 모시듯 했다. 기재부를 기재위라 하는 가벼운 실수나 차기에 매우 중요한 증세 문제를 피해나간 것도 허전함을 남겼다. 그러나 대통령 후보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TV 토론은 많을수록 좋다.



[김세형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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