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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영 칼럼/11.17] 새 정권의 5년 경제, 큰 기대 갖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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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901회 작성일 2012-11-19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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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바닥의 경기 흐름을 놓치고 정책 우선순위도 모르는 세 후보

경기가 장기 침체에 빠져버리면 재벌 개혁도 복지도 할 수 없어…

무변화 朴, 무능력 文, 무경험 安… 유산커녕 부채 더미 물려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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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유력 후보들의 핵심적인 경제 공약이 나올 만큼 다 나온 것 같다. 여기에 몇 가지 더 추가된다고 한들 큰 골격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캠프에 참여하는 경제 분야 인물들도 거의 다 등장했다. 지금까지 나온 공약과 인적(人的) 자산, 그리고 후보 본인과 캠프 핵심 인사들의 발언을 토대로 다음 5년의 경제정책을 더듬어봐야 할 때다.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발언 중 지난 한 달 사이 변화가 있다면 경기 흐름을 챙기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 경제가 불황에 빠졌다는 현실을 이제야 인정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1년 전부터 경기 추세가 심상치 않다고 경고했다. 아무리 둔한 사람도 6개월 전부터는 조짐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끼던 터다. 단골 식당 주인들이 한숨 쉬는 모습을 보았고 택시 기사들의 불평도 높아진 지 오래됐다.



대통령 후보들이 뒤늦게 경기 흐름을 걱정한다는 것은 길거리 경기를 최소한 6개월 이상 모르고 있었거나 그런 말을 듣고도 묵살했다는 말이다. 그동안 몰랐든 묵살했든 상관없다. 그들 중 한 사람이 대통령이 됐을 때는 시장 바닥의 경기 흐름을 놓칠 것이라는 불안감을 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수출업계의 아우성에 귀를 막다가 1차 외환 위기를 불러들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세계경제와 우리 경제가 동시에 하강 국면으로 가는 것을 묵살하고 4대강 토목 사업을 벌이며 고성장 정책을 밀고 가다 온 나라를 2차 외환 위기의 늪에 빠뜨렸다.



세 후보의 또 다른 공통점은 정책의 우선순위를 모른다는 것이다. 다음 정권은 재벌 개혁도 해야 하고 복지도 늘려야 하겠지만, 경기가 장기 침체에 빠지면 그중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대기업이 경영난에 허덕이면 순환 출자를 해소하는 일도, 청년 고용을 늘리는 일도 옴짝달싹할 수 없다. 새 정권이 개혁을 강요한들 재벌 기업 쪽에서 받아들일 수 없으면 성사될 수 없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 재정 수입이 줄어 국민에게 약속한 복지정책도 감당할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벌써 무상 급식·무상 보육을 못하겠다고 나자빠지지 않는가.



전두환 전 대통령이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30대 재벌의 담합 행위 등을 집중 감시하기 시작했을 때는 우리 경제가 사상 처음으로 연속 무역 흑자를 내고 3년 장기 호황 국면에 접어들던 무렵이었다. 기업 형편이 넉넉해진 것을 확인하고서 대기업을 옥죄는 정책을 도입한 것이다. 세 후보가 호황 때 할 일과 불황 때 할 일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정책의 우선순위를 매기는 솜씨가 군사정권에도 뒤처진다고 할 수 있다.



후보들 스스로가 국가 경제에 대한 당찬 철학을 갖고 있다면 그보다 더 반가운 일은 없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조국 근대화\'라는 국정 목표 아래 국민을 통합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 후 1년 이상 나라를 외환 위기의 늪에서 구해야 한다는 임무에 골몰했다. 그런 큰 목표가 있었기에 경제를 바닥에서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세 후보 모두가 배 아픈 사람, 뒤처진 사람, 칭얼대는 사람을 달래는 데 정성을 쏟을 뿐 나라 경제를 앞으로 끌고 갈 큰 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집권 기간의 경제성장 목표조차 내놓지 않는 것도 해괴한 일이다. 저성장 시대에 맞춰 경제의 실속을 다지는 전략도 없이 어떻게 일자리를 수백만개 만들고, 그 많은 복지정책을 실행하겠다는 건가.



각 후보의 경제 진용(陣容)도 대충 족보가 정리됐다. 경제 민주화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 정리되는 과정을 보면 박근혜 후보 쪽은 고성장 시대에 세뇌 교육을 받은 인사들이 장악하고 있는 듯하다. 그들은 수출기업·대기업·제조업을 중시하는 정책을 지속하는 것으로 노선을 분명히 정했다. 집권 후 경제정책의 흐름은 \'무변화(無變化)\'로 요약된다. 문재인 후보 쪽은 노무현 정권 때의 얼굴들이 주축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당시 \'등 따습게 살아온 자\'들을 증오하며 갈등을 부채질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던 \'무능력(無能力)\' 인사들이다. 안철수 캠프는 경제정책 결정과 실행에 그다지 참여해본 적이 \'무경험(無經驗)\' 인물들이 신문 지면과 TV 화면에 자주 등장한다. \'무능력\'과 \'무경험\'이 단일화한들 파격적인 히트 상품이 나올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 경제는 새로운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고도성장 시대에 벌어놓은 유산을 계속 탕진하면서 가야 할 국면에 돌입했다. 이대로 가면 유산은커녕 부채 더미를 다음 세대에 떠넘길 것이다. 무변화·무능력·무경험 중 어느 한쪽에 나라 경제의 운전대를 맡겨야 할 우리 국민의 처지가 애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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