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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10.17] 요즘 한국의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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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886회 작성일 2012-10-1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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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포린폴리시 11월호는 한국을 전 세계에서 금융위기를 훌륭히 극복해낸 7개국 중 으뜸이라고 소개했다. 반대로 거의 매일 IMF 관리에 들어갈 것 같다는 나라들의 명단도 외국 신문에 뜬다. 브라질, 인도, 베트남, 이런 나라들이 망가지는 중이며 외국자본이 이탈한다는 보도들이 장식한다. 최근 수년간 하늘 높이 뜀뛰기하던 국가들이다. 이들 나라를 카테고리 지워 신흥국가로 부른다. 이들 신흥국은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세계 경제성장률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며 격찬을 받아왔다. 한국의 수출실적은 신흥국에 73% 이상 몰려 있다. 왜 한국만이 위기에서 가장 빨리 벗어나 우등생으로 평가받고 신용등급이 올라갔는지 알겠는가. 그 비결은 신흥국의 등에 올라탄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등이 꺼져내리고 있다. 신흥국들이 쑥대밭이 되고 있고 특히 골드만삭스의 짐 오닐을 작명가로 출세시킨 브릭스(BRICs) 개념은 무너져내린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특필했다. 한국의 수출 전선에 갑자기 8월 이후 먹구름이 낀 까닭은 바로 그거다. 수출은 한국 경제성장률의 51%를 담당한다. 수출이 떨어지니 성장률 전망치가 3.7%이던 것이 3.5%, 3%에서 이제 2.4%까지(한국은행) 추락, 또 추락이다.



신용등급 상향! 그 금메달은 과연 승자의 축배일까. 신용등급이 올랐다니 국제자금이 몰려들어 한국의 채권, 주식을 거침없이 사들여 간다. 수조 원이 순식간에 들어오고 달러 환율은 1100원 선이 위태롭다. 투자의 귀재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불후의 명언을 남겼다. 주인과 함께 산책 나간 개는 반드시 함께 집에 돌아온다고.



신나는 개처럼 지금 채권 주식값이 올라가지만 집에 들어갈 진실의 순간은 꼭 온다. 외화자금이 한바탕 해먹고 썰물처럼 빠져나갈까 봐 과천청사 관료들의 입에서도 \"신용등급 올라가는 게 반갑지 않아\"라는 푸념이 나오는 것이다.



수출이 가뭄이 들면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기지는 내수뿐이다. 소득 2만달러 돌파 당시 주요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서비스산업 의존도는 미국 61.3%, 영국 60.7%, 독일 60.4%, 일본 59.3% 등 대개 60% 전후였는데 유독 한국만 51.2%로 기형적으로 낮다. 어떤 대통령들, 장관들도 최근 20여 년간 이 숙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왜? 정치와 철밥통들의 생떼 때문이다. 서비스 51%로는 청년들 밥 굶기기에 딱 알맞다.



한국이 처한 위치에서 이상은 약과다. 가장 무서운 것은 부동산 하락 위험 폭탄을 장착한 가계부채다. 부동산 추가 하락 뇌관을 제거하지 못하면 한국 경제는 리먼 사태 때처럼 붕괴해버릴 게 확실하다. 중국도 스페인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미국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버블은 인간 탐욕의 부피였다. 최근 정부는 취득세, 양도세 면제 등 당근 정책을 쓰자 약간의 온기가 돌기는 한다. 그것은 경제붕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이다. 시장논리 운운하며 어쭙잖게 반대논리를 펴는 것은 \"난 무식쟁이\"라고 고백하는 격이다.



유럽은 여전히 고장 난 열차이며 글로벌 경제권은 미국의 미약한 온기에 간신히 냉동 상태를 면하는 정도다. 향후 4~5년간은 이런 빙하기가 걷히지 않을 것 같다는 게 중론이다. 더 기분 나쁠 수 있는 것은 2~3년 죽도록 고생하다 보니 한국 신용등급을 다시 낮추겠다는 통보를 받는 일이다. 괜히 청룡열차 탔다가 고꾸라지는 기분일 테다.



지난주 서울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에서 맬컴 글래드웰은 `하이브리드(hybrid)`를 부각시켰다. 그의 생김새나 목소리는 괴상하고 콘텐츠는 온통 배합물이지만 청중을 끌어들인다. 승부처에서 이기려면 1, 2등에게 장점을 훔치면 당신, 언더독(underdog)도 이길 수 있다는 거다. 일본은 순혈주의를 고집한 나머지 자유무역협정(FTA) 하나도 체결하지 못 하는 나라다. 그래서 고꾸라져 가고 있다. `곽승준 강원택 미래토크`를 보면 다행히 국내 학자들도 하이브리드 신인류의 중요성을 간파했다.



[김세형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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