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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영 칼럼/8.25] 한국 경제의 '정치 지도자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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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528회 작성일 2012-08-27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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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에 \'선진국 진입 선언\'… 그럼 소름 끼치는 불황은 뭔가

盧·MB, 성장 정체 이유를 몰라 외형 키우는 걸 성장으로 착각

앞으로 5년 나라 이끌 지도자는 성장의 새 날개 달아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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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_img_caption.jpg\" 송희영 논설주간



이명박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저는 지난 2008년 취임사에서 대한민국 선진화 원년\'을 선언했다\"면서 \"오늘 67회 광복절을 맞아 우리 대한민국이 당당히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음을 확인한다\"고 했다. 이 발언은 한일 마찰의 먼지 속에 묻혀버렸다. 하지만 그는 자기 재임 기간 중에 한국이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인증서를 자기 손으로 발급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 대통령은 선진국에 진입한 증거로 \'일자리가 2008년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나라는 우리나라와 독일뿐\'이라고 했고, 국가 신용등급이 두 단계 오른 것을 꼽았다. G20 정상회의·세계핵안보정상회의 같은 이벤트를 개최한 공적(功績)도 보탰다.



국민 다수는 과연 선진국 시민이 됐다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 올림픽 5위 분위기에 취해 서 있어야 할 자리를 착각했던 것은 아닐까. 일부 언론이 이 소식을 전하긴 했지만 대개는 선진국 진입이라는 중대 선언을 무시하고 지나갔다. 어쩌면 올여름 우리가 들은 정치 농담 중 가장 진한 한 컷쯤으로 여겼는지 모른다.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 이전보다 GDP(국내총생산)가 10% 이상 성장했다고 자랑한다. 위기에서 제일 먼저 탈출한 모범 국가라고 한다. 그렇다면 요즘 다시 맛보는 소름 끼치는 불황은 뭐란 말인가. 어떤 사람은 \'5000만명 중 몇 명이나 선진국 시민권을 얻었을까\'하고 물을 것이고, \'그럼 난 다른 나라 국민이란 건가, 아니면 같은 나라에서 나만 후진국 국적으로 살라는 건가\'하고 반문하는 국민도 있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는 재임 중 매년 7% 성장을 약속했었다. 두 지도자의 공약이 지켜졌다면 우리 경제는 10년 사이 거의 두 배 가까이 커지고, 1인당 국민소득도 4만달러 언저리로 올라갔을 것이다. 개인의 부(富)가 그리스·이탈리아, 그리고 영국까지 훌쩍 뛰어넘어 지금은 독일·캐나다와 나란히 달리고 있을 시점이다. 웬만한 중산층은 \'이번엔 동남아에서 별점 3개짜리 맛집만 돌다 오겠다\'고 비행기에 오르고, 내년 여름휴가는 요트 위에서 1개월을 보낼 계획을 갖고 있어야 맞는다.



그러나 두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왜 성장의 벽에 부닥쳤는지 몰랐고, 어떻게 그 벽을 돌파해야 할지는 더더욱 몰랐다. 어느 대통령은 지방경제가 발전하면 나라 전체가 좋아진다는 논리로 혁신도시·기업도시를 곳곳에 지정했고, 다른 대통령은 4대강 공사로 일자리 34만개가 만들어진다고 큰소리치는 발상에 머물렀다.



성장에 관한 한 두 대통령의 기본 철학은 같았다. 외형을 키우는 것을 경제성장이라고 보았다. 신도시, 도로·고속철도 같은 토목공사를 벌이면 된다는 확장주의 신념에 빠져 있었다. 수출 지상(至上)의 신앙에 따라 고환율·저금리 정책으로 수출 대기업에 혜택을 몰아주었던 것도 똑같았다. 애플의 뒤를 쫓고 도요타를 베끼면 된다는 모방형(模倣型) 발전 논리와 \'아무리 못마땅해도 번듯한 글로벌 기업이 있어야 든든하다\'는 기업관(觀)도 다를 게 없었다.



나라 경제를 성장시키는 방법은 여럿이다. 자동차 수출을 100대에서 200대로 늘려 키우는 방식이 있는가 하면, 성능 좋고 값싼 엔진을 발명해 100대를 반값에 만들어내는 방식도 있고, 1시간에 100대 조립하던 것을 45분 만에 완성하는 방식도 있다. 라스베이거스는 카지노 면적만 늘리는 성장 정책을 쓰다가 컨벤션 사업과 고급 레스토랑, 쇼핑몰, 레저 기능을 덧붙여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었다.



앞으로 5년 나라를 이끌겠다는 지도자라면 성장 방식을 바꾸겠다는 각오가 뚜렷해야 한다. 두 사람이 하던 일을 한 사람이 해치우는 식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남는 인력은 다른 일자리에 투입하겠다는 발상을 가져야 한다. 제조업에서 세계 최고를 뽐내던 일본이 20년 침체하는 동안 룩셈부르크는 금융에서 새로운 성장 엔진에 불을 붙여 1인당 소득이 10만달러가 넘는 부자 국가가 됐다.



박근혜새누리당 후보는 성장률이 아니라 고용률을 경제 정책의 핵심 지표로 삼겠다고 했다. 야당 후보들도 성장 목표나 전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앞선 두 정권의 헛공약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것 같기도 하고, 성장의 벽에 막혔다고 지레 포기하는 것 같기도 하다.



연예계에만 \'아이돌\'이 있는 건 아니다. 세계 경제가 아무리 침체해도 \'아이돌 국가\'는 늘상 등장했다. 한때 한국·대만·싱가포르·홍콩(NIES)이 아이돌이었고, 아이돌 국가의 계보(系譜)는 브릭스를 거쳐 호주·인도네시아로 이어지고 있다. 성장의 새 길을 뚫지 못하는 지도자나 아예 성장을 포기한 지도자 모두 나라 경제에는 위험한 인자(因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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