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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칼럼/8.10] 안철수의 어색한 따라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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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339회 작성일 2012-08-1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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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리더십 상품이다. 경제·사회 위기 때 판매량은 급증한다. 그는 대공황과 전쟁의 위기에 맞섰다. 그리고 성공했다. 루스벨트 리더십은 드라마다. 완성도는 탁월하다. 개혁과 변화, 용기와 도전, 소통과 설득의 장면이 펼쳐진다. 지도력의 핵심 덕목들이다. 미국의 ‘위대한 대통령’ 순번에서 그는 최상위다.



 그의 리더십 벤치마킹은 반복적인 유행이다. 한국도 비슷하다. 대통령 초기 김대중은 유사점을 들었다. 대공황과 IMF외환위기, 후천성 다리 장애, 숙달된 대중 연설을 열거했다. ‘이명박(MB) 대통령 라디오 연설’도 모방이다. 루스벨트의 노변정담 따라 하기다.



 서울대 교수 안철수도 루스벨트를 롤 모델로 삼았다. “루스벨트는 대공황의 위기와 2차 대전이라는 엄청난 위기 상황 속에서 뉴딜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 경제를 재건했고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죠.”(『안철수의 생각』)



 안철수의 답변은 평범하다. 교과서식 답안 같다. 하지만 결정적 대목은 사실과 다르다. ‘뉴딜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 경제를 재건··’ 부분이다.



 대공황은 미국을 고통과 절망에 빠뜨렸다. 루스벨트는 위기 극복의 의지와 희망을 국민들에게 심었다. 하지만 뉴딜(New Deal)은 대공황을 퇴치하지 못했다. 경제 재건의 최종 해결사는 전쟁(2차 대전 참전)이었다. 군수산업 특수(特需)가 불황과 실업 문제를 퇴치했다.



 뉴딜의 이미지와 실제는 다르다. 안철수의 말은 틀린 것이다. 루스벨트에 대한 안철수의 피상적 이해 수준을 드러낸다.



 ‘루스벨트 도서관 겸 박물관’은 뉴딜 리더십을 전시한다. 그곳은 뉴욕주 하이드파크(Hydepark)에 있다. 뉴욕시 맨해튼에서 자동차로 2시간(150㎞)거리. 박물관은 뉴딜의 공적과 논란을 다양한 자료·유물로 전시한다. 뉴딜 논란에 이런 구절도 있다. “전쟁 관련 수출 수요, 정부지출 증가가 미국 경제를 완전고용으로 이끌었다.” 뉴딜의 한계를 사실로 확인해준다.



 박물관은 루스벨트 지도력의 작동 요소를 보여준다. 천부적 정치 감각, 세련된 언어와 소통, 정치 타이밍 감각과 승부사 기질, 권력에 대한 이해다. 그 성공 요소들은 톱니바퀴처럼 연결돼 종합적으로 작동한다. 한 부분을 떼어내 따라 하는 것은 효과를 낼 수 없다. 그 때문에 루스벨트 벤치마킹은 힘들다.



 MB의 라디오 연설(격주 월요일 아침)은 현재 95번 했다. 하지만 MB의 라디오 연설은 기억나는 게 거의 없다. 정치와 언어의 관계에 아직도 둔감해서다. 루스벨트는 자기 언어를 개발했다. 그 말들은 미국인에게 역사의 전진에 함께한다는 소통 의식을 넣었다. 그가 채집한 언어는 대중 장악력과 중독성을 갖는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뿐이다”는 기본 사례다.



 1930년대 대공황 시대 정치는 환멸의 대상이다. 하지만 그는 정치를 우회하지 않았다. 정치가 위기 극복 수단을 갖고 있어서다. 법이 의회에서 통과돼야 정책이 시행된다. 루스벨트는 부유한 특권층 출신이다. 하지만 서민·약자의 편에 섰다. 그는 사회적 정의와 동정심을 실천하는 창구로 정치를 확장시켰다.



 루스벨트는 정치 천재다. 그는 설득과 소통의 진정한 무대가 정치임을 터득했다. 뉴딜은 국가 개조 프로그램이다. 좌파사회주의라는 논란에 시달렸다. 뉴딜 개혁은 그의 정치 9단 역량 덕분에 가능했다.



 그는 28세에 정계 입문(뉴욕주 상원의원)했다. 그는 정치판에서 거칠게 검증받아 연마했고 성장했다. 루스벨트는 준비된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검증 부분은 대통령 노무현의 생각과 유사하다. 노무현은 정치 흙탕물에서의 검증과 신뢰를 중시했다.



 안철수는 정치경험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사장이 된 후 수많은 실수를 했어요. 다만 절대로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았고 실수를 통해서 배워나갔습니다. 교수가 된 후에도 처음엔 강의를 잘 못했는데···고쳐나가서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최고 수준의 강의평가를 받는 교수가 될 수 있었죠….” 이는 ‘정치 경험이 없는데 대통령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느냐는 비판과 우려’에 대한 답변이다.



 대통령은 특별나다. 중소기업 사장, 교수와 다르다. 대통령의 실수는 결정적이다. 교수·사장의 실수와는 차원이 다르다. 대통령의 세계는 사소한 실책도 용납되지 않는다. 작은 실수도 서민들에겐 치명적이 된다. 안철수의 비유는 대통령 자리의 엄중함과 거리가 멀다. 국가 경영 리더십의 격조와 크기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루스벨트 리더십 따라 하기는 누구에게나 매력적이다. 하지만 그 벤치마킹은 루스벨트 정치에 대한 깊은 이해와 오랜 축적을 요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색하고 엉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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