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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칼럼/6.8] 안철수와 스파이더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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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046회 작성일 2012-06-08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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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는 불확실하다. 불확실성은 그의 정치적 생존 방식이다. 그의 대선 파괴력의 원천이다. 그는 그 모호함을 오랫동안 관리해왔다. 지난해 9월 서울시장 박원순을 지원할 때부터다. 안철수는 이달 하순 대선 가도로 나선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로드맵은 불투명하다. 불확실성의 장기화는 그에 대한 미스터리를 키운다. 그의 정치적 함량을 둘러싼 의문과 불안감들은 커졌다.



그의 장점은 소통이라고 한다. 새누리당 박근혜도 거기에 후한 점수를 줬다. “젊은이들과 소통, 공감 이런 걸 잘하시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평판과 선입견은 미스터리다.



휴대전화는 소통의 기본이다. 소통의 달인들은 페이스북·트위터에 열심이다. 하지만 안철수는 이런 도구를 사양한다. 휴대전화는 그에게 성가신 존재다. “휴대전화를 하면 생활이 엉망이 될 것 같다. 밤 12시까지 5분 간격으로 전화가 오는데 부탁하는 전화다. 일방향인 e-메일과 달라 상대방이 부탁하면 거절하기도 힘들다”-.



 학자로서 그의 휴대폰 거절은 이해된다. 그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다. 하지만 ‘안철수=소통’ 이미지는 실제와 미묘한 차이가 있다. 소통의 개념은 쌍방향이기 때문이다. 휴대폰은 짜증·불만을 담는다. 시간과 감정이 낭비된다. 하지만 그 소음 속에서 소통의 리더십은 단단해진다. 반면 e-메일은 온실 속 일방 소통이다.



 안철수의 e-메일은 간결하다고 한다. 법륜 스님의 이야기다. 법륜 스님은 그의 멘토로 기억된다. “안철수가 ‘만났으면 좋겠습니다’는 메일을 보내면, 내가 ‘몇 시에 봅시다’고 답신한다. 그런데 그의 회신은 ‘네’ 하는 딱 한마디다. ‘감사합니다’와 같은 그런 표현은 달지 않는다”-.



 법륜 스님은 그 언어 습관을 ‘정제’로 평가한다. 요점은 감정의 난조를 막는다. 하지만 실제와 다르다. 안철수의 언어는 다중(多重)적이다. 강연장의 주된 물음은 ‘대선에 출마할 것인가’다. 그의 답변은 늘 이런 형태다. “만약 정치를 하게 되면 저를 통해 분출된 사회 변화에 대한 열망에 어긋나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저에게 던지고 있는 과정이다”-.



 안철수의 말은 선명하지 않다. 복선적이다. 궁금한 대목은 수동태다. 그것은 리더십의 언어가 아니다. 그 언어적 감수성은 대중의 상상력을 압도하지 못한다. 그런 식의 반복은 타산적, 기회주의로 투영될 수 있다. 유권자를 피곤하게 한다. ‘안철수 현상’은 ‘안철수 피로현상’으로 바뀌고 있다.


 안철수는 친노 진영에서 우호적이다. 그러나 안철수 방식은 노무현식 지도력 판별법에선 이단이다. 노무현의 판단 기준은 정치판에서의 검증이다. 정치판은 이념, 비전, 이해관계의 갈등과 충돌 현장이다. 리더십은 그 속에서 차별화되고 연마된다.



5년 전 대선 때다. 당시 유한 킴벌리 사장 문국현을 친노 일각에서 주시했다. 하지만 노무현의 문국현 평가는 시원치 않았다. 문국현이 정치 진흙탕에서 리더십 검증을 받은 경험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안철수는 정치 진흙탕을 경계한다. 레드 카펫으로의 지름길을 구상하는 듯하다.



 종북 논쟁은 대선 이슈다. 안철수는 “인권·평화 같은 보편적인 가치가 북한에 대해 다르게 적용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문제가 건강하지 못한 이념 문제로 확산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양비(兩非)·양시(兩是) 관점에선 모범 답안이다. 그런 발언은 일단 손해를 보지 않는 듯하다. 하지만 사회적 쟁점을 피한다는 인상을 준다.



 지난달 노무현 3주기의 추모 어록이 기억난다. “정치지도자는 분명하고 단호하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 미래를 단정적으로 예측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고, 많은 국민들에게 선택의 길을 제시할 수도 없다.” 노무현은 정치를 ‘선택의 예술’이라고 했다. 김영삼은 대담한 선택과 도전을 정치 자질로 꼽았다. 김대중은 신념 어린 선택을 말했다. 그러나 안철수는 “(대선 출마는) 내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의 리더십 접근과 계산법은 역대 대통령들과 다르다.



 안철수는 영화 ‘스파이더 맨’의 대사를 꺼낸다. (중앙일보 이코노미스트 인터뷰, 2011년 4월) “With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nsibility.”(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그는 스파이더 맨 적 책임감을 갖고 있는 듯하다. 스파이더 맨은 영리하다. 안철수도 영리하다. 스파이더 맨은 계산적이지 않다. 불의에 자기희생으로 맞선다. 망가져도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안철수는 저울질하고 망설여 왔다. 대선은 6개월 남았다. 그는 자신의 불확실성을 스스로 제거해야 한다. 검증의 진정한 무대가 그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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