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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식 칼럼/2.29] 교육에선 보수가 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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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0,321회 작성일 2012-03-0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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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식 수석논설위원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 1월 30일 경기 안양시를 찾아가 학교폭력 가해 학생들을 만났다. 가해 학생 가운데 상당수는 이혼한 부모나 한부모 슬하에서 성장한 아이들이었다. 이 자리에서 한 학생은 “부모가 이혼한 뒤 새엄마에게 적응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고 털어놓았다. 이혼이 급증하면서 18세 이하 자녀가 부모 가운데 어느 한쪽과 살아가는 한부모가정이 전국적으로 159만 가구에 이른다. 이들의 빈곤율은 상대적으로 높다. 아이들이 부모 대신에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사는 조손(祖孫)가정도 늘고 있다. 2010년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조손가정의 월평균 소득은 59만7000원에 불과했다.



소외계층 자녀 누가 가르치나



소외되고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시킬 것이냐는 문제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빈곤의 대물림을 막으려면 국가 차원에서 이들에게 일반 가정보다 더 계획적이고 철저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치가들이나 교원단체들은 교육의 양극화를 떠들며 분노를 부추기는 일에나 열을 올릴 뿐 세부적인 대안에는 관심이 없다. 새 학기부터 전면 시행되는 주5일제 수업만 해도 그렇다. 일반 가정에서는 학교에 가지 않는 토요일을 사교육 등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가난한 아이들에겐 힘든 시간이 더 늘어날 뿐이다. 교육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에 대한 대책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가정환경에 따른 교육 불평등의 문제가 일찍부터 부각된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였던 제임스 콜먼은 1966년 미국 전역의 4000여 개 학교에서 62만여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학업성취도와 가정환경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결론은 가난한 학생들이 공부를 못하는 것은 가정환경 탓이 크다는 것이었다. 콜먼 교수는 이 연구를 발전시켜 또 다른 분석 결과를 1980년대에 내놓는다. 그는 가톨릭계 학교에서 빈부 격차에 따른 성적 차가 적게 나타나는 점에 주목했다. 꽉 짜인 커리큘럼과 엄한 규율 등 가톨릭계 학교들이 고수해 온 전통적인 교육방식이 성적 차를 줄이고 있음이 밝혀졌다.



한국 역시 1960, 70년대 경제발전기에 교사들의 열성적인 교육이 가난한 학생의 앞길을 열어주는 데 큰 몫을 했다. 정규 수업이 끝난 뒤 어려운 환경의 학생들을 학교에 남게 해 밤늦게까지 가르친 헌신적인 교사들이 많았다. 하지만 기존 교육을 부정하는 이른바 진보 교육의 바람이 불면서 전체적인 학교 분위기가 일변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범 이후에는 일부 교사가 스승이 아닌 근로자를 자임하면서 책임감 있는 교사들이 줄어들었다.



힘든 역할 학교가 감내해야
2010년 7월 대거 등장한 이른바 ‘진보 교육감’에게선 진보 교육의 허상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말로는 가난한 학생을 위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들을 도와주기는커녕 더 깊은 수렁에 밀어 넣고 있다. 진보 교육감들은 취임 후 강제적인 ‘방과후학교’와 자율학습, 0교시를 금지했다. 가난한 학생들을 위해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공교육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이지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차선책으로 학교가 소외된 학생들을 더 적극적으로 보살펴야 한다. 진보 교육감들의 조치는 일찍 집에 가라고 등을 떠미는 꼴이다. 교육의 포기나 다름없다.



진보 교육감들이 복장 두발 자유화, 시위 허용 같은 학생인권조례를 강행한 것도 가난한 학생들을 정말 걱정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옷 머리 등 외모에 민감한 세대에게 상당한 비용이 드는 자유화는 마음의 상처를 더 키우기 십상이다.



한국 사회에서 교육을 통한 신분 상승의 길은 아직 열려 있다. 201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에서 한국은 사회적 경제적 배경이 하위 25%에 속해 있는 학생들이 상위 25% 이내의 성적을 올리는 비율이 14%로 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프랑스(7.6%) 미국(7.2%) 독일(5.7%) 등 선진국에 비해 가난한 학생들이 학습 열의를 갖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학교와 교사들은 이런 의지를 살려줄 자세가 돼 있을까. 교원단체들이 교육의 양극화 현상을 우려하면서도 대안에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학교가 이들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빈곤 학생들을 챙기려면 교사들의 업무가 그만큼 늘어나는 ‘불편한 진실’ 때문에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은 학생 본인과 교사가 서로 고통을 감내하며 노력해야 하는 지난한 과정이다. 학생 누구에게나 교육받을 기회는 일생에 한 번밖에 없는 만큼 어설픈 이론보다는 전통적으로 검증된 교육방식이 우선돼야 한다. 따라서 교육은 보수적일 수밖에 없으며 그런 교육은 가난한 학생들에게 희망을 준다는 점에서 가장 진보적이다. 진보 교육감들이 요즘 ‘행복한 학교’를 만들겠다고 나서는 것은 얼치기 좌파 운동가의 몽상에 지나지 않는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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