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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2.9] 재벌개혁 무엇을 겨냥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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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997회 작성일 2012-02-09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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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한국이 2012년 유럽식 사민주의로 좌향좌했다고 기록할 게 틀림없다. 한국이 그리스 꼴이 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해도 정치판은 귀가 먹었다. 마치 1947년 처칠이 전쟁에 승리하고도 베버리지보고서 때문에 정권을 잃을 당시처럼 오로지 복지뿐이다.



국민도 양극화, 청년실업으로 갈등이 커져 금모으기 때의 그 눈빛이 아니다. 여기에 야당은 1대99의 공식을 내밀며 감정을 자극한다. 그 가운데에 재벌문제가 있다. 10대 그룹이 얼마나 큰돈을 벌었으며 그 혜택을 나눴는지, 세금은 걸맞게 냈는지 숫자를 들이대어 골치 아픈 대비를 만들어낸다.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것도 같은 강자(强者)인 재벌에 악재다. 유전무죄라는 개념과 연결성이다. 이런 분위기 탓에 9년형을 구형받은 총수가 집행유예를 받기 어려울 것이란 판사들의 걱정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지금 재벌개혁 요구에 대해 정치권의 트집이라는 과거의 시각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상황은 시대가 낳은 자식이다.



사실 삼성전자현대차 등은 실력으로 세계 톱 기업들을 물리친 만큼 퍽 억울할지도 모른다. MB정부의 고환율, 저금리 덕에 컸다는 말도 수긍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재벌의 관행에 대해 \"패밀리의 사적(私的) 이익으로 귀착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은 부인하기 어렵다. 재벌가 3ㆍ4세들이 골목상권 장악, 사치품 수입, 청담동 빌딩 사재기, 주식 머니게임에 열중한 것 등등. 허물이 불거지면서 보수가치의 부피는 크게 얇아졌다. 집권당도 이제 정경유착이란 손가락질을 배겨 낼 수 없고 보수가치의 바지춤을 붙들 힘도 없어진 판이다.



나라의 흥망성쇠에 아랑곳하지 않고 매일 여당이 쏟아내는 공약을 보면 보수의 깃발도 진지도 내다 버리고 내빼는 영락없는 패잔병이다.



자아, 정치권이 덤벼드는 재벌개혁 내용은? 일감 몰아주기 금지, 동반성장, 총액출자제한 등 많이 듣던 규제 외에 순환출자 금지가 새로 선보였다. 새누리당은 현행 수준 동결이고 민주통합당은 전면 금지다. 민주당은 법인세 인상(22%→25%), 재벌세 등도 선보였다. 총선에서 150~155석 이상을 거둬 바로 법 개정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순환출자 금지가 되면 16개 그룹이 해체 수준의 충격을 받을 것이다.



LGSK처럼 지주회사 설립을 마친 그룹은 해당이 없지만 당장 삼성그룹이 문제가 된다. 금산법 개정을 통해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로 거버넌스를 다시 양분시켜 이건희 회장 부자의 승계구도를 헝클어뜨리겠다는 이른바 맞춤형 재벌개혁을 벼르고 있다.



삼성을 흔드는 것은 보통 사안이 아니다. 현재 패밀리 경영실적이 나빴으면 몰라도 지배구조에 충격을 주기 위해 그런다면 상책은 아니다. 중장기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룹들 스스로도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지속 가능하지 않은 낡은 관행은 버려야 한다. 중소기업을 쥐어짜내 내 배만 불리는 건 절대로 안 통할 것이다. 굴지의 그룹 오너가 배임이나 횡령에 휩싸이는 것은 창피한 노릇이다.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이 150년 동안 계열사를 11개밖에 설립하지 않은 절제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



작년 11월 이코노미스트(Economist)는 한국의 성공비결을 특집으로 다루면서 재벌 위주 구조가 안고 있는 두 가지 위험을 경고했다. 하나는 세대교체 때마다 후손이 들어서는 데 그가 사업 재능(acumen)이 없으면 사업이 휘청하고 국가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후예의 벤처정신이 너무 없어 일부 인터넷 사업에서의 성공 외에 신사업 불모지대라는 쓴소리다. 이스라엘의 요즈마(yozma)펀드 같은 벤처자본조차 없다는 점을 비판했다. 페이스북의 저커버그 성공을 보면서 한국 젊은이들에게 벤처정신이 죽었다는 지적은 아프다. 재벌 책임이 없는 것도 아니다.



[김세형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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