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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준 칼럼/1.25] 곽노현의 불명예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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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952회 작성일 2012-01-2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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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준 주필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후보 매수 혐의에 대해 1심 재판에서 벌금 3000만 원의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반성하거나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다. 그는 오히려 “전인격적 선택이자 최상의 조치였다. 구치소에서도 자기연민이나 비탄에 빠져 지낸 적은 단 1초도 없었다”고 교육청 간부들 앞에서 말했다.



7만 원 받은 교사 징계한 매운 손



서울중앙지법 김형두 부장판사가 ‘후보 사퇴 대가’로 2억 원을 받은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는 징역 3년을 때리고 곽 교육감에게는 업무복귀가 가능한 벌금형을 매긴 이상, 곽 교육감의 복귀는 법적으로 인정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가 양심의 가책을 털끝만큼도 느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곽 교육감 측은 2억 원을 여러 사람 계좌에서 5000만 원 이하로 쪼개 인출해 현금으로만 건넸다고 한다. 절반인 1억 원의 출처는 곽 교육감이 “밝힐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며 진술을 거부해 아직도 안갯속이다. 교육자인 양측은 돈을 6번에 나눠 주고받으며 차용증과 역차용증도 서로 챙겼다고 한다. 곽 교육감이 정의(定義)한 대로 ‘선의의 긴급부조’라면 돈세탁 냄새나마 풍기지 않고 아파트 전세금 지불하듯이 심플하게 줄 수는 없었을까.



2010년 6·2 지방선거 하루 전날 곽 후보는 “서울시교육감 후보 중에 부패와 싸워본 사람은 나 말고 없다”고 기염을 토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작년 7월에는 “반부패를 위해선 윗물이 맑아야 하는데 그 점에서 나는 누구보다 자유롭다”고 강조했다. 그 말의 울림이 남아있던 8월, 후보 매수 의혹이 터졌다. 이때 곽 교육감은 기자회견문을 발표했다. “제가 어떻게 법 위반을 할 수 있겠습니까? 왜 저에게 항상 감시가 따를까요? 이른바 진보교육감이라는 이유일 겁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도 정치적인 의도가 반영된 표적수사라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겁니다.”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곽 후보는 34.3%를 득표해 33.2%의 이원희 후보에게 어렵게 이겼다. 선거과정에서 곽 후보는 같은 좌파계열인 박명기 후보를 사퇴시킨 반면, 이 후보는 같은 우파계열인 김영숙, 남승희 후보와 표를 갈라 가졌다. 김·남 두 후보의 득표율은 합쳐서 24%였다. 대가를 전제로 박 후보가 사퇴하지 않았더라도 곽 후보가 당선됐을지는 누구나 상상할 수 있다.
곽 교육감 자신은 “민주진보진영 경선에서 다섯 분이 겨뤘는데 최종적으로 저로 단일화가 이뤄졌고, 특히 박 후보와의 막판 단일화는 제가 교육감이 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작년 8월 기자회견문에서 인정했다. 그때 곽 교육감은 “후보 단일화가 저에게 절실한 목표일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곽 교육감은 2007년 대선 때 창조한국당 대변인으로 문국현 후보를 도왔는데, 당시 곽 대변인은 후보 단일화에 대해 “무조건적 단일화는 정치공학적 단순셈법 단일화일 뿐,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없다”며 반대한 기록이 있다.



독선적 진보, 師道인가 邪道인가



선거에서 경쟁자 매수 기도는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지방선거에서 기초의회 의원 후보가 상대 후보에게 ‘사퇴하면 5000만 원을 주겠다’고 의향만 밝혔는데도 징역 6개월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다. 실제로 경쟁 후보를 사퇴시켰다면 득표율 도둑질로 ‘민의(民意) 왜곡죄’가 매우 무겁다. 검찰 말대로 곽 교육감 본인도 법정이나 검찰 조사에서 ‘경제적 지원을 약속했다’고 인정했다면 지지율 매수라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아무튼 이번 곽노현 판결은 판사 잘 만나면 징역감도 벌금형으로 바꿀 수 있다는 국민적 경험 하나를 추가했다. 그저 전달책 노릇을 했던 강경선 방송통신대 교수가 2000만 원 벌금형을 받은 것은 ‘곽 교육감의 3000만 원’과 비교하면 꽤나 무겁게 느껴진다.



곽 교육감은 작년 9월 구속수감으로 직무를 정지당할 때까지 1년 2개월간 자신이 말한 대로 ‘비리 척결과 반부패 교육행정’의 선봉에서 칼을 휘둘렀다. 학교 현장의 100만 원짜리 비리도 퇴출 대상이 됐고, 7만 원을 받은 교사까지 징계됐다. 하지만 곽 교육감 자신은 대가성 있는 돈 2억 원을 미스터리 영화에 나올 듯한 방법으로 처리했지만 개선장군처럼 교육감 자리에 복귀했다. 그는 구치소에서 나오던 순간 보도진 카메라 앞에서 너무나 당당했다. 일순 그가 보였던 냉소 어린 표정은 어떤 뜻을 담고 있는지 궁금했다.



선거에서 이기려고 유권자에게 짜장면 한 그릇을 사줘도 안 된다. 이른바 ‘진보’라고 자칭하는 좌파 후보 둘 중에 하나를 ‘대가’를 전제로 사퇴시킨 것은 짜장면으로 치면 적어도 몇만 그릇은 될 것이다. 이런 부정(不正)을 부패로 인정하지 않는 인물이 서울시교육감으로 돌아왔다. 서울시교육청 관할하의 초중고에선 학생 130만 명이 자라고 있다. 이 아이들은 곽 교육감한테서 사도(師道)를 배울까, 사도(邪道)를 배울까.



배인준 주필 inj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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