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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관 칼럼/11.1] 환골탈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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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0,124회 작성일 2011-11-02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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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골탈태는 원래 선가에서 쓴 말이다. 연단법에 의해 새로운 사람이 되는 것을 말한다. 뼈를 다시 바꾸어 끼고 태를 벗어나 완전히 딴사람처럼 된다는 뜻이다. 현대에 와서는 종전의 낡고 평범한 틀을 바꾸어 새롭고 좋게 만드는 것을 말할 때 자주 쓴다. 나라나 사회, 기업과 개인이 변화와 도약의 뜻을 밝힐 때면 흔히 쓰는 말이다.



북송의 대표 시인 황정견은 박식했다. 그러나 자신의 지식을 함부로 인용하지 않았다. 대신 남의 글을 완전히 소화시켜 마치 내 것인 양 자유롭게 쓰면서 독자적인 시의 세계를 이룬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남의 글을 인용하되 새로운 글로 만드는 글짓기 작업을 도가의 용어를 빌려 환골탈태라고 했다. 남의 글을 이용하되 뜻이 살고 더 절실한 표현을 얻는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런 경지에 이르려면 먼저 옛글을 많이 찾아 읽어야 한다. 게다가 자구를 다듬는 노력을 꾸준히 하지 않으면 모방이나 표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정치권이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전멸할 수도 있다는 반성도 많이 들려 온다. 해법은 저마다 각각이지만 변해야 한다는 말에는 모두 공감한다. 젊은 층과 서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한나라당은 특히 심각하다. 청와대가 먼저 변해야 한다는 소리도 나오고 당 지도부의 면면을 바꾸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신진 인사들을 영입, 국민들의 요구를 반영한 정책을 실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어제저녁에는 홍준표 대표가 남녀 대학생 40여 명과 맥주 미팅을 했다. 여당 대표에게 학생들은 “한나라당은 부자들만 잘살게 하는 부자 정당 이미지라서 싫다”고 했다. “재보선 이후 이긴 것도 아니고 진 것도 아니라는데 승리한 것으로 위로받으려 말고 실패한 것을 돌아보라”고도 꼬집었다. 우리를 안아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환골탈태는 그러나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정치인들의 변신은 쉽지 않다. 똑똑하고 성공한 사람들이 서민의 아픔과 삶의 치열함을 제대로 이해하기엔 지금껏 살아온 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변해야 한다면 먼저 뼈와 살을 바꾸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고단한 삶의 현장에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민심 운운하는 어설픈 변화의 몸짓은 남의 글을 인용하다 표절 시비에 휘말리는 것처럼 곧바로 들통이 난다.


서영관 논설주간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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