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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안보포럼 참관기(매일경제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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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163회 작성일 2015-08-12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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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의 길을 고민하다 


                                                                                           김인수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 


지난 6월 3일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차관보가 워싱턴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 참석해 "(미중간에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남중국해 분쟁에서 한국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중국해는 말 그대로 중국 남부와 필리핀, 베트남 인근의 바다 아닌가?  `한국으로부터 수천 km 떨어진 이 바다에 대해 한국이 목소리를 내달라니 뜻밖인데'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나 금세 미국의 의도가 십분 이해가 됐다. 지난 5월 18~22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로 미국 하와이에서 열렸던 한미안보포럼 세미나에서 만났던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가들과 대화를 떠올려보면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10여 개 언론사 논설위원과 보도국, 편집국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미포럼 세미나 일정 중에 만났던 미군 태평양사령부 장성들의 브리핑에서도 그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그들이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미국은 분명히 중국을 동아시아의 최대 위협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칼 베이커 국제전략연구소(CSIS) 디렉터가 꼽은 `동아시아 안보질서 미래와 관련된 주요 변수 10개'는 모두 중국과 관련돼 있었다. 반면 북한 핵 위협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변수 축에 끼지도 못했다. 미국은 중국의 위협에 대응해 아시아에서 구축하고 있는 안보라인에 한국이 일본처럼 동참해줄 것을 강력히 원하고 있었고, 실제 그렇게 될 것으로 믿고 있었다. 러셀 차관보가 남중국해 분쟁에 한국이 목청을 높여달라고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하와이에서 만난 미국 전문가들의 태도에서 한국에 대한 섭섭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동서문화센터에서 만난 베테랑 외교 전문가는 "(아시아에서) 중국과 가장 친한 나라가 한국"이라고 했다. 일본 뿐만 아니라 싱가폴 베트남 필리핀 등 대부분의 동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으로부터 군사적 위협을 느끼고 이에 대응한 미국의 역할을 주문하는데, 한국만이 유독 중국과 밀착돼 있는 것 아니냐는 뉘앙스가 강하게 풍겼다. 


특히 한일관계는 미국이 답답해 하는 게 분명하게 보였다.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한국과 일본은 당연히 중국의  위협에 맞서 손을 잡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과거 어느 때보다 심각한 대립 관계로 치달았다는 거였다. 


미국 전문가들은 한결 같이 한일이 미래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 미래의 한복판에는 중국의 위협에 대응한 한미일 동맹이 자리잡아야 한다는 게 미국의 인식이었다. 베이커 디렉터는 "(위안부 이슈 등) 어려운 문제는 민간의 인적, 학술교류에 맡기고 양국 정부는 공통의 이익을 증진하는데 집중하자"고 제안했다. 심지어 한 전문가는 "대만은 일본의 식민지였으나 지금 대만과 일본의 관계는 매우 좋고, 필리핀 역시 미국의 식민지였으나 미국과 매우 좋은 관계"라며 "(과거 역사를 놓고 싸우는) 한국과 일본은 독특한 사례"라고까지 말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일본에 사죄를 계속 요구하는 한국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미국은 이미 중국의 위협에 대응해 태평양 사령부의 군사적 비중을 키우고 있다. 미 해군내 최강의 최정예부대를 보유한  태평양 사령부는 중국이 동아시아 바다에서 제해권을 갖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 중에서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은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무기다. 우리 일행은 운 좋게도 진주만에 정박중인 최신예 핵추진 잠수함 USS 미시시피호에 탑승할 기회를 얻었다. USS 미시시피호는 어뢰 24발, 토마호크 미사일 12기를 갖춘 공격형 잠수함이었다. 이런 강력한 해군력으로 중국의 해상 지배 시도를 막겠다는 의도를 느낄 수 있었다. 


오늘날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딜레마 상황이다. 성장하는 중국시장에서 경제적으로 이득을 보면서 미국의 도움을 받아 중국의 안보 위협에 대처해야 한다. 


그렇다고 두 나라에서 오락가락 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곤란하다. 우리 나름의 분명한 판단 기준을 갖고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그 기준 중에는 한국이 지향하는 핵심 가치인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수호'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가 동아시아에서 헤게모니를 쥐는 것은 상상 이상의 위협이 될 수 있다. 헤게모니를 쥔 국가는 자신의 가치를 인접국에 직간접적으로 강요한다는 것은 분명한 역사적 교훈이다. 이 점이야말로 공산주의 1당 체제를 유지하는 중국이 한국에 위협인 근본 이유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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