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택 칼럼] 중국 5세대 권력교체와 北 3대 세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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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379회 작성일 2015-05-27 09:07본문
중국 덩샤오핑이 설계한 10년 주기 권력교체
최고지도자감은 지방 성의 당서기 맡아 단련과 평가받아
검증과정 없는 김일성 왕조의 세습은 국가적 재앙의 뿌리
김정은은 황폐한 인성과 측근 조언그룹 부재 드러내
황호택 논설주간
중국은 공산당 일당 독재의 나라이지만 마오쩌둥 이후 최고 지도자가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으로 4번이나 바뀌었다. 이러한 권력교체의 설계도를 만든 이는 덩샤오핑이다. 마오쩌둥 치하에서 일인 장기집권과 측근 4인방의 폐해를 절실하게 체험한 그는 10년마다 최고 지도자가 바뀌는 권력교체의 틀을 만들었다. 그의 사후(死後)에도 이 틀이 그대로 지켜지는 것을 보면 정치제도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권력이 3대 세습됐다. 북한은 공산주의 국가라고 할 수도 없는 전제왕조다. 김정은은 27세에 공개적 검증 과정이나 후계자 수업도 없이 최고 권력을 승계했다. 북한과 중국의 후계자 선발 및 육성 과정을 비교해보면 김일성 왕조의 세습이야말로 모든 국가적 불행을 초래하는 뿌리임이 드러난다.
중국의 최고 지도자들은 모두 31개 성과 성급 직할시의 당서기를 거친 사람들이다. 장쩌민과 후진타오는 상하이 시장을 지냈지만 꼭 인구가 많고 큰 성이 아니라 문제가 있는 성에서 단련하고 평가받은 지도자가 발탁되기도 한다. 후진타오는 1989년 티베트자치구에서 당서기로 임명된 후 소요사태를 신속하게 진압해 덩샤오핑의 눈에 들었다.
시진핑은 푸젠 성의 성장, 저장 성과 상하이 시의 당서기를 지냈다. 특히 푸젠 성과 저장 성에서 일할 때 경제 발전에 공을 세워 중국의 경제수도인 상하이 시의 당서기가 됐고 정치적 입지를 튼튼히 했다. 중국의 지도자 재목들은 지방의 성장을 하면서도 대외 관계 경험을 쌓는다. 시진핑은 2005년 저장 성 당서기 시절에 한국을 방문해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와 처음 만나 2014년 한중 정상회담을 할 때는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가 됐다.
시진핑의 뒤를 이을 6세대 지도자로 광둥 성 당서기 후춘화, 충칭 시 당서기 쑨정차이, 루하오 헤이룽장 성 당서기가 거론된다. 후춘화와 쑨정차이는 1963년생으로 시진핑이 10년 임기를 마치는 2022년에는 59세가 된다. 시진핑도 당 총서기와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을 물려받은 것이 59세 때다. 이순(耳順)에야 비로소 최고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중국은 주석의 임기를 4, 5년 남겨놓고 후계자를 부주석에 올려 후계 구도를 명확히 한다.
권력이 수백 년 동안 세습된 왕조의 역사를 보더라도 후계자를 미리 지목해 준비시키고 세상 물정을 알 만한 나이에 권력을 물려주면 최악의 시나리오를 예방할 수 있다. 김정일은 20년 동안 아버지 밑에서 후계 수업을 했다. 이에 비해 김정은은 이복형인 김정남과 친형인 김정철이 후계자 반열에서 제외되고 김정일이 급사하면서 후계자로서 단련하고 준비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최고 지도자가 됐다. 김정일이 선군(先軍)주의 국가에서 김정은을 후계자로 키우기 위해 사병생활을 시키고 김일성종합군사학교(2년 과정)에 보낸 것이 거의 유일한 후계 수업이었다. 그러다 보니 군사훈련과 무기 실험 외에는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다.
이번에 처형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은 50년간 군 생활을 하며 후배들로부터 신뢰를 받아온 인물이어서 장성택 처형보다도 군에 준 충격이 크다고 한다. 후배 군인들이 보는 앞에서 현영철을 처형한 것은 공포심을 조장하기 위한 의도겠지만 김정은의 흉포한 인성을 확인시킴으로써 결국 자기 발등을 찍었다는 것이 북한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현영철의 처형이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 거부 등 북한에서 돌발하는 사건들을 들여다보면 김정은은 인성이 황폐해 있고 국사를 기분 내키는 대로 주무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합리적 의사결정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고 아무도 김정은을 제어할 수 없다는 데 북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황호택 논설주간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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