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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인생] 육동인 금융위원회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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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804회 작성일 2015-09-02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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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달인 기자들 쓰임새 많다 

                                                                                                                      육동인 
                                                 금융윈원회 대변인, 前 한국경제신문 뉴욕특파원․논설위원 

   

역마살 때문일까. 길지 않은 직장생활 동안 이력서 칸수만 늘어났다. 남 보기 민망할 때가 많다. 지난 1988년 한국경제신문에 입사해 20년을 기자로 일했다. 그 뒤 국회사무처 공보관과 커리어케어라는 헤드헌팅업체의 CEO를 거쳤다. 지금은 금융위원회 대변인. 물론 직업과 직업들이 매끄럽게 연결된 것만은 아니었다. 사이 사이에 나름 사연 있는 백수시절도 짧지만은 않았다. 
   

가끔 주위에서 물어올 때가 있다. “다양한 직업에서 일하는 비결이 뭐냐”고. 사실 나도 궁금했다. 이렇다 할 성과를 낸 건 없지만 그래도 이런 저런 일을 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찬찬히 생각해 보니 답이 있었다. “내가 가졌던 직업은 다양했지만 내가 했던 일을 똑 같았다”고. 


나는 기자가 글 쓰는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작가나 학자의 몫이다. 기자의 본질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취재원을 ‘만나’ 얘기를 들어야 쓸거리가 생긴다. 결국 ‘만남’을 잘 해야 좋은 기사가 나온다. 글 솜씨가 좋다고 훌륭한 기사를 쓰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좋은 기자는 ‘발로 뛰는’ 기자다. 
   

내가 가졌던 직업은 모두 ‘만남’이 업의 본질이었다. 기자 때는 취재원을 만났고, 헤드헌팅회사에 다닐 때는 직장을 찾으려는, 혹은 인재를 찾으려는 사람들을 만났다. 공보관 때나 대변인인 지금은 기자와 공무원들을 만난다. 사람들을 만나서 얻은 ‘정보’로 기사를 썼고, 비즈니스를 했으며, 정책홍보를 하고 있다. 결국 나는 늘 사람을 만나는 똑같은 일을 해왔다. 
   

사람과의 만남을 잘 하는 것이 어쩌면 소통 능력인지 모르겠다. 소통 능력은 타고난 재주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것도 훈련의 결과일 뿐이다. 부족하지만 나의 소통능력은 기자생활 동안 혹독하게 단련됐던 것 같다. 수습기자 시절부터 선배들은 다양한 취재원들과 만나 대화하는 방법을 전수해 줬다. 저녁 술자리에선 ‘누구를 어떻게 만나 취재했다’는 노하우들이 무용담처럼 흘러 다녔다. 그런 훌륭한 교육(?)의 결론은 늘 같았다. ‘상대방을 사전에 얼마나 많이 분석하고 이해했는가.’ 
   

뉴욕특파원 발령이 나서 사장실에 인사갔을 때였다. 당시 사장님은 뜬금없이 “당신은 단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고 물었다. 어떤 답을 해야 할지 머뭇거리고 있는 나에게 “(사람 만나는데) 좀 게으른 것 같다”고 따끔하게 말했다. 그 말은 특파원 생활 3년 동안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오기가 생겼는지 가급적 하루에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려고 노력했다. 특파원 기간 중 스스로 가장 마음 뿌듯하게 생각하는 일은 유대인에 대한 책을 낸 것이다. 현지에서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들은 얘기를 묶은 책이다. 내가 유대인에 관심을 갖게 되고, 또 그런 관심이 책으로 까지 이어진 것도 어쩌면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게 했던 그 사장님 덕 아닌가 싶다. 
   

재미있는 것은 세계 최강 민족으로 꼽히는 유대인의 최대 장점이 바로 소통능력이라는 점이다. 유대인은 소통 잘하는 사람을 최고의 인재로 꼽는다.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가정이나 학교에서 대화와 토론을 강조한다. 유명 앵커인 래리 킹을 비롯, 미국의 주요 방송과 신문을 주름잡는 언론인 상당수가 유대인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언론 뿐 아니다. 성공한 유대인 기업인들이 “우리 회사의 성장엔진은 직원들의 대화와 토론”이라고 자부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자신들의 소통능력에 대한 자랑이기도 하지만 어떤 조직도 경쟁력의 기본은 바로 소통이라는 점을 잘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구인 구직을 연결해주는 헤드헌팅회사 근무경험에 비춰보면 훈련받은 기자들의 소통능력을 필요로 하는 조직은 매우 많다. 언론인은 평생 한 길로 가는 것이 가장 멋지고 존경받는 삶일 게다. 하지만 언론계에서 체득한 소통능력을 다른 분야에서 펼쳐 보이는 것도 보람 있는 인생일 수 있다. 요즘 우리 사회의 큰 문제점 중 하나가 소통부재라고 한다. 훌륭한 소통 자질을 갖춘 언론인들이 다양한 분야에 진출한다면 우리 사회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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