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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황호택]쓰레기 인터넷언론 키운 공룡 포털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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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684회 작성일 2015-10-05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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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만 해도 지하철을 타면 종이신문이나 책을 들여다보는 사람이 많았다. 땅속으로 가는 지하철에 그냥 앉아 있자면 무료 하다. 지하철은 가판신문의 중요한 수요처였다. 지하철 독자를 겨냥한 무 료신문까지 생겨났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대의 본격 개막과 함께 지하철에 서 종이신문을 읽는 사람은 천연기념물이 돼 버렸다.

뉴스 소비형태가 PC와 모바일로 바뀌면서 종이신문 구독률, 열독률이 감소하고 있다.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비용이 들어가야 하지만 인터넷과 모바일에서는 수익모델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 월스 트리트저널이나 파이낸셜타임스 등 세계 유력 경제지를 빼고는 인터넷 뉴 스 유료화에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

한국에서는 대형 포털이 뉴스 시장을 지배하는 구조여서 신문사들의 어 려움이 더 커졌다. 미국에서 뉴욕타임스 기사를 읽으려면 nyt.com에 들어 가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네이버나 다음카카오에 들어가면 거의 모든 언론사의 뉴스를 읽을 수 있다.

신문사들은 포털 초기에 적은 전재료를 받고 뉴스를 공급해 줬다. 지금 은 포털의 수익이 지상파방송 3사를 합한 것보다 높은데도 전재료는 거의 옛날 그대로다.



네이버·다음, 뉴스 시장에서 슈퍼갑



2014년말 기준 문화관광체육부에 간행물로 등록된 매체는 약 1만 8,000개 에 이른다. 이 중 인터넷 언론사만 6,000여 개. 네이버, 다음과 기사 제휴를 맺 은 간행물이나 언론사는 1,000개 정도에 이른다. 이렇게 언론사가 난립하다 보니 두 포털은 뉴스의 수요·공급 시장에서 슈퍼갑이 됐다. 메이저 언론사를 제외하면 모두 포털에 목이 매여 있는 판이니 포털이 언론을 규율하는 기형 적 구조다. 우후죽순(雨後竹筍)으로 생겨나는 언론사들이 공짜로라도 기사를 올려달라고 안달하는 지금과 같은 수요·공급 구조에서는 슈퍼갑 포털이 언 론사에 높은 전재료를 쳐주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에는 양질의 뉴스, 논평과 함께 쓰레기가 함께 들어가 있다. 메르 스 사태와 중국 톈진 화학물질창고 폭발사고에서도 부정확한 정보가 SNS 를 통해 범람했다. 양질의 뉴스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회사들의 수익성이 나빠지면 쓰레기 뉴스가 창궐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건전한 여론 형성에 도 역행하고 미래세대의 교육에도 유해한 환경이다.

인터넷신문은 신문법상 취재·편집인력 3명만 확보하면 시·도에 등록할 수 있다. 그리고 기사 가운데 30% 이상만 자체 생산하면 된다. 정당한 사유 없이 1년 이상 기사발행을 중단하면 시·도가 직권으로 등록을 취소할 수 있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6,000개나 되는 인터넷 언론사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제재하는 것은 무리다. 그동안 내부적으로 제휴언론사를 심사 하던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외부기구를 만들기로 한 것은 포털이 제공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사이비언론 행위가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사회적 압력 때문일 것이다.

광고주협회에 따르면 적지 않은 언론사들이 포털에 검색되는 뉴스를 무 기로 기업들을 괴롭히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언론을 공개적으로 규제 하는 일에 나서기도 어렵다. 이런 분위기에서 두 포털이 나서 이른바 제휴 사 평가위원회를 만들어 사이비언론을 포털에서 퇴출시키는 작업에 착수 했다.



두 포털, 사이비언론 퇴출 작업 착수



현재 준비위원회에는 신문협회, 온라인신문협회, 인터넷신문협회, 방송 협회, 케이블방송협회, 언론학회, 언론단체 등 7개 기관이 들어가 있다. 준 비위원장은 심재철 언론학회 회장(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이다. 인터넷에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지금의 상황을 만든 책임의 큰 부분이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에 있는 만큼 두 포털이 스스로 제휴사에서 사이비언론을 축출 할 책임이 무겁다. 신문협회는 민간기업 포털이 해야 할 쓰레기 청소를 대 행해주는 것에 대해 아직도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언 론계의 비판을 모면하기 위해 형식적인 외부기구를 하나 만드는 것이라면 참여단체들이 체면만 구길 수 있다.

제휴평가위원회를 구성한다면 이미 포털에 입점(入店)한 언론사에 대해 서도 퇴출 심사를 해야 한다. 물론 포털로서는 제휴사를 급격하게 줄이면 소송문제 등 부담이 클 것이다. 하지만 신규 입점 언론사만 심사한다면 실 질적으로 지금의 구도와 달라지는 것이 별로 없다.

두 포털은 내년 1월 발족을 목표로 준비위를 가동하고 있다. 제휴사 평가 위의 규율 대상은 선정적이고 무책임한 기사, 사이비언론 행위, 같은 뉴스 를 반복해 올리는 어뷰징(abusing) 등이다. 법적 강제성은 없으나 평가위가 결정을 내리면 두 포털이 자율적으로 준수한다는 것이다. 7개 언론단체는 준비위에 참여하면서 제휴사 평가위가 단순 자문기구가 아니라 최종결정 권을 갖는 기구가 돼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사기업들이 하는 자율적 규제라 역시 그쪽의 의지가 중요하다. 언론사를 평가하거나 콘텐츠에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이 위원회의 소관사항도 아니다. 자칫 두 포털의 언론사 선택을 합리화시켜 주는 기구 로 전락하고 말 위험성도 있다. 언론사 간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해 가며 이 기구가 순항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외국에는 한국의 토종 포털 같은 검색엔진은 없다. 구글은 뉴스 검색을 하면 해당 언론사로 연결시켜줄 뿐이다. 한국의 기형적 언론구조를 이대로 방치해서도 안 된다. 정부나 언론단체들이 두 포털의 자율적 기구가 출범 하는 것을 보고 할 일 다 했다고 손놓고 있을 일도 아니다.



법규 위반 땐 가차없이 등록 취소해야



문화관광체육부가 8월21일 인터넷 언론사의 등록요건을 취재·편집 인 력 3명에서 5명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은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한 것도 두 포털의 쓰레기 언론 정화 노력과 맞물린 것으로 해석된다. 개정안 에 따르면 인터넷신문을 등록하려면 5명의 상시 고용을 증명할 수 있는 국 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중 한 가지 이상의 가입내용 확인서를 제출해 야 한다. 기존에 취재·편집 담당자 이름만 제출하면 등록이 가능하던 것에 서 좀 더 규제를 강화한 것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요즘같이 실업이 만성화한 시기에 5명을 모아 언론사를 차리는 것은 식 은 죽 먹기다. 당국이 인터넷 신문·방송의 운영실태를 조사해 법규 위반이 드러나면 가차 없이 등록을 취소하고 사이비 행위 전력자는 언론산업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특정 정파에 유리한 언론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무현 정부 때 메이저 언론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로 조성한 인터넷언론 환경이 오늘 같은 인터넷 폐해를 초래한 측면이 있다. 정부와 언론, 정치권이 정치적 고려를 떠나 한 국 언론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깊은 고민을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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