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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의 세상탐사/6.22] 세금 썩는 냄새가 진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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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624회 작성일 2011-06-2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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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비리 출발은 세금 낭비

워싱턴 메트로·내셔널 몰 검소

한국 지하철·공공시설 호화판

혈세 낭비에 분노의 궐기해야



htm_2011062206044010001010-001.JPG\"박보균 편집인





























세금 썩는 냄새는 독성이다. 공공 시설과 행사장에서 진동한다. 관공서 건물은 호화판 경쟁이다. 길거리는 사치스럽다. 멀쩡한 보도블록을 뜯어내는 악습은 진화했다. 사람 뜸한 보도까지 우레탄 포장이다. 지하철역은 화려하다. 비싼 대리석 깔기는 기본이다.



 문제는 돈이다. 공공 건축과 행사비에 뭉칫돈이 들어간다. 그 돈은 서민의 땀과 눈물이 담긴 혈세, 국민이 낸 세금이다. 공직자 대부분은 자기 의도대로 용처를 정해 실험하듯 세금을 퍼붓는다. 수혜자는 특정 사업자다. 이명박 대통령은 “나라가 온통 비리투성이 같다”고 말했다. 공직 비리의 출발은 세금 낭비다.



 그 호화 사치는 미국과 비교하면 실감한다. 수도 워싱턴의 랜드마크는 내셔널 몰(National Mall)이다. 링컨기념관에서 연방의사당까지의 잔디 광장(길이 4㎞, 너비 300~500m)이다. ‘나라의 앞마당’(front yard)으로 불린다. 그곳에서 한 해 3000개의 행사가 열린다. 대통령 취임식 장소다. 관광객은 매년 3000만 수준이다.



 지난 5월 말 그곳을 산책했다. 젊은 남녀 직장인들이 소프트볼에 열중이다. 가까이 가보니 잔디 관리가 엉망이다. 잡초가 무성하다. 이곳은 조깅 명소다. 잔디 옆 인도 바닥은 콘크리트다. 시민들이 딱딱하고 금 간 보도에서 열심히 뛰고 있다.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앞은 흙과 자갈을 섞은 길이다. 서울에선 흔해 빠진 우레탄은 없다.




 그곳에 함께 갔던 짐 스튜어드(51세). 그는 워싱턴과 서울을 오가며 사업을 한다. 그에게 의아함을 담아 물었다. “왜 보도에 우레탄을 안 까나. 미국의 상징 광장인데”-. “예산이 한정돼 있다. 조깅족을 위한 투자는 우선순위가 아니다. 서민 지원에 세금을 먼저 써야 한다는 명분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그는 “서울에 있을 때 양재천의 고급스런 우레탄 조깅코스에서 뛰었다. 이제는 워싱턴에선 뛰지 못하겠다. 사람이 간사하다. 무릎 상할까 걱정된다”고 말한다. 내셔널 몰은 국립공원관리국이 맡는다.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개·보수 사업을 지시했다. 예산은 2억 달러(2150억원). 하지만 연방 하원에서 몽땅 깎였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0월부터 링컨기념관 앞 리플렉팅 풀의 수리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잔디와 보도 정비는 뒤로 밀려 있다.



 내셔널 몰의 스미스소니언 역에서 지하철(Metro)을 탔다. 메트로역들의 건축 양식은 같다. 건축가 해리 위즈(Harry Weese) 작품이다. 높은 천장, 장애물 없는 공간의 독특한 건축미다. 실용성에 주안점을 두었다. 하지만 서울의 지하철역에 비하면 너무 검소하다. 승강장 불빛은 약하다. 어두워 책 읽기가 힘들다. 낡은 벽면은 콘크리트투성이라는 느낌이다. 안내판은 범벅인 한국과 다르다.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서울에 돌아와 강남구 구룡역(분당선)에서 지하철을 탔다. 역 바깥쪽 입구부터 대리석 바닥이다. 편의시설인 둥근 탁자 위에는 유리가 깔려 있다. 하루 평균 이용객은 고작 3600명. 공사비는 550억원이 들었다.



 그 주변 개포동 주민인 60대 전직 교사는 답답해한다. “주민들이 이런 호화판 역을 요구하진 않았다. 시민 민원을 빙자해서 세금을 마구 써댔다. 업자만 신났을 것이다.”



 세금 낭비가 위험 수위를 넘었다. 인천 월미도 은하철도는 짓는 데 853억원이 들었다. 이제 부수는 데 세금 250억원을 날릴 판이다. 용인경전철은 수백억원의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할 처지다. 3222억원짜리 성남시 청사 안은 멋을 부린 유리벽 탓에 요즘 찜통더위다. 이에 국민의 분노와 개탄이 쏟아진다. “해당 시장·군수·구청장들이 제 돈이면 마구 쏟아붓겠느냐. 혈세 낭비는 공직 범죄로 다뤄야 한다.”-.



 공직사회에 검약 정신이 희박해졌다. 납세자들이 세금 감시에 나서야 할 처지다. 다수 국민의 정치적 식견은 직업 평론가 수준이다. 하지만 실질 문제에는 둔감하다. 자기가 낸 세금이 엉뚱한 곳에서 줄줄 새는데 소홀하다. 그런 무관심이 세금 헤프게 쓰는 악습을 배양한다.



 우리 국민은 독재에 저항하고 뒤엎은 기억을 갖고 있다. 그 열정과 의식이 세금에 모아져야 한다. 세금 낭비와 전횡에 분노의 궐기를 해야 한다. 시민복지, 국민편의, 녹색환경으로 포장한 공공 사업을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 세금 감시는 일류 민주 시민의 조건이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는 세금이다.



박보균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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