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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준 칼럼/6.21]복지 소수파 오세훈이 初志 지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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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917회 작성일 2011-06-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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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권은 박근혜, 야권은 손학규가 대표주자다. 박근혜는 예선 통과 가능성이 크고 본선 승부가 관심이다. 손학규는 예선에서 성공한다면 그 과정에서 맷집이 더 커질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손학규보다 오세훈이 승자로서건 패자로서건 대한민국 발전사에 더 의미 있는 인물로 남지 않을까.



책임의 윤리 실종된 ‘들쥐 정치’



오세훈은 지금 비세(非勢)다. 야당이 절대다수의석을 가진 서울시의회는 사사건건 그의 정책에 반대하며 손발을 묶다시피 한다. 집권당 대표를 하겠다고 나선 권영세 남경필 유승민은 오세훈의 ‘초중고생 전면무상급식 반대’를 반대한다. ‘전면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는 요건을 갖췄지만 투표율이 33.3%를 넘어야 개표가 가능하고, 거기서 과반의 지지를 얻어야 성공한다. 선거관리위는 다른 선거 때는 투표율 올리기에 힘썼지만 주민투표 독려활동은 금지할 모양이다.



‘오세훈식 복지’는 좌파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여권에서도 소수파로 밀려나는 형국이다. 여당 임시대표 황우여는 반값 등록금을 들고 나왔고, 야권이 무상보육 무상의료 카드를 꺼내드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포퓰리즘입법 감시 시민단체연합’이 국회의원 299명에게 ‘포퓰리즘 및 세금낭비 입법 안하기 운동’에 서명해달라고 했더니 5% 남짓한 16명만 호응했다. 서명한 의원은 한나라당의 김선동 김세연 김영선 나성린 손범규 신지호 심재철 유재중 이상권 이철우 이춘식 조전혁 주호영, 민주당의 김우남, 자유선진당의 이명수, 무소속의 최연희다.



우리 정치권의 복지 포퓰리즘 ‘쏠림 현상’은 모두 한쪽만 우르르 쫓는 ‘들쥐 정치’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다른 목소리가 있긴 해도 잘 들리지 않는다. 정당 간판급으로는 한나라당 정몽준, 민주당 강봉균, 자유선진당 이회창이 ‘과잉복지 경쟁은 궁극적으로 국민과 국가의 이익이 될 수 없다’는 취지로 간간이 지적할 정도다.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 공약을 다 모으면 참으로 볼만할 것이다. 가정이건 기업이건 나라건 감당이 되는 지출을 해야 제 힘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표(票) 가진 사람들이 아우성치면 뭐든지 해줄 것처럼 약속하고, 돈이 어디 있느냐고 하면 부자한테서 더 거두면 된다고 한다. 그러나 그게 말처럼 되던가. 한국이라고 세계사의 예외일 수 없다.
아르헨티나는 20세기 중반 에비타로 불린 에바 페론이 달러를 트럭으로 싣고 다니며 빈민층에 뿌렸던 후안 페론 집권기에 완전히 병들어버렸다. 지금껏 슬럼가에 빈민과 실업자가 넘쳐나고 고질적인 인플레로 중산층도 생활고에 시달린다. 한때 세계 5위 경제대국이니 10대 선진국이니 했던 아르헨티나를 작년 1인당 국민소득 62위의 나라로 끌어내린 것이 포퓰리즘이다.



나라 곳간 맡길 지도자감 있는가



바로 지금 우리는 ‘비굴한 기회주의 정치와 어리광부리는 국민’이 자초한 그리스와 스페인의 국가부도 위기를 목격하고 있다. 이들 나라 정치인뿐 아니라 국민도 세계의 비웃음을 사고 있다.



복지는 한번 늘리면 거의 줄일 수 없는 불가역성(不可逆性)이 특징이다. 더구나 한국은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로 세금 낼 사람은 격감하고 복지에 손 내밀 사람은 급증하는 추세다. 지금 상태로 가만히 있어도 재정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복지 경쟁이 가열되면 선진국 진입이 아니라 중진국 수렁에 더 깊이 빠져들 것이다. 불과 5년, 10년 안에 벌어질 일이다.



영국은 과도한 복지정책으로 재정적자를 키워 1976년 IMF 구제금융에 국가운명을 맡겨야 했다. 마거릿 대처가 그 영국병(病)을 치유하기까지는 숱한 폭동이 있었고, 자신이 속한 보수당마저 그의 굴복을 요구했다. 그러나 대처는 ‘응석을 받아주는 정치로 나라를 구할 수는 없다’ ‘눈속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돈을 찍어낼 수는 없다’며 긴축과 복지 현실화를 밀고 갔다. 개혁의 효과는 그가 집권한 지 3년 만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반면 20세기 끝자락과 21세기 초입에 프랑스를 이끈 자크 시라크는 대통령 취임 초 세계적 추세였던 연금개혁에 나섰다가 3개월간 계속된 공공노조 총파업에 굴복해 모든 개혁을 포기하고 ‘죽은 척 하는 정치’를 했다. 그의 ‘살아있는 사자(死者) 전략’은 결국 프랑스에 ‘잃어버린 12년’의 고통을 안겼다.



이 나라에 막스 베버가 말한 ‘책임의 윤리’를 다하려는 정치인이 몇이나 있는가. 만약 오세훈이 뒷심이 있어 들쥐 정치의 대열에 섞여버리지 않고,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미래세대의 부담까지 걱정하는 정치를 제대로 해낸다면 “오세훈이 옳았다”는 평가가 언젠가 나올 것이다. 나는 오세훈 편이 아니라 ‘나라 곳간을 지킬 지도자감’이 더 나타나기를 바라는 국민의 한 사람일 뿐이다.



배인준 주필 inj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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