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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영 칼럼/6.19] 공무원 1명 줄여서 빈곤층 10명 살릴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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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766회 작성일 2011-06-23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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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는 또하나의 增稅… 일본 정부 세금 올리기보다

國債 싸게 팔아 나라살림 꾸려… 한국도 10년새 국채 5배 급증

정부 예산 기본 구조 깨뜨려 복지에 쓸 돈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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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영 논설주간
공짜 복지로 나라 재정이 결딴난다는 걱정들이 많다. 반값 등록금, 공짜 의료, 무상보육을 실행하면 그리스처럼 망조가 들 것이라는 경고가 귀에 따갑다.



국가가 부도나지 않으려면 무상(無償)시리즈를 늘릴 때마다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 세금 감면 혜택을 줄이고 세금을 더 물려서 복지 비용을 조달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 하지만 증세(增稅)에 대한 저항은 거세다. 세금에 잘못 손댔다가 정권을 잃는 일도 잦다. 정치인에게 공짜 복지 팔다가 권력을 놓치는 것은 참담한 비극이다.



그래서 복지 비용을 조달하는 기법도 발달해왔다. 국민이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복지 비용을 걷는 묘수 중 하나가 저금리 정책이다.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려고 금리를 내린다고 가르치는 경제학은 옛날 이론이다. 미국·유럽·일본 같은 선진국 정부가 저금리 정책을 밀고 갈 때는 국채(國債)를 싸게 팔아 부족한 국가 재정을 채우려는 목적이 강하다.



\"라면 두 그릇에 캔 커피 한잔 얻어먹으면 끝이죠.\" 한 일본인 평론가가 불평했다. 일본 국채(2년만기) 금리가 0.1747%다. 100만엔짜리 국채를 사면 1년 후 1747엔을 이자로 받는다. 라면 두 사발에 보너스로 캔 커피를 얹어주는 정도다. 그래도 일본인들은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꼬박꼬박 사준다.



\"누군가에게 100만엔을 빌려줬다고 합시다. 돈을 받으러 갔더니 골목집에서 라면을 사 주며 \'원금만은 틀림없이 갚겠다\'고 약속합니다. 그걸로 참아야 하죠. 일본인들은 세금을 더 내는 것보다 라면이라도 챙기자는 생각이죠.\"



정치판 속셈에 따라 이자 수입이 줄어든 걸 모르고 원금 상환을 국가가 보장해준다는 선에서 만족한다. 일본 지도자들은 싼 이자로 빚을 내 나라 살림을 굴리는 데 맛 들여 세금 올릴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나라 금고를 채권을 판매한 돈으로 채우다 보니 채권 발행은 860조엔 이상으로 늘어 이자 부담이 힘에 부친다. 이제는 금리를 함부로 올리다가는 어느 기업보다 먼저 국가가 파탄 날 지경이다. 일본에서 제로금리 정책이 지속되는 이유 중 하나다.



저금리가 \'제2의 세금\'이고 \'또 하나의 증세(增稅)\'라는 논리는 최근에야 정리됐다. 당국자들이 저금리 정책을 통해 쓸 돈을 조달하는 기법을 채용하는 데서 한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우리도 진즉부터 그 길로 들어섰다.



2000년 국고채(國庫債) 발행액은 16조원에 불과했으나 작년에는 77조원이다. 10년 새 5배 규모로 급팽창했다. 국채를 찍어낸 돈으로 정부 지출을 늘린 만큼 경제 효과가 좋았던 것도 아니다. 경제 규모(GDP)는 2000년 5335억달러에서 작년에 1조143억달러로 90% 커졌을 뿐이다.



그동안 저금리는 지속됐다. 역대 정권이 세금 더 걷으려고 소란을 피우기보다는 국채를 헐값에 찍어 쓰는 쉬운 길을 걸어왔다. 작년 9월부터는 실질금리가 10개월째 마이너스다. 마이너스 실질 금리란 돈을 은행에 맡겨두면 손해라는 말이다. 공짜 복지가 많아질수록 국채 발행은 몇 배 속도로 늘어날 것이다. 저금리 정책은 앞으로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 덩달아 예금자들의 이자 수입은 줄어드는 함정에 빠질 것이다. 예금자의 이익은 약탈당하고 정치인의 득표(得票) 활동에 희생되는 구조가 굳어질 것이다. 원금이라도 챙겨주는 정부에 큰 절이라도 해야 할지 모른다.



정치권의 복지 경쟁을 \'망국(亡國)의 포퓰리즘\'이라고 매도할 필요는 없다. 빈부격차가 워낙 심해져 적지 않은 곳에서 공짜시리즈를 갈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상 복지 한다고 해서 착실하게 세금 내는 국민에게 저금리 정책을 통해 또 한 번 세금을 징수해서는 안 된다.



공짜 복지 경쟁이 \'이중세금\'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재정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연간 309조원에 달하는 정부 예산 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 지금의 국가 재정은 경제가 고속성장하고 인구는 늘어가던 시대에 기본 틀을 잡았다. 한번 예산을 받기 시작하면 매년 으레 받아가는 기득권은 수십년간 보장되었다. 재정의 틀을 그대로 두려다 보니 \"무슨 돈으로 복지를 할 것인가\"고 물으면 모두가 입을 다물고 만다.



정부 예산의 기본구조를 깨뜨려 복지에 쓸 돈을 마련해야 한다. 빈곤층 기초생활보장 대상자들에게 지원되는 보조금은 연간 554만원이다. 공무원 1인당 평균 인건비는 한 해 5336만원이다. 공무원을 1명 줄이면 빈곤층 가정 10곳을 먹여 살릴 수 있다. 1명을 희생시켜 10명을 살려보겠다는 정치인은 왜 나오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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