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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9.6] `정몽구 5000억` 다시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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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497회 작성일 2011-09-0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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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2011년을 장식한 표제어는 분노(indignation)라고 표현할지 모른다. 성장의 과실을 나누는 데 소외된 계층들이 런던, 텔아비브 같은 모범의 도시에서까지 난동을 부렸다.



그러자 다급해진 나머지 미국 독일 프랑스 벨기에 스페인 이탈리아 등지에서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내자\"고 제안했다.



한국에서도 바람은 불었다. 정몽구 정몽준 형제가 합쳐 7000억원의 기부금을 내놨다. 회삿돈이 아닌 개인돈을 내놓기는 처음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도 통큰 쾌척을 준비 중이란 말이 들린다.



기부의 역사를 보면 영국이 1601년 자선신탁법을 만든 걸 보면 400년이 넘었다. 그런데 인물로 치면 카네기(철강왕)와 록펠러(석유왕)가 단연 최고봉이다. 1904년, 1912년의 일이다. 두 사람은 회사를 처분해 전액 기부했으며 특히 록펠러는 단연 세계 최고 부자였다.



누구도 그들더러 기부를 하라고 압력을 가한 적이 없다. 더구나 두 사람은 경쟁사업가를 무자비하게 무너뜨리고 종업원들을 갈취할 정도로 냉혹한 인물들었다. 록펠러 소유 러드로 공장에선 50여 명이 총격전 끝에 사망했다.



’부자들은 왜 기부를 하는가’라는 연구서에서 프랜시 오스트로어는 해답을 내놨다. 세상을 바꾼다는 신념, 영혼, 종교 세 가지였다. 카네기는 66세 때 회사를 팔아 4억5000만달러를 손에 쥐었는데 35세 때 부(wealth)라는 에세이를 썼다. 그는 인간의 본성이 돈을 공짜로 주면 게을러지고 타락한다는 진실을 간파했다.



그러나 거액의 돈은 오랫동안 후손들의 손에 남아 있지 못하며 그것이 되레 독(毒)이 돼 자손들을 황폐하게 만든다고 여겼다. 그리하여 최선의 방안은 자신이 살아있을 때 가장 보람 있게 돈을 쓰되 본인이 구상한 자선사업에 정부도 돈을 대는 매칭펀드로 헛돈이 안 되도록 장치를 뒀다. 그의 사상은 ’부의 복음’으로 재정리돼 100년 후 워런 버핏이 빌 게이츠에 건넸고 그것이 제2차 대기부의 역사를 만들어 냈다.



록펠러는 53세 때 재산이 인류 최초로 10억달러를 넘어 오늘날 화폐가치로 190조원, 빌 게이츠의 3배가 넘는다고 한다. 그는 55세 때 쓰러졌고 1년 후 죽는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병원에서 소녀가 수술비가 없어 죽어가는 광경을 보고 몰래 수술비를 대어 소녀가 회생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순간 그의 영혼은 바뀌었다. 자선사업 끝에 97세까지 장수했다.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몽땅 정리한 방식이 최상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워런 버핏은 재산의 80~90%를 기부하고 왕성한 활동을 한다. 빌 게이츠는 국가의 경제규모가 워낙 커져 부호들이 아무리 기부금을 내 봤자 GDP 대비 얼마 안 되며 따라서 복지는 국가재정이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연간 기부금은 2500억달러가 넘지만 GDP 대비 1.67%밖에 안 된다.



차라리 부유세 혹은 비슷한 세금 항목을 신설해 누구는 내고 누구는 안 내는 단점을 시정하는 게 맞다는 주장이 있다. 독일은 2년간 한시적으로 55조원을 마련하자는 주장이고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연소득 100만달러 이상 계층에 대해 소득세 구간을 신설하자고 주장한다.



한국 재벌들의 기부에 대해서는 무슨 조건이 많이 붙어 쿨하지 않다는 불평들도 있다.



이에 대해 매튜 비숍은 ’박애자본주의’라는 뛰어난 저서에서 \"창업자들은 자신이 번 돈이니 처분도 맘대로다. 그러나 승계 오너는 가문의 부를 키워나가는 수호자라는 사명이 주어진다\"고 답을 준다.



이제 한국에서 중요한 일은 오너들이 내놓은 수천억 원, 수조 원으로 불어날 돈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쓰느냐다. 눈 먼 돈 나눠먹기식은 절대 안 된다. 빌 게이츠는 아프리카 전염병 퇴치에 가장 많은 돈을 쓰고 있다. 재정과 역할을 분담해 가장 뜻있게 쓰는 한국형 모델을 개발하는 큰 숙제를 떠안았다.



[김세형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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