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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영 칼럼/8.26] '복지쇼핑' 앞서 경제성장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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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733회 작성일 2011-08-2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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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영 논설주간

북유럽은 경제위기 겪으며 공짜의료 등 호사스러운 복지 하나 둘씩 버리고 있는데

공짜복지에 신바람난 정치권, 철지난 복지까지 마구잡이 쇼핑… 성장 놓치면 복지 가능하겠는가

정치권이 복지쇼핑에 신바람이 났다. 뉴욕 맨해튼 5번가나 파리 샹젤리제거리에 첫발을 내디딘 아줌마들처럼 들떴다.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되는 바람에 신용카드 한도마저 풀렸다. 선진국들이 했던 복지제도가 연달아 \'묻지마\' 쇼핑리스트에 오른다. 급식도 공짜, 의료도 공짜, 보육도 공짜라고 외친다. 여당이 반값을 부르면 야당은 공짜라고 받아치고, 다시 여당은 다른 공짜를 들고나온다.



한나라당 지도부에 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지원하지 않았느냐고 따지지 말라. 복지브랜드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계산은 오래전에 끝났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알게 모르게 밑바닥층에 적지 않은 돈을 뿌렸더군요.\" 이 정권 초기부터 여권 인사들이 자주 하던 말이다.



김대중 정권은 고용보험을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했고 국민연금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늘렸다. 직장과 지역으로 갈라져 있던 건강보험을 통합하고 산재(産災)보험도 전 사업장으로 확대했다. 빈곤층에 생계비를 대주는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처음 도입한 것도 김대중 정권이다. 모두 1998~2000년 사이 밑바닥 계층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설계된 복지다.



\"빈곤층 복지의 기본틀이 그때 만들어졌다고 전문가들이 얘기를 할 때마다 열등감을 느낍니다.\" 한나라당 중진의원의 고백이다. 그는 대기업·부자들과 어울려 지내며 서민복지에는 아무 관심이 없는 정당이라는 낙인이 두렵다고 했다.



노무현 정권도 가장(家長) 사망 등 갑작스러운 변고(變故)에 90여만원씩 현찰지급하는 긴급복지지원제도를 실행했고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기초노령연금을 만들었다. 월급이 적은 비정규직들(워킹푸어·working poor)에게 세금을 120만원까지 환급해주는 근로장려소득제도 전 세계에서 7번째로 도입했다. 그런 복지가 도입될 때마다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거들었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주도한 쪽은 김대중·노무현 정권이었다.



우리는 실업·질병·재해는 물론 기나긴 노후를 피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한나라당은 유권자들이 홀로 감당하기엔 험난한 리스크를 덜어주는 일을 빼앗겼다는 열등감과 자책(自責)에 시달리다 복지쇼핑에 나섰고, 그걸로 재미봤던 민주당은 복지 브랜드를 한 단계 높이겠다고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여당이나 야당이나 초보쇼핑이라서 그런지 철 지난 복지 브랜드를 마구잡이로 쇼핑백에 쓸어담고 있다. 공짜의료를 보자. 의료 혜택에 무척 관대했던 곳이 스웨덴이다. 직장인은 진단서 없이도 1주일간 병원에 입원할 수 있었고 질병수당을 덤으로 받았다. 그러자 근로자 중 4%인 175만여명이 아예 병원에서 지낸다는 계산이 나왔다. 결국 본인부담을 크게 늘리는 쪽으로 수정한 지 벌써 20년 이상 흘렀다.



우리들이 선망하는 유럽 복지국가에서 복지 혜택은 시민의 권리였다. 모든 국민은 적정한 수준의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다는 생각이 정치를 지배했고 유권자 머릿속에 박혔다. 세금을 더 걷더라도 복지를 늘리면 된다는 정치논리를 뒷받침해준 것은 장기호황 국면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 두 차례의 석유파동, 이어 1980대부터 전 세계를 휩쓴 금융위기가 모든 흐름을 바꾸고 말았다. 2~3년마다 반복해 발생하는 경제쇼크로 세금 수입은 줄고 재정적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유럽 복지국가들이 호시절에 맛봤던 복지를 따라잡으려고 애쓰지만, 그들은 호사스러운 복지를 하나 둘 버리고 있다. 기초노령연금만 해도 스웨덴은 13년 전에 버렸고, 노르웨이는 1963년 이후 출생자들부터 폐기하겠다고 올해 확정했다. 복지란 당연히 챙겨야 할 시민의 권리가 아니라 납세자와 복지 수혜자 간에 타협이 이루어져야만 실행할 수 있는 협상대상으로 바뀌었다. 복지가 성장의 벽, 금융위기의 쓰나미 앞에 무릎을 꿇은 셈이다.



우리 정치권이 복지로 분탕질하느라 깜빡 잊고 있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경제가 더 성장하지 않으면 어떤 복지도 할 수 없다. 성장을 놓치면 가장 기초적 복지라고 할 수 있는 고용을 잃고, 고용을 잃으면 복지비용을 부담할 납세자를 잃는다.



우리 경제는 김영삼 정권 5년간 평균 7.4% 성장했던 것이 김대중 정권 때는 5.0%, 노무현 정권은 4.4%로 내려앉았다. 이명박 정권에선 3.54%로 더 떨어질 전망이다. 저속(低速)성장에 적응하고 고물가에 시달리다가 언제 외환쇼크를 또 당할지 모른다. 복지제도는 경제성장에서 소외된 계층을 구하려고 만든 부록(附錄)일 뿐이다. 부록보다 먼저 챙겨야 할 책은 \'경제성장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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