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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의 세상탐사/9.28] 박원순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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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669회 작성일 2011-09-28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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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면모는 다각(多角)적이다. 소통의 달인이다. 콘텐트의 경쟁력을 갖춘 마당발이다. 그의 기부와 나눔 행사에 사람들이 모인다. 이벤트에 파격과 신선감을 엮는 상상력과 재주가 있다. 참여연대부터 그의 시민운동 방식은 위력적이다.



 그는 언어의 매력을 안다. 명분과 네이밍의 효과에 익숙하다. ‘아름다운 가게’ ‘희망 제작소’ ‘소셜 디자이너(social designer)’ ‘나눔 1%’-. 그가 건 간판들이다. 대중의 감성을 파고든다. 그는 다작의 글쟁이다. 눈썰미가 있다. 취재기자 못지않다. “인터뷰에서 역전의 노장”이라고 자부한다. 인터뷰는 글쓰기의 출발점이다.



 박원순의 이미지는 유연하다. 이념 논쟁과 거리 먼 합리적 진보로 비춰졌다. 하지만 그의 좌파적 역사관은 치열하다. 그는 인권변호사 출신이다. 그의 저서들은 그런 면모를 실감나게 드러낸다. 『야만시대의 기록』 (고문의 한국 현대사), 『국가보안법 연구』, 『역사가 이들을 무죄로 하리라』라는 책들이 그렇다.



 그는 한국 현대사의 어두움을 추적한다. “지옥 같은 고문이 일상화된 시대”, “중세 서양의 마녀 재판과 한국 현대사의 국가보안법 재판은 기가 막힐 정도로 닮았다.” 그의 책에는 우리 현대사의 밝음은 외면한다. 대한민국의 성취와 감동은 제외돼 있다. 그의 저술공간엔 20세기 한국의 산업화 기적은 빈약하다. 대신 반감과 증오가 넘친다. 그는 “한국의 현대사는 독재와 권위주의, 분단과 전쟁, 외세와 투쟁, 빈곤과 소외로 점철돼왔다”고 주장한다.



 그 저서들은 그가 좌파 이념 전사(戰士)라는 인상을 준다. 그만큼 역사와 인물의 실증 사례를 잘 아는 좌파이론가는 드물다. 그는 "기록을 통해 남는 역사는 엄중하고 소중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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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변호사가 27일 서울 노원구민회관에서 열린 ‘비정규직 근로자 간담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은 25년 전 ‘역사문제연구소’를 만들었다. 초창기에 자금을 댔다. 그 연구소의 대부분 책들은 북한 리더십에 우호적이다. 반면 이승만·박정희를 냉혹히 비판한다. 거기엔 어설픈 좌편향이 드러난다.



 박원순은 절제한다. 내면의 집념과 경험을 내색하지 않는다. “진보의 메시지를 외치면 상대방이 위축된다. 따뜻한 목소리로 다가가야 한다”-. 시민운동 경험자가 전한 박원순식 접근론이다. 그 전략은 영리하다. 기부금 모금에 적용된다. 그는 대기업 오너들의 업적에 인색하다. 하지만 그의 단체는 대기업의 후원을 가장 많이 받았다. 대기업은 그가 내건 기부와 나눔의 깃발에 동참했다. 박원순은 이미지 관리의 달인이다. 그는 상반된 면모를 절묘하게 절충해 관리해왔다.



 그는 정치에 근접해 있었다. 2000년 DJ(김대중) 정권의 총선 때다. 그는 낙선·낙천운동(총선시민연대)의 중심에 섰다. 지금처럼 정치 불신이 심했다. 시민권력은 기성 정당을 압박했다. 표적 퇴출운동을 벌였다. DJ 정권은 그 운동을 밀어주었다.



그가 주도한 운동은 의심을 받았다. JP(김종필)는 홍위병(紅衛兵)으로 비유했다. 중국 문화혁명 때 마오쩌둥(毛澤東·모택동)은 홍위병을 동원했다. 반대파를 숙청하는 포위공격 방법이다. 총선연대가 홍위병처럼 정치권을 외곽 포위한다는 게 JP의 해석이었다. JP의 식견은 노련했다.



 박원순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유력 후보자다. 그 자리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권한은 소통령이다. 공공 리더십의 핵심적 가치는 역사관이다. 역사 인식은 시대정신의 바탕이다. 그게 맞아야 대중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다. 박원순식 ‘아름다운 세상의 조건’은 무엇인가. 세상의 현실정책은 역사관에 영향을 받는다. 그 속에 낡은 구두와 강남 월세 아파트 논쟁도 있다. 그의 한국사 관찰은 인권 침해에 집중돼 있다. 그렇다면 굶주림과 공포의 북한 인권에 대한 그의 생각은 무엇인가. 상식적인 대목이다. 하지만 그는 이 부분을 흔쾌히 언급한 적이 없다.



 시민단체의 돈줄 논란도 궁금하다. 그의 ‘아름다운 재단’은 모은 돈을 다른 시민단체에 지원해왔다. 그들 단체 중 상당수가 반기업·반미·반정부 성향을 갖고 있다. 기부자들로부터 그에 대한 동의를 받았는지 궁금하다.



그는 시민운동의 대부다. 환경단체가 거세게 일으킨 도롱뇽 파문에 대한 그의 입장은 무엇인가. KTX 개통 후에도 천성산 습지의 도롱뇽은 살아있다. 도롱뇽의 건재는 환경운동의 무모함과 선정성을 폭로했다.



 검증은 그에게 낯설지 않다. 과거 낙선운동 단체들은 정치인들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그것이 시민운동의 권리라고 했다. 이제 그가 검증의 대상이 됐다. 박원순의 진면목을 아는 것은 유권자의 알 권리다. 정치의 세상은 돌고 돈다.





박보균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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