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식 칼럼/9.28] 무역 1조 달러의 최고 공로자 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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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156회 작성일 2011-09-28 09:29본문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12년 걸려 외진 곳에 짓는 기념관
박정희 전 대통령은 2008년 건국 60주년 때 KBS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가장 업적을 많이 남긴 대통령’으로 꼽혔다. 그를 뽑은 응답자는 전체의 73.4%에 달했다. 우리 현대사의 대표적인 인물들을 기념하는 공간이 꼭 웅장해야 좋은 것은 아니다. 그들의 삶을 제대로 조명할 수 있고, 그들의 기여에 고마워하는 후세의 마음이 깃들어 있으면 규모는 그 다음 문제다.
하지만 기념관은 너무 외진 곳에 있었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까지는 걸어서 20분이 넘게 걸렸다. 관람객이 찾기에는 교통이 너무 불편했다. 기념관 바로 앞에 자원회수시설(쓰레기소각장)이 있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이 기념관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9년 ‘역사적 화해’ 차원에서 건립을 약속하면서 추진됐다. 어딘가에 짓기는 해야겠는데 마지못해 자리를 내준 인상이 역력했다. 그나마도 노무현 정권 시절에 정부 지원금 회수에 따른 법정 소송 등으로 문을 열기까지 12년이 걸렸다.
올해 12월쯤 되면 마침 박 전 대통령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한국 경제의 새 이정표가 세워진다. 수출액과 수입액을 합친 연간 무역 규모가 1조 달러를 돌파하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 무역은 수출 4664억 달러, 수입 4252억 달러를 합쳐 8916억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무역 규모는 8월 말 현재 작년 동기에 비해 25%가량 늘어난 7186억 달러로 집계됐다. 빠르면 11월 말, 늦어도 12월 초까지는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액도 처음으로 5000억 달러를 넘게 된다. 우리보다 앞서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한 나라는 미국 독일 중국 일본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영국 등 8개국이다. 네덜란드를 제외하면 한국보다 훨씬 덩치가 큰 나라들이어서 우리는 국민적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지금은 누구나 수출이 국력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지만 1960년대 초만 해도 사정이 달랐다. 당시 북한의 수출액은 연간 2억 달러에 이르렀으나 남한은 1960년 3280만 달러에 불과했다. 박 전 대통령 역시 1961년 집권 초기에는 ‘수출 입국(立國)’에 뚜렷한 의지가 없었다. 그가 수출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정권이 안정기에 들어선 직후인 1964년이었다. 그해 우리 수출액이 처음으로 1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박 전 대통령은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생각을 확고히 갖게 된다. 이듬해부터 박 전 대통령은 수출진흥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수출 지원 정책에 대한 불만이 기업한테서 나오면 즉각 개선을 지시했다. 모든 국정은 수출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왜 당당하게 동상 건립 못하나
1977년 마침내 한국은 연간 100억 달러 수출을 달성했다. 그해 12월 22일 장충체육관에서는 축하행사가 열렸다. 박 전 대통령은 일기에 ‘1970년에 10억 달러, 7년 후인 금년에 100억 달러 목표를 달성했다. 10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가 되는데 서독은 11년, 일본은 16년이 걸렸다. 우리 한국은 불과 7년이 걸렸다. 100억 달러, 이제 우리에게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자’고 적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종합무역센터(KWTC) 단지 안에 있는 트레이드타워 1층 한 귀퉁이에는 빈 공간이 있다. 남덕우 전 국무총리가 1988년 한국무역협회 회장으로서 KWTC를 건립할 때 언젠가 박 전 대통령의 흉상을 세우기 위해 비워 놓은 자리다. 구순을 바라보는 남 전 총리는 “한국의 고도성장을 견인한 것은 수출이었고 수출의 기관차 역할을 한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박정희 대통령”이라면서 “수출 업무를 관리해온 한국무역협회 건물 주변에 그를 기념하는 전신 동상을 세우고 싶었으나 쉽지 않을 것 같아 흉상으로 목표를 낮췄다”고 회고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올해 무역 1조 달러 달성을 기념하는 조형물을 트레이드타워 근처에 세울 계획이다. 조형물도 있어야겠지만 나는 한국 수출의 상징적 인물인 박 전 대통령의 동상 건립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한국이 살아남는 길은 분명해졌다. 우리에게 수출과 교역이 정체되거나 위축된다면 지속적인 부를 창출하는 길이 막히게 된다.
박정희기념관을 시민들 눈에 잘 뜨이지도 않는 곳에 세운 것은 그의 과(過)를 고려하더라도 합당한 대우가 아니다. KWTC 일대는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이곳에 동상을 세운다면 그의 공(功)을 기릴 수 있는 동시에 젊은 세대에게 무역과 수출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세계무대에 도전하는 진취적인 정신을 북돋우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
1977년 마침내 한국은 연간 100억 달러 수출을 달성했다. 그해 12월 22일 장충체육관에서는 축하행사가 열렸다. 박 전 대통령은 일기에 ‘1970년에 10억 달러, 7년 후인 금년에 100억 달러 목표를 달성했다. 10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가 되는데 서독은 11년, 일본은 16년이 걸렸다. 우리 한국은 불과 7년이 걸렸다. 100억 달러, 이제 우리에게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자’고 적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종합무역센터(KWTC) 단지 안에 있는 트레이드타워 1층 한 귀퉁이에는 빈 공간이 있다. 남덕우 전 국무총리가 1988년 한국무역협회 회장으로서 KWTC를 건립할 때 언젠가 박 전 대통령의 흉상을 세우기 위해 비워 놓은 자리다. 구순을 바라보는 남 전 총리는 “한국의 고도성장을 견인한 것은 수출이었고 수출의 기관차 역할을 한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박정희 대통령”이라면서 “수출 업무를 관리해온 한국무역협회 건물 주변에 그를 기념하는 전신 동상을 세우고 싶었으나 쉽지 않을 것 같아 흉상으로 목표를 낮췄다”고 회고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올해 무역 1조 달러 달성을 기념하는 조형물을 트레이드타워 근처에 세울 계획이다. 조형물도 있어야겠지만 나는 한국 수출의 상징적 인물인 박 전 대통령의 동상 건립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한국이 살아남는 길은 분명해졌다. 우리에게 수출과 교역이 정체되거나 위축된다면 지속적인 부를 창출하는 길이 막히게 된다.
박정희기념관을 시민들 눈에 잘 뜨이지도 않는 곳에 세운 것은 그의 과(過)를 고려하더라도 합당한 대우가 아니다. KWTC 일대는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이곳에 동상을 세운다면 그의 공(功)을 기릴 수 있는 동시에 젊은 세대에게 무역과 수출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세계무대에 도전하는 진취적인 정신을 북돋우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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