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식 칼럼/11.7] 2조 원 기부 빠찡꼬왕 한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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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814회 작성일 2011-11-08 09:30본문
피겨스타 김연아 선수가 출전하는 국제 대회의 TV 영상에는 ‘마루한’이라는 한글 광고판이 자주 눈에 띈다. 일본 최대의 빠찡꼬 기업 마루한의 광고다. 이 회사 소유주는 재일동포 한창우 씨(81)다. 그는 일본 22위의 부호로 재산 총액이 1320억 엔에 이른다. 우리 돈으로 2조 원에 육박한다.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빠찡꼬 점포로 거부가 된 그는 문화와 장학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고로 잃은 큰아들의 이름을 따 세운 한철문화재단은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고향 경남 사천에 50억 원을 출연해 생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한다.
▷그는 1945년 10월 15세 때 일본으로 가는 밀항선을 탔다. 손에 가진 것이라곤 영일(英日)사전 1권과 쌀 두 되뿐이었다. 그는 공부로 성공하고 싶었으나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직을 할 수 없었다. 결국 친척이 운영하는 빠찡꼬 점포에 종업원으로 들어갔다. 그는 ‘마루한이즘’이라는 경영이념을 앞세워 업계 1위에 올랐다. 인재 확보와 정직성으로 승부를 건 것이다.
▷마루한이 1992년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했을 때 지원자는 고작 4명이었다. 그는 인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마루한이 도박이 아닌 엔터테인먼트 회사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전체 점포의 매출이 매일 자동으로 세무당국에 입력되도록 해 불법 없는 깨끗한 회사임을 보여줬다. 이러한 노력으로 최근 일류대 출신들이 입사하는 기업으로 바뀌었다. 그는 “일본인을 앞서려면 두 배 더 일해야 했고 더 정직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팔순을 넘긴 그가 최근 전 재산을 한국과 일본의 우호발전을 위해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한국과 일본에서 재일동포는 어느 쪽으로부터도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 그가 빠찡꼬업에 뛰어든 것은 일본에서 재일동포로서는 취직도 할 수 없고, 달리 돈을 벌 수 있는 방법도 드물었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재일동포를 편안히 감싸주는 안식처가 아니었다. 두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내놓겠다는 그의 뜻에 반가움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 재일동포의 이중적 처지가 마음에 걸린다. 한 씨의 기부가 재일동포 사회를 한국과 일본에서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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