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렬 칼럼/10.31] 잘츠기터(Salzgi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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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435회 작성일 2011-11-02 09:28본문
잘츠기터(Salzgitter)는 독일 중북부 니더작센 주(州) 남동부에 있는 인구 10만명의 작은 도시다. 이 도시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61년 동독인권 침해 기록 보존소가 설립되면서다. 동독은 그해 8월 13일 주민이 서독으로 탈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장벽을 쌓고 탈출 주민들을 사살하거나 체포해 인권유린을 자행했다. 서독은 동독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록 보존소를 국경 가까운 이 도시에 세웠다.
장벽으로 가로막힌 1961년부터 1989년 11월까지 189명이 동서독 국경을 넘다가 동독 병사에게 사살당하거나 자동소총장치나 지뢰로 사망했다. 기록 보존소는 서베를린 시장으로 나중에 독일 총리가 된 빌리 브란트가 주도했다. 동독 공산 정권과 서독 내 일부 정당이 기록 보존소 설립을 극력 반대했다. 동독 정권 담당자들은 자신들의 인권유린 행위가 서독에 문서로 남아 통일됐을 경우 이를 근거로 책임을 물을 거라는 데 신경이 쓰였다. 인권침해 기록 보존소는 23년여 동안 4만2000여 건의 동독 내 인권침해 사례들을 기록으로 남겨 통일 후 관련자들을 기소했다.
1948년 9월 9일 북한 정권이 들어선 이후 지금까지 자행한 인권침해 잔혹상은 인류 역사상 그 유례를 찾기 어렵다. 이미 탈북자를 비롯해 여러 사람들이 증언했고 그 증거도 있다. 한나라당이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인 북한 인권법 가운데 핵심이 바로 잘츠기터 같은 기록보존소를 정부 차원에서 만들자는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 등 야당은 ‘북한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50년 전 서독 사례와 너무도 비슷하다.
현재 한국에서는 국가인권위북한인권기록관과 사단법인 북한인권정보센터 부설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북한 정권 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범 수용소 등의 잔혹한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기록을 하고 있다. 서독의 기록보존소가 설립될 당시 잘츠기터 시가 속한 니더작센 주의 알비드 폰 노트베크 주법무장관은 “우리는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고, 소멸시효가 종료되지도 않을 것”이라며 “언젠가 가능한 그날을 위하여 (동독 내 인권 범죄자들) 기소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기록보존소의 설립 이유를 설명했다.
친북 작곡가 윤이상씨에게 속아 북으로 간 ‘통영의 딸’ 신숙자 모녀를 구출하기 위한 운동이 한창이다. 정부차원에서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그리고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윤씨가 사망해 법적으로 처벌이 불가능하다면 역사가 그를 단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강렬 논설위원 ryol@kmib.co.kr
장벽으로 가로막힌 1961년부터 1989년 11월까지 189명이 동서독 국경을 넘다가 동독 병사에게 사살당하거나 자동소총장치나 지뢰로 사망했다. 기록 보존소는 서베를린 시장으로 나중에 독일 총리가 된 빌리 브란트가 주도했다. 동독 공산 정권과 서독 내 일부 정당이 기록 보존소 설립을 극력 반대했다. 동독 정권 담당자들은 자신들의 인권유린 행위가 서독에 문서로 남아 통일됐을 경우 이를 근거로 책임을 물을 거라는 데 신경이 쓰였다. 인권침해 기록 보존소는 23년여 동안 4만2000여 건의 동독 내 인권침해 사례들을 기록으로 남겨 통일 후 관련자들을 기소했다.
1948년 9월 9일 북한 정권이 들어선 이후 지금까지 자행한 인권침해 잔혹상은 인류 역사상 그 유례를 찾기 어렵다. 이미 탈북자를 비롯해 여러 사람들이 증언했고 그 증거도 있다. 한나라당이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인 북한 인권법 가운데 핵심이 바로 잘츠기터 같은 기록보존소를 정부 차원에서 만들자는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 등 야당은 ‘북한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50년 전 서독 사례와 너무도 비슷하다.
현재 한국에서는 국가인권위북한인권기록관과 사단법인 북한인권정보센터 부설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북한 정권 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범 수용소 등의 잔혹한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기록을 하고 있다. 서독의 기록보존소가 설립될 당시 잘츠기터 시가 속한 니더작센 주의 알비드 폰 노트베크 주법무장관은 “우리는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고, 소멸시효가 종료되지도 않을 것”이라며 “언젠가 가능한 그날을 위하여 (동독 내 인권 범죄자들) 기소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기록보존소의 설립 이유를 설명했다.
친북 작곡가 윤이상씨에게 속아 북으로 간 ‘통영의 딸’ 신숙자 모녀를 구출하기 위한 운동이 한창이다. 정부차원에서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그리고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윤씨가 사망해 법적으로 처벌이 불가능하다면 역사가 그를 단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강렬 논설위원 ry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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