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형 칼럼/11.30] 부자증세, 굴스비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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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452회 작성일 2011-11-30 10:28본문
어렸을 적부터 무슨 생각을 하도록 교육됐느냐에 따라 인간은 너무 다르다. 특히 유럽인과 미국인은 너무 다르다. 유럽인은 길거리 거지를 보면 정부가 잘못해서 저렇게 됐으니 도와야 한다며 가슴 아파하고 미국인은 학교 다닐 때 공부를 하지 않아서 저 지경이 됐으니 제 인생 알아서 하라 그런다.
유럽인은 직장생활이란 품위 있게 놀고 인생을 즐기기 위한 수단일 뿐이므로 점심도 2~3시간 여유 있게, 휴가는 적어도 연간 30일쯤 돼야 직장이라 할 수 있고 나이 60세 이전에 일찍 은퇴하여 여생을 즐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은 나라에서 돈을 대고 학점을 못따면 평생 학생이다. 미국인은 치열하게 경쟁하여 목돈 들여 일류대를 졸업하고 회사에선 점심시간도 아까우니 햄버거를 옆에 놓고 일하고 내 사전에 은퇴란 없으며 큰돈을 벌면 사회에 기부하면서 명성을 얻는 것을 트로피로 여긴다. 그야말로 베짱이와 개미의 차이다. 이탈리아에서 평생 교수를 하다가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교수를 한 지 10년쯤 지난 후 양대륙 간 차이를 묘사한 알베르토 알리시나의 ’유럽의 미래’란 책을 보면 별별 내용이 다 있다.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유럽은 개인소득세가 50%는 보통일 정도로 통 크게 내고 국가는 펑펑 써 댄다. 미국의 담세율은 20%가 조금 안 된다. 이런 차이들이 쌓여 좋은 대학들은 미국에 있고 유럽은 지금 전체가 붕괴 지경인데 박원순은 유럽 대학생 흉내를 내라고 한다.
지금 전 세계가 정부 부채 문제가 불거지고 심지어 미국에도 100만달러 이상 고소득자는 5.6% 추가세를 내자는 이른바 부유세 신설 논쟁이 뜨겁다. 워런 버핏은 부호들의 배당세에도 17.4%의 세율을 적용하지 말고 그냥 소득세 최고세율 39.6%를 적용해달라는 ’버핏세’ 도입에 불을 지폈다. 미국의 부호클럽 120여 명은 세금을 더 내겠다고 의회를 찾아와 회견을 했다. 퍽 감동적이다. 뭐, 한국이 못할 것도 없으리라.
그런데 조세체계란 사회의 틀을 규정하는 그릇이다. 사회적 합의, 혹은 예정된 규칙도 없이 부화뇌동해선 안 된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미국 등에서는 100%가 넘는 정부 부채를 갚기 위해 부유세 아이디어가 나왔다. 개미같이 살아온 한국의 부채비율은 35% 수준으로 베짱이 나라들과 수준 차가 크다.
오스턴 굴스비(Austan Goolsbee) 시카고대 교수는 부자 과세에 대해 권위 있는 연구를 했다. 부자들 소득에 부유세를 높게 때리면 그들은 소득원을 자산으로 얼른 바꿔버린다. 가령 채권이나 렌트를 많이 받아 소득세 폭탄이 떨어지면 그것들을 팔아버리고 땅이나 건물 금 같은 걸로 대체한다. 세율이 낮은 외국으로 재산을 갖고 튀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그러므로 소득에만 부유세를 과세하겠다는 발상은 어리석다.
굴스비는 총자산 합계에다 일정하게 과세하는 게 더 공정한 부유세일텐데 그보다 ’감면’ 특혜를 없애는 게 좋은 착상이라고 충고한다. 나는 한국의 경우는 GDP의 30%나 되는 지하경제 탈세를 막는 게 부유세 부과보다 효과가 낫다고 본다. 요즘 말하는 소득구간 신설로 40%를 적용하면 1조3000억원쯤 더 거둔다는 데 지하경제를 틀어막으면 10조원은 거둘 수 있다.
조세 정의 차원에선 15년 전 8000만원으로 정한 최고 소득은 당시엔 그 돈으로 아이 학교 보내고 집 장만하고 하는데 충분했지만 지금은 1억6000만원 내지 2억원으로 올려야 한다. 미국은 8800만원 정도의 소득에 세금 8%를 매기는데 한국은 35%를 적용하니 중산층 씨를 말리는 짓이다.
마침 한나라당은 연소득 5억원이 넘는 1만명을 골라 세율 40%가량을 적용해 연간 8000억원가량 부자 증세하는 카드를 마련한 모양이다. 많이 버는 극소수에게 양극화에 따른 민심 불만을 덜자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리는 것 같다. 그러나 이들이 소득 대신 자산으로 돌려버리면 헛일이다. 최종 단안을 내리기 전 오스턴 굴스비의 역설을 검증하기 바란다.
[김세형 논설실장]
유럽인은 직장생활이란 품위 있게 놀고 인생을 즐기기 위한 수단일 뿐이므로 점심도 2~3시간 여유 있게, 휴가는 적어도 연간 30일쯤 돼야 직장이라 할 수 있고 나이 60세 이전에 일찍 은퇴하여 여생을 즐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은 나라에서 돈을 대고 학점을 못따면 평생 학생이다. 미국인은 치열하게 경쟁하여 목돈 들여 일류대를 졸업하고 회사에선 점심시간도 아까우니 햄버거를 옆에 놓고 일하고 내 사전에 은퇴란 없으며 큰돈을 벌면 사회에 기부하면서 명성을 얻는 것을 트로피로 여긴다. 그야말로 베짱이와 개미의 차이다. 이탈리아에서 평생 교수를 하다가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교수를 한 지 10년쯤 지난 후 양대륙 간 차이를 묘사한 알베르토 알리시나의 ’유럽의 미래’란 책을 보면 별별 내용이 다 있다.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유럽은 개인소득세가 50%는 보통일 정도로 통 크게 내고 국가는 펑펑 써 댄다. 미국의 담세율은 20%가 조금 안 된다. 이런 차이들이 쌓여 좋은 대학들은 미국에 있고 유럽은 지금 전체가 붕괴 지경인데 박원순은 유럽 대학생 흉내를 내라고 한다.
지금 전 세계가 정부 부채 문제가 불거지고 심지어 미국에도 100만달러 이상 고소득자는 5.6% 추가세를 내자는 이른바 부유세 신설 논쟁이 뜨겁다. 워런 버핏은 부호들의 배당세에도 17.4%의 세율을 적용하지 말고 그냥 소득세 최고세율 39.6%를 적용해달라는 ’버핏세’ 도입에 불을 지폈다. 미국의 부호클럽 120여 명은 세금을 더 내겠다고 의회를 찾아와 회견을 했다. 퍽 감동적이다. 뭐, 한국이 못할 것도 없으리라.
그런데 조세체계란 사회의 틀을 규정하는 그릇이다. 사회적 합의, 혹은 예정된 규칙도 없이 부화뇌동해선 안 된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미국 등에서는 100%가 넘는 정부 부채를 갚기 위해 부유세 아이디어가 나왔다. 개미같이 살아온 한국의 부채비율은 35% 수준으로 베짱이 나라들과 수준 차가 크다.
오스턴 굴스비(Austan Goolsbee) 시카고대 교수는 부자 과세에 대해 권위 있는 연구를 했다. 부자들 소득에 부유세를 높게 때리면 그들은 소득원을 자산으로 얼른 바꿔버린다. 가령 채권이나 렌트를 많이 받아 소득세 폭탄이 떨어지면 그것들을 팔아버리고 땅이나 건물 금 같은 걸로 대체한다. 세율이 낮은 외국으로 재산을 갖고 튀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그러므로 소득에만 부유세를 과세하겠다는 발상은 어리석다.
굴스비는 총자산 합계에다 일정하게 과세하는 게 더 공정한 부유세일텐데 그보다 ’감면’ 특혜를 없애는 게 좋은 착상이라고 충고한다. 나는 한국의 경우는 GDP의 30%나 되는 지하경제 탈세를 막는 게 부유세 부과보다 효과가 낫다고 본다. 요즘 말하는 소득구간 신설로 40%를 적용하면 1조3000억원쯤 더 거둔다는 데 지하경제를 틀어막으면 10조원은 거둘 수 있다.
조세 정의 차원에선 15년 전 8000만원으로 정한 최고 소득은 당시엔 그 돈으로 아이 학교 보내고 집 장만하고 하는데 충분했지만 지금은 1억6000만원 내지 2억원으로 올려야 한다. 미국은 8800만원 정도의 소득에 세금 8%를 매기는데 한국은 35%를 적용하니 중산층 씨를 말리는 짓이다.
마침 한나라당은 연소득 5억원이 넘는 1만명을 골라 세율 40%가량을 적용해 연간 8000억원가량 부자 증세하는 카드를 마련한 모양이다. 많이 버는 극소수에게 양극화에 따른 민심 불만을 덜자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리는 것 같다. 그러나 이들이 소득 대신 자산으로 돌려버리면 헛일이다. 최종 단안을 내리기 전 오스턴 굴스비의 역설을 검증하기 바란다.
[김세형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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