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식 시론/11.16] ‘風정치’와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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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281회 작성일 2011-11-22 09:46본문
이용식/논설위원
올해로 222년을 맞이한 미국 대의(代議) 정치를 이끌어 온 역대 대통령 44명 중 선출직이나 군(軍) 고위직 경력이 없이 대통령에 출마해 당선된 사람은 2명뿐이다. 가쓰라-태프트 조약 서명자이기도 한 윌리엄 태프트(27대, 1909~1913년 재임), 후버댐을 만든 허버트 후버(31대, 1929~1933년)가 그들이다.
태프트는 필리핀 총독, 전쟁장관을 거치며 상당한 정치 경험을 쌓았다. 이 때문에 대통령 퇴임 뒤 연방 대법원장이 되는 전무후무한 경력도 가능했다. 후버는 1920년대 두 정권에 걸쳐 8년여 상무장관으로 재임하다 대통령에 당선됐다. 장관→대통령 직행 기록은 그 이후 깨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취임 8개월 만에 주가 폭락 사태가 발생하자 관세 강화, 소득·법인·부동산세 인상 등 \'잘못된 정책\'을 시행, 세계적 대공황을 불러왔다. 이 때문에 대통령 업적 평가에서 늘 하위권에 속한다. 재선에 도전했으나 프랭클린 루스벨트에게 59 대 472로 대패했다.
군 경력만으로 대통령이 된 경우는 미국·멕시코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재커리 테일러(12대, 1849~1850년), 남북전쟁 당시 북군 총사령관이었던 율리시스 그랜트(18대, 1869~1877년), 제2차 세계대전 연합군 최고사령관을 지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34대, 1953~1961년)가 있다. 이들은 \'정치보다 더 어려운 전쟁\'을 훌륭하게 지휘했다는 점에서 정치력을 높이 평가받았다.
따라서 미국 정치사(史)에서 정치권·정부 밖에 있던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된 경우는 전무(全無)한 셈이다. 그러나 미디어 발달과 대중의 정치참여 확대에 따라 다른 분야의 인기인이 대선 국면에서 순식간에 돌풍을 일으키며 가세하는 일이 갈수록 쉬워지고 있다. 1980년대 리 아이아코카, 1990년대 로스 페로와 스티브 포브스, 2000년대 웨슬리 클라크가 그런 사례들이다. 내년 11월 대선과 관련, 부동산 재벌이자 TV 엔터테이너인 도널드 트럼프가 부상했다가 가라앉았고, 최근에는 피자 체인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허먼 케인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러나 이들 중 누구도 당선 근처까지 가지는 못했다.
한국에서도 내년 4월 총선→12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 밖 인사들이 강한 바람(風)을 일으키고 있다. 안철수 교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2강(强)반열에 올랐다. 박원순 변호사는 한달여 만에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보수 성향의 박세일 교수나 이석연 변호사, 진보 성향의 문재인 변호사나 조국 교수는 물론 여배우, 풍자쇼 진행자까지 웬만한 정치인들을 앞서고 있을 정도다.
14년 된 한나라당이 가장 역사가 길 정도로 뿌리가 얕은 정당들, 총선 민의와 다수결이 통하지 않는 대의 정치는 정치권 밖의 바람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정치지형의 대대적 변화도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와는 별개로 정치력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 국정 경험이 없는 세력이 국정 주도권을 잡는다면 국가적 재난이 될 가능성이 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13, 15대 국회의원과 해양수산부 장관, 이명박 대통령은 14, 15대 국회의원과 서울시장을 거쳤다. 두사람 모두 기성 정치에 대한 혐오와 불신에 힘입은 \'바람\'으로 당선됐음에도 정치력과 소통, 국정 능력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보여주었다.
다음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국내 정치도, 국제 정치도, 남북관계도 훨씬 더 복잡다기(複雜多岐)할 것이다. 정치 경험이 일천한 사람, 정치력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바람에 편승,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의 위험성은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통령직에 도전하려면 장외(場外)에서 정치적 꼼수를 부리기보다 하루빨리 장내(場內)로 들어와 정치력을 키우고, 검증받아야 한다. 대중적 인기가 있으니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기에 앞서 왜 , 어떻게, 무엇을 위한 정치를 할 것인지를 먼저 정리해야 할 것이다. 신당(新黨)이든, 기존 정당 합류든 신속히 결단하고 국민 앞에 나서야 한다. 국민이 좋은 지도자감을 선택하고 키우기에 이미 시간이 촉박하다. 이런 마음가짐이 없다면 그 자체로 공직을 담당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올해로 222년을 맞이한 미국 대의(代議) 정치를 이끌어 온 역대 대통령 44명 중 선출직이나 군(軍) 고위직 경력이 없이 대통령에 출마해 당선된 사람은 2명뿐이다. 가쓰라-태프트 조약 서명자이기도 한 윌리엄 태프트(27대, 1909~1913년 재임), 후버댐을 만든 허버트 후버(31대, 1929~1933년)가 그들이다.
태프트는 필리핀 총독, 전쟁장관을 거치며 상당한 정치 경험을 쌓았다. 이 때문에 대통령 퇴임 뒤 연방 대법원장이 되는 전무후무한 경력도 가능했다. 후버는 1920년대 두 정권에 걸쳐 8년여 상무장관으로 재임하다 대통령에 당선됐다. 장관→대통령 직행 기록은 그 이후 깨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취임 8개월 만에 주가 폭락 사태가 발생하자 관세 강화, 소득·법인·부동산세 인상 등 \'잘못된 정책\'을 시행, 세계적 대공황을 불러왔다. 이 때문에 대통령 업적 평가에서 늘 하위권에 속한다. 재선에 도전했으나 프랭클린 루스벨트에게 59 대 472로 대패했다.
군 경력만으로 대통령이 된 경우는 미국·멕시코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재커리 테일러(12대, 1849~1850년), 남북전쟁 당시 북군 총사령관이었던 율리시스 그랜트(18대, 1869~1877년), 제2차 세계대전 연합군 최고사령관을 지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34대, 1953~1961년)가 있다. 이들은 \'정치보다 더 어려운 전쟁\'을 훌륭하게 지휘했다는 점에서 정치력을 높이 평가받았다.
따라서 미국 정치사(史)에서 정치권·정부 밖에 있던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된 경우는 전무(全無)한 셈이다. 그러나 미디어 발달과 대중의 정치참여 확대에 따라 다른 분야의 인기인이 대선 국면에서 순식간에 돌풍을 일으키며 가세하는 일이 갈수록 쉬워지고 있다. 1980년대 리 아이아코카, 1990년대 로스 페로와 스티브 포브스, 2000년대 웨슬리 클라크가 그런 사례들이다. 내년 11월 대선과 관련, 부동산 재벌이자 TV 엔터테이너인 도널드 트럼프가 부상했다가 가라앉았고, 최근에는 피자 체인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허먼 케인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러나 이들 중 누구도 당선 근처까지 가지는 못했다.
한국에서도 내년 4월 총선→12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 밖 인사들이 강한 바람(風)을 일으키고 있다. 안철수 교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2강(强)반열에 올랐다. 박원순 변호사는 한달여 만에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보수 성향의 박세일 교수나 이석연 변호사, 진보 성향의 문재인 변호사나 조국 교수는 물론 여배우, 풍자쇼 진행자까지 웬만한 정치인들을 앞서고 있을 정도다.
14년 된 한나라당이 가장 역사가 길 정도로 뿌리가 얕은 정당들, 총선 민의와 다수결이 통하지 않는 대의 정치는 정치권 밖의 바람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정치지형의 대대적 변화도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와는 별개로 정치력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 국정 경험이 없는 세력이 국정 주도권을 잡는다면 국가적 재난이 될 가능성이 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13, 15대 국회의원과 해양수산부 장관, 이명박 대통령은 14, 15대 국회의원과 서울시장을 거쳤다. 두사람 모두 기성 정치에 대한 혐오와 불신에 힘입은 \'바람\'으로 당선됐음에도 정치력과 소통, 국정 능력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보여주었다.
다음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국내 정치도, 국제 정치도, 남북관계도 훨씬 더 복잡다기(複雜多岐)할 것이다. 정치 경험이 일천한 사람, 정치력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바람에 편승,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의 위험성은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통령직에 도전하려면 장외(場外)에서 정치적 꼼수를 부리기보다 하루빨리 장내(場內)로 들어와 정치력을 키우고, 검증받아야 한다. 대중적 인기가 있으니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기에 앞서 왜 , 어떻게, 무엇을 위한 정치를 할 것인지를 먼저 정리해야 할 것이다. 신당(新黨)이든, 기존 정당 합류든 신속히 결단하고 국민 앞에 나서야 한다. 국민이 좋은 지도자감을 선택하고 키우기에 이미 시간이 촉박하다. 이런 마음가짐이 없다면 그 자체로 공직을 담당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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