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이강렬 11. 14.] 바보야, 문제는 당 지도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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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254회 작성일 2011-11-16 16:23본문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한나라당은 ‘쇄신’을, 민주당은 ‘통합’이란 숙제를 받아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 보궐선거 패배를 통해 성난 민심을 확인한 한나라당은 민주당보다 마음이 더 급하다. 이대로는 내년 4월 총선에서 필패가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의 박원순 후보와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 득표율을 봤을 때 서울 41개 선거구 가운데 현역의원이 살아남을 곳은 7곳에 불과하다.
한나라당은 쇄신파들의 거센 주장에 따라 당 쇄신 방향을 일단 ‘인적 개편’으로 잡은 것 같다. 대권 유력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는 ‘선 민심수습, 후 인적쇄신’을 주장하지만 당의 대세는 ‘물갈이론’이다. 지난 7월 홍준표 대표 체제가 출범하면서 김정권 사무총장과 주호영 인재영입위원장이 내년 총선에서 ‘현역의원 40% 물갈이’를 주장했다. 다선의원들 중심으로 반발하면서 수면 하로 잠복했던 물갈이론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를 계기로 물위로 다시 떠올랐다. 한나라당내 싱크 탱크인 여의도연구소는 고령의원들의 자진 출마포기와 새로운 인물 영입을 골자로 하는 총선 필승 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쇄신파, 고령·다선 물갈이 요구
물갈이, 새 피 수혈, 인적 쇄신 등 다양한 용어로 표현되는 현역의원 교체는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 때마다 주요 관심사가 된다. 한나라당도 역대 선거 때마다 새로운 인물들을 영입해서 분위기를 일신하려 했다. 15대 총선부터 직전 18대 총선까지 보면 지역구 현역의원 교체비율은 최저 24.1%(16대·2000년)에서 최고 39.1%(15대·1996년)다. 물갈이 폭이 가장 컸던 15대 총선에서 ‘새 피’로 수혈됐던 인물은 홍준표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의원, 맹형규 행자부 장관이다. 가장 교체율이 작았던 16대 총선 때 영입된 인물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전 사무총장, 전재희 의원,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꼽을 수 있다.
한나라당 쇄신파들이 퇴출시키려 하는 의원들은 대략 65세 이상 의원들이다. 한나라당 의원 가운데 70세 이상은 이상득(76) 의원, 박희태(73) 국회의장, 이경재(70) 의원 등 6명이고 65∼69세는 강길부(69) 의원 등 22명이다. 고령·다선의원들이 반발하자 당내에서는 말을 바꿔 ‘젊은 피 수혈론’을 내세우며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반 한나라당 편에 선 20∼40대의 호감을 살 인물들을 영입하자고 나섰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저자인 서울대 김난도 교수, 국민 MC 강호동,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 대변인인 나승연씨 이름까지 거명되고 있다. 이른바 국민들에게 잘 알려진 ‘영웅’들을 불러오자는 것이다. 이들이 한나라당에 들어오면 과연 젊은층이 여당 지지로 돌아설까?
한나라당은 왜 젊은 유권자들이 외면하고 있는가에 대한 진단을 못하고 있다. 발바닥이 가려운데 신발 바닥을 긁고 있는 격화소양(隔靴搔痒)의 모습이다. 문제는 고령·다선 중진이 아니라 바로 지도부다. 한마디로 홍준표 대표와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영입 새 인물 1회용 파스 불과
강호동과 김난도 교수를 영입했다고 해서 한나라당이 쇄신됐다고 믿을 국민은 없다. 그들은 잠시 기분을 상쾌하게 하는 1회용 파스에 불과하다. 쇄신파의 물갈이 주장에 대해 박 전 대표가 “(공천물갈이 주장은) 순서가 잘못됐다. 지금은 국민이 힘들어하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국민의 삶에 다가가는 것이 우선”이란 처방이 옳다. 당을 쇄신하려면 먼저 현재 당을 이끌고 있는 홍준표 대표 등 지도부와 앞서 당을 이끌었던 안상수 의원 등 전·현 당 지도부 중 책임이 큰 사람들에 대해 차기선거에서 공천을 배제하는 것이다.
국민일보 이강렬 논설위원 ry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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