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강렬 11. 9. ] 솜사탕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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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273회 작성일 2011-11-16 16:21본문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말이 있다.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공짜로 주는 것을 싫어할 사람은 없다. 한때 장난처럼 매번 대통령 선거에 단골 출마했던 모씨는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건국수당 매월 50만원씩 지급’ ‘결혼하는 처녀 총각에게 각 5000만원씩 지급’ ‘출산 시마다 3000만원씩 수당 지급’ 등 파격적 대통령 선거공약을 내걸었다. 당시 노인과 젊은 유권자들은 ‘그 사람을 찍어야 우리가 산다’고 농담처럼 이야기를 했다.
국가부도에 몰려 날개 없이 추락하는 그리스가 화제다. ‘달콤한 복지’와 ‘가진 자들의 탈세와 부패’가 복합적으로 녹아 총체적 부실을 초래했다.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은 물론 석·박사까지 무상인 나라, 노동인구 4명 중 1명이 공무원인 나라, 공무원은 오후 2시까지 일하고 퇴직 후 생애 최고 연봉의 95%를 연금으로 받는 나라가 그리스다. 2001년 유로존 가입 후 저리로 조달한 자금을 산업발전을 위한 자금이 아닌 정권 창출용 복지에 흥청망청 쓴 나라도 그리스다. 전 인구의 23%가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고 직능별 노조가 정치권과 협상해 만든 연금공단이 한때 155개나 됐고 그 적자들을 국가 재정으로 보전해 줬으니 하늘아래 천국이 따로 없다.
난파 직전의 그리스를 이끌고 있는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 그 재앙은 그의 아버지였던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전 총리가 두 번에 걸친 집권 시에 만든 ‘솜사탕’ 복지정책들 때문이다. 아버지가 만든 망국의 복지정책으로 아들이 고역을 치르고 있다. 그리스 최초로 사회당(PASOK)을 만든 아버지 총리 안드레아스는 최저임금 인상, 국민연금 및 의료보험 확대 등 ‘퍼주기’ 복지정책에 몰두했고 “국민이 원하면 다 준다”는 정책을 썼다.
알고 죽는 해수병이란 말처럼 국민을 황홀하게 만드는 복지정책이 국가를 몰락으로 몰고 가는 것을 알면서도 국민들은 거부하지 못한다. 정치인들은 국민들을 홀려 표를 얻기 위해 더 자극적인 정책을 쏟아 놓는다. 선거 때마다 상대 정파보다 경쟁적으로 더 파격적인 복지정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복지정책은 후퇴할 수 없는 불가역적 성격을 갖고 있다.
‘박원순 표’ 서울시 복지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 초중고교 무료급식, 2000여명 서울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헤아리기도 숨차다. ‘숭어가 뛰면 망둥어도 뛴다’고 했다. 한나라당도 덩달아 바쁘다. 이 빚을 나중에 누가 갚을지 참 걱정이다.
이강렬 논설위원 ry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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