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렬 칼럼/12.8] 한나라당, 쇄신 아닌 파괴가 필요하다 > 공지사항

본문 바로가기
회원가입    로그인    회원사 가입      

공지사항

공지사항

[이강렬 칼럼/12.8] 한나라당, 쇄신 아닌 파괴가 필요하다

페이지 정보

댓글 0건 조회 7,323회 작성일 2011-12-09 11:48

본문


111208_39_1.jpg\"





공룡지구에 출현한 것은 약 1억2000여만년 전이다. 공룡의 시대는 약 6500만년 전에 갑자기 끝난다. 외부 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면서 발생한 급격한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반면 1억3000만년 전에 나타난 바퀴벌레는 여전히 인간과 공존하고 있다. 멸종한 공룡과 현존하는 바퀴벌레의 차이는 외부의 변화에 대한 적응능력이다. 바퀴벌레는 급격한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적응능력을 키워 살아남았다.



한나라당이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 민정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이 합쳐져 민자당이 되고 이후 신한국당을 거쳐 한나라당으로 재창당한 지 14년이 지났다. 1987년 민주화 바람이 불기 시작한 이후 선관위에 등록된 정당이 113개였고 그 가운데 국회의원을 보유했던 원내정당 40개가 평균 44.1개월간 존속했으니 한나라당은 정당 평균 수명의 4배를 유지해 온 셈이다. 서구의 100년 정당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우리 정치풍토에서 꽤 오래 버틴 것이다.



정치환경 변화에 무딘 감각



더 오래 유지될 것 같던 한나라당이 침몰하고 있는 것은 변화하는 정치환경에 무감각해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다니다 극단적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일시에 멸종한 공룡과 비슷하다. 타성에 젖은 한나라당은 지금 변화할 능력도, 변화할 의지도 없어 보인다. 이 시대에 왜 한나라당이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없다.



원희룡 전 최고위원이 한나라당을 진단했다. 그는 “지금의 한나라당은 개인적 출세주의, 영남과 부자 계층의 고정 지지층, 박근혜 대세론에 의지하는 박제된 정치를 하고 있다. 잘못된 정당문화와 여기에 안주해 온 인물, 이 모든 것을 철저하게 반성하고 새롭게 틀을 짜야 한다. 지금의 박근혜, 변화하지 않는 박근혜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원 전 최고위원의 이 짧은 말 속에 한나라당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모두 담겨 있다.



한나라당이 사는 길은 우선 현재까지 보수 진영의 선두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서 자기희생을 바탕으로 한나라당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박 전 대표 측은 그가 당을 이끌다 내년 총선에서 패배하면 대선주자로도 나서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패배를 전제하고 있다. 이런 상태라면 내년 대선에서 박 전 대표는 필패한다. 이미 박 전 대표의 ‘대세론’은 붕괴됐고 여기서 승부수를 던지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는 것을 박 전 대표 측은 알아야 한다.



정치는 타이밍이다. 홍준표 대표의 욕심이 하늘을 찌른다. 당당하게 대표 자리에서 내려서야 한다. 그게 진정한 용기다. 시기를 놓쳐 환자가 죽으면 아무리 좋은 처방도 휴지에 불과하다. 한나라당은 박 전 대표 중심의 리모델링이 아니라 당명은 물론 당의 기초까지 허물고 새로 집을 지어야 한다. 세상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여전히 기득권을 끌어안고 내년 총선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 다시 여의도에 입성하려는 ‘기회주의자’들이 한나라당에 남아 있는 한 돌아선 유권자들의 눈길을 다시 끌기는 어렵다.



새로운 보수정당 창당을



한나라당은 ‘쇄신’이 아닌 ‘파괴’ 수준의 개혁이 필요하다. 그 이름을 묻어버리고 새로운 보수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여론조사 결과 서울 41개 지역구 가운데 한나라당이 얻을 수 있는 의석은 7석이었다. 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의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 “나는 강한 사람도, 천재도 아니다. 다만 나는 매일 변화하려 노력했다. 변화(Change)에서 g를 c로 바꾸면 기회(Chance)가 온다.” 늦지 않았다. 한나라당을 지금 깨트리면 기회는 온다. 26년간 정치를 취재한 기자가 정치외야석에서 본 한나라당의 모습이다.



이강렬 논설위원 ryol@kmib.co.kr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 124 한국프레스센터 1311호   전화: 02-723-7443   팩스: 02-739-1985
Copyright ©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All rights reserved.
회원사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