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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길 칼럼/1.4] 박정희 손바닥을 벗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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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564회 작성일 2012-01-0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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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길

주필


해가 바뀌어도 남북관계든 근로자의 팍팍한 삶이든 당장은 또 하루가 시작되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 하루는 그냥 또 하루가 아니다. 과거와 미래를 잇는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에도 온갖 조화가 벌어지고 있음에랴.



 오늘 우리 하기에 미래가 달려 있다는 것을, 과거를 갖다 대보며 새삼 깨닫는다.



 1994년 청와대 점심. 칼국수 한 그릇 후 이어진 김영삼 대통령과 경제부장단 간담회.



 “김일성 주석이 살았으면 남북 정상이 만났을 텐데요.”



“그러게. 내 대동강변에서 조깅 한번 할라 캤는데.” 



 그때 조깅이든 조문이든 이뤄졌다면 남북관계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시간이 흐른 지금 남남 상황이 많이 변했다. 정부가 조의를 표하고 제한적이지만 조문단 방북을 허용했다. 남북관계도 오늘 우리 하기에 달렸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제 남북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데 남남의 지혜를 모을 때다.



 1998년 외환위기 때 워싱턴의 싱크탱크 IIE 세미나. 당시 대니 로드릭 교수가 세계화를 분석한 내용의 일부를 다시 전하면-.



 “세계화는 근로자 간 소득 격차를 크게 벌림으로써 기존 산업평화 질서를 무너뜨린다. … 개인에게든 기업에든 정부가 과거와 같은 보호막이 돼주지 못하는 상황은 사회적 결속과 정치적 지지를 흔든다.”



 당선과 동시에 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혹독한 구조조정 숙제를 받아 든 김대중 대통령은 집권 1년 반 만에 외환위기 극복을 선언한다. 1999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주변에선 너무 서두른다고 했다. 그러나 DJ는 광복절 전날 밤 경축사를 직접 다듬어 위기 극복을 선언했고, 그때 내건 새 국정지표가 생산적 복지다. 본색이 나왔다는 소리도 있었지만, 생산적 복지의 내용은 지금 보면 온건 좌 쪽이다.





 출발이 훨씬 좋았던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중 투자 우선순위를 정하면서 22조원의 4대 강 사업을 내세웠다. 그때 4대 강 대신 보육을 앞세웠다면? 국가가 보육을 크게 책임지고 민간 부문 보육을 지원해 일자리도 많이 만들었다면?



 성장 대 복지라는 2분법은 많이 약화되고, 적정한 복지엔 좌우가 없다는 사회적 결속이 웬만큼 터를 잡았을 것이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취임 1주년 때, 중앙일보가 인터뷰를 하기로 한 상황. 청와대가 새 제안을 해왔다. 편집국장 인터뷰 대신 대통령과 발행인 대담을 하자고. 어떤 의제든, 충분한 시간 동안, 제목·기사 개입 없이.



 점심 식사부터 5시간 남짓 진행된 대담이 끝날 무렵 잠시 질문의 기회가 주어졌다.



 “두 분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셨으니 질문 대신 한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저희 중앙일보는 기사를 의도적으로 몰아가지 않는다는 목표로 신문을 만듭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미 친노(親盧) 반노(反盧)를 떠났습니다.”



 순간 썰렁해지는가 했는데 곧바로 노 대통령의 답변이 돌아와 다들 웃고 일어섰다.



 “김 국장 말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요, 제가 1년 해보니 친구도 있고 적도 있어 마음대로 잘 안 됩디다. 김 국장도 천천히 하세요.”



 지난해 종편이 출범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논란이 일었다.



 귀담아들을 이야기가 많았지만, 1980년 전두환 정권 때 언론 통폐합으로 TBC를 빼앗아 가는 것을 보았고,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KBS·MBC가 홍역을 치르는 것을 보아온 기자로서는, 종편 옹호 쪽이나 반대 쪽이나 별 차이가 없다. 방송이 내 편이어야 정권에 유리하다는 생각은 둘 다 같아 보이니까.



그러니 이제 우리 하기에 달린 것은, 제대로 된 보도냐 아니냐에 대한 독자·시청자·유권자의 판단이지 정파적 호불호가 아니다.



 2012년 다시 신문 칼럼을 준비하며 여러 제목을 떠올렸다. 그중 하나가 ‘박정희 손바닥을 벗어나자’였다.



 박 대통령 이후, 진정한 새 국가 패러다임을 제시한 지도자는 아직껏 없었으며, 이젠 정말 새 패러다임을 찾자는 뜻에서.



 반독재도, 민주화도 새로운 도약을 위한 패러다임은 제시하지 못했으므로.



 중앙일보와 JTBC가 ‘내/일 - 내수와 일자리에 내일이 있다’는 기획을 내보내고 있는 것이 그런 시도 중 하나다.



 지금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수출만이 아닌 내수를 키워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영토와 인구의 한계를 넘어야 하며, 그러려면 훨씬 많은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살고 일하고 즐기고 투자하고 공부하고 치료받고 관광하게끔 끌어들여야 한다는 제안이다.



 그 반대 의견 역시 중앙일보에 진솔하게 투영되어, 어느 쪽이 바람직한 국가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 독자·유권자가 판단하기를 기대한다.



 내일은 오늘 우리 하기에 달렸으니.



김수길 주필 @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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