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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식 시론/1.16] 보수의 空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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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458회 작성일 2012-01-17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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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식/논설실장



민주통합당의 15일 전당대회 결과는 야권의 \'좌(左)클릭\'을 통해 한나라당의 \'탈(脫)보수\'에 가속도를 붙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보수적 유권자는 광범위하게 존재하는데 이를 제대로 대변할 정당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김정일 급사(急死)로 한반도에서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등 보수적 가치의 중요성은 커지는데 이를 제대로 추구할 정당은 없다. 보수세력은 있는데 보수정당은 없는, 보수정치의 공백(空白)상태가 빚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한나라당 비대위의 움직임을 보면 보수정당이 아닌 \'국민정당\'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15일 \"(세종시) 약속이 실천되는 뜻깊은 순간을 맞았다\"고 했다. 대부분의 보수세력이 지지했던 \'세종시 수정\'이라는 보수적 가치는 부정당했다. 비대위의 첫 정책도 KTX 운영 부문의 경쟁체제 도입에 대한 반대다.



젊은 의원 대표격으로 비대위원이 된 김세연 의원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이었으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표결 강행에 반대해 중진의원으로 교체됐고, 비대위 대변인인 황영철 의원은 본회의 표결에서 한나라당 의원 중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김종인 비대위원은 과거 비리로 복역한 적이 있고, 비례대표 국회의원만 4번을 했다. 이상돈 비대위원은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임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이준석 비대위원은 구(舊) 민노당의 이정희 대표를 존경한다고 했다. 박 위원장 본인도 김정일에 대해 \"약속을 지키려는 지도자\"로 평했을 정도로 대북관(對北觀)은 물론 천안함, 광우병, 용산 참사 등에서 정통 보수세력과는 일정한 차이를 보여왔다.



친이(親李)계는 국정 실패와 부패 정치의 낙인을 받고, 쇄신파·소장파 역시 보수 가치에 대한 신념이나 헌신보다는 기회주의적 처신으로 더 선명하게 기억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747\'로 상징되는 성장·감세 등의 보수공약을 내걸고 사상 최대 표차로 당선됐으나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구현하는 데는 실패했다. 보수 리더십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



\'정치적 백지(白紙)\' 상태의 안철수(50)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서 대안(代案)을 기대할 수 있을까. 안 원장은 최근 미국을 방문해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이자 세계 최대 자선재단인 \'빌&멜린다게이츠재단\'을 이끄는 빌 게이츠를 만났다. 게이츠는 한번도 애매한 언행으로 주변을 혼란케 하지 않은 사람이다. 그는 52세 되던 해에 \"MS 창업자보다 자선사업가로 기억되고 싶다\"며 자선사업에 전념하고 있다. 워런 버핏이 본인 재산의 99%를 게이츠재단에 기부한 것도 이 때문이다. 56세로 타계하는 순간까지 인류에 더 큰 IT혁명을 선물하기 위해 노력했던 스티브 잡스와도 다르다. 잡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기업·교육 경쟁력 강화 등을 분명히 요구했으며, \"상대방에게 화를 내게 하는 일을 주저하면 결코 훌륭한 지도자가 아니다\"는 조언까지 했다. 안 원장에게서는 게이츠나 잡스에게서 보이는 이 같은 진정성이나, 정체성을 느끼기 어렵다.



현재 중앙선관위에는 6개의 원내 정당 이외에 15개의 원외정당, 창당준비위원회 결성까지 마친 13개의 예비정당이 등록돼 있다. 대부분의 군소정당들이 \'의병\'처럼 보수 기치를 내건 것도 보수의 공백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공백은 반드시 메워지게 돼 있다. 세종시 문제로 의원직까지 던졌던 박세일 전 서울대 교수의 \'국민생각\'과 자유선진당뿐만이 아니다. 정치권 밖의 뜻있는 사람도 많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정몽준·홍준표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가 \'보수\'를 강조하고 있다. 정 전 대표는 지난 9일 \"한국의 보수는 길을 잃었다\"며 \'자유민주주의의 약속\'등 보수 정치철학을 담은 책 4권을 내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고수, 포퓰리즘에 대한 강력한 반대,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정치세력을 호소했다. 이러한 움직임이 아직은 미약하고 혼란스러우며, 내부적으로 문제도 많다. 그러나 보수세력의 여망이 있고, 가치정당의 필요성이 커지기 때문에 언젠가는 \'나비효과\'처럼 새로운 흐름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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