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근 칼럼/1.12] 중산층 붕괴는 사회안보의 뇌관…新빈곤층은 이미 '성난 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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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366회 작성일 2012-01-12 08:58본문
중산층 붕괴는 사회안보의 뇌관…新빈곤층은 이미 \'성난 집단\'
추창근 기획심의실장 / 논설위원
추창근 기획심의실장 / 논설위원
하지만 “그래서? 그게 어쨌는데”라는 국민이 많다. 삶의 현실이 한겨울 날씨만큼이나 춥기 때문이다. 청년층 고용률 29위, 여성경제활동 참가율 30위, 임시직 근로자 비율 26위로 끝자락이다. 나라 재정이 튼실하고 기업들은 나라 밖에서 돈 잘 벌어들이는데 괜찮은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 나 개인은 무척 열심히 일을 하지만 살림은 펴지지 않고 빚만 늘어난다.
중산층은 무너지고 빈곤이 확대되고 있는 지표 또한 뚜렷하다. 우리 중산층(중위소득의 50~150%)은 1990년대 전체 가구의 75% 선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2000년 71.7%로 내려앉고 2010년 67.5%로 줄었다. 그 아래 빈곤층은 10년 동안 9.2%에서 12.5%로 늘어났다. 점차 빈곤의 덫에 빠져들고 있음이다.
나라 경제는 잘 돌아간다는데 내 살림살이가 자꾸 고단해지면 박탈감만 커진다. 지난해 말 통계청 사회조사에서 ‘나는 중산층이다’라는 국민이 52.8%에 그친 반면 무려 45.3%가 ‘하층민이다’라고 한 충격적인 수치가 그걸 말해준다. 이 ‘하층민’의 상당수가 직장인과 자영업자들이다. 별로 꿀릴 게 없는 교육을 받고 웬만한 소득을 얻는 직업이 있는데도 보통의 국민들 절반 가까이가 스스로 빈곤계층이라고 자조(自嘲)하고 있는 것이다.
심각한 것은 일생을 노력해도 계층 상승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다수인 58.7%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이들에게는 세계 아홉 번째 무역 1조달러 달성의 위업도 나와 상관없는 얘기일 뿐이다. 수출로 키워온 우리 경제의 성장과 일자리의 연결고리는 이미 끊어졌다. 내게 다급한 현실은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데 물가는 끝없이 뛰어 빚만 자꾸 늘어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악순환에서 벗어날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불황의 그늘에서 오히려 중산층 붕괴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경고가 절망스럽다. ‘3대 신빈곤층의 등장’(현대경제연구원 ‘2012 국내 10대 트렌드’)이다. 집이 있지만 그 집 때문에 가난한 ‘하우스푸어’, 직장은 있지만 비정규직 딱지가 붙은 ‘워킹푸어’, 노후를 준비 못한 ‘리타이어(retire)푸어’다. 내집 마련을 위해 잔뜩 빚은 졌는데 집값이 형편없이 떨어져 팔지도 못하고, 자식교육에 모든 걸 쏟아붓느라 아무것도 저축할 수 없었는데 이제 꼼짝없이 퇴직의 칼날을 맞아야 하는 베이비부머들, 정규직 노조가 탐욕으로 쌓아 올린 기득권에 막혀 저임금에 시달려야 하는 수많은 비정규직들이 직면한 빈곤 추락의 현실이다.
이들 신빈곤층과 함께, 열심히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절망감에 빠진 보통 월급쟁이들과 생계형 자영업자들은 건드리면 터질 우리 사회의 뇌관이다. 벌써 파괴적 성향을 띤 ‘성난 집단’의 모습을 띠고 있다. 한국 사회를 결국 퇴보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불안의 본질이다.
중산층은 모든 정치·경제·사회 갈등의 완충지대이자 균형추다. 중산층이 불만과 좌절, 분노로 흔들리면 사회안정을 지탱하는 건전한 시민의식이 뒤틀리고 보편적 가치와 질서마저 무너지게 된다. 사회는 앞으로 나아갈 발전에너지를 잃고 미래에 대한 희망은 사라진다. 한국사회는 지금 벼랑 끝으로 가고 있는데 덫을 빠져나올 돌파구가 선명치 않으니 막막할 뿐이다. 이미 경제문제 차원을 넘어 사회 안보의 최대 현안이다.
국가경영을 꿈꾸는 사람들, 박근혜든 안철수든 이 질문의 대답부터 해야 한다. 어떻게 번듯한 일자리 만들어 국민이 불편없이 살아갈 만한 돈을 벌 수 있게 하고, 열심히 일하면 다들 잘살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줄 것인지. 이 나라와 국민을 제대로 지켜나가기 위해 다른 모든 것에 우선한다.
추창근 기획심의실장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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