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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칼럼/2.24] 문재인 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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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887회 작성일 2012-02-24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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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은 인색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제주 해군기지 논쟁에서 그렇다. 두 사안은 대통령 노무현의 야심 찬 작품이다. 문재인은 그 유산 보호에 소홀하다. 그는 자기가 속한 “당의 입장과 같다”고 말한다.



 민주통합당의 말 바꾸기는 이어진다. FTA 전술은 오락가락한다. 지도부는 폐기를 외쳤다. 여론 역풍 탓에 전면 재협상으로 바꿨다. 하지만 냉담과 묵살의 기조는 뚜렷하다.



 FTA 협상은 미래 불확실성에 대한 노무현 식 도전과 확신으로 시작했다. 대통령 이명박(MB)과의 공동 작품이 됐다. 최종 협정은 노무현 정권의 첫 작품 거의 그대로다. MB 정부는 자동차 분야만 일부 양보했다. 현대·기아차는 자신감을 내비친다.



 노무현은 FTA의 고단한 앞날을 예감한 듯하다. 시련의 바람은 진보의 같은 진영에서 불어왔다. 노무현은 생전에 그 위선적 혼란에 대비했다. 단언하고 경멸을 쏟아냈다. 노무현은 “개방과 관련해서 진보주의자들의 주장이 사실로 증명된 것이 없다”고 했다. (『못다 쓴 회고록, 성공과 좌절』)



 그러면서 “진보주의 사람들에게 꼭 부탁하고 싶은 것은··· 교조적 이론에 매몰돼서 흘러간 노래만 계속 부르면 안 됩니다. 일부 고달프고 불평하는 사람들을 선동해서 끌고 갈 수 있겠지만···”이라고 했다.





 ‘선동, 교조적 이론, 흘러간 노래’는 도발적 표현이다. 그런 어휘들은 진보세력을 혐오하고 개탄할 때 동원한다. 수동적 방어의 묵시(<9ED9>示)가 아니다. 노무현의 언어는 공세적 엄호다.



 노무현은 인기 선거 상품이다. 야당 후보들은 노무현을 외친다. 친노(親盧)의 인연을 내건다. 노무현 가치의 계승을 다짐한다. FTA는 노무현의 가치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이중적이다. 이름은 기리면서 가치는 상처 낸다. 어설픈 부조화다. 그 한복판에 당 대표 한명숙, 그리고 이해찬, 정동영이 있다.



 노무현의 유산은 변덕과 배신의 정치 풍경 속에 자리한다. 야당은 노무현의 고뇌 섞인 도전을 기억하지 않는다. 그 비정함 속에 문재인의 모습은 주시 대상이었다. 노무현과의 인연의 깊이와 길이 때문이다. 그가 노무현의 유산을 절묘하게 구제, 정리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문재인도 소극적이다. 흐름에 편승하는 인상이다.



야당은 바뀌지 않을 기세다. 핵심 선거 전략이 깔려 있다. 우선순위는 야권 연대다. 통합진보당, 좌파시민단체, 추종세력과의 연합 전선 형성이다. 연대의 고리와 깃발은 반미(反美)다. 그 세력에게 FTA는 반미의 효율적인 소재다. 노무현 유산은 순위에서 밀려났다. 야당 지도부는 비정함에 구애 받지 않는다. 승리를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기부정의 발상이다.



 제주도 강정 해군기지의 시련도 같다. 기지는 반미의 익숙한 대상이다. 기지 건설도 노무현 정권에서 시작했다. “군사적 무장 없이 평화가 유지되지 않는다. 제주도와 해상을 지키기 위해 해군력이 필요하다”-. 그때 국방장관 김장수가 기억하는 노무현의 전략적 다짐이다. 그 시절에도 문재인은 청와대의 왕 수석, 비서실장이었다.



 문재인은 거제도 출신이다. 그의 부모 고향은 흥남(함경남도)이다. 흥남 철수 때 남한으로 내려왔다. 1950년 12월 전쟁의 겨울은 최악의 추위였다. 미군은 흥남 항구로 후퇴했다. 미군은 피란민을 외면하지 않았다. 10만여 피란민을 미군 LST, 상선에 태웠다. 전쟁 사상 최다 민간인 구출이다. 기적의 철수였다. 그의 부모가 탄 LST는 거제도로 갔다.



 그의 아버지는 공무원이었다. “아버지는 공산당 입당을 강요받았으나 버티고 안 했다고 한다. 유엔군이 진주한 짧은 기간 흥남시청 농업과장도 했다.” (저서 『문재인의 운명』) 미군 군함을 타지 못했다면 운명은 어땠을까. 그의 아버지는 원조 탈북자다. 그런 삶의 여정이 문재인의 미국 인식, 북한 시각에 어떻게 투영됐을지 흥미롭다.



 문재인의 이미지 정치는 주효했다. 공수부대 사병, 명품 복근, 유신 반대와 사시 합격, 노무현을 뒷받침했을 건실함과 의리. 그런 원칙주의는 편안함을 준다. 역설의 매력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문재인의 그런 면모는 포착되지 않는다. 그는 노무현 유산의 구차한 처지 앞에서 머뭇거린다. 계산적이고 의리 부족, 일관성 포기 논란을 야기할 만하다.



 문재인의 생각은 단편적으로 소개됐다. 그는 트위터 단문 정치를 즐긴다. 하지만 ‘정치인 문재인’의 종합적 실체는 선명하지 않다. 그는 자신의 감성적 부분만 절개해서 보여준다. 북한 인권, 반미, FTA와 개방, 제주 기지에 대한 그의 입장은 본격적으로 표출되지 않았다. 그는 말수가 적다. 지나친 과묵은 콘텐트 빈곤의 의심도 산다. 민감한 쟁점에 대한 회피로 굳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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