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인준 칼럼/2.8] 安 교수는 공짜점심을 먹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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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084회 작성일 2012-02-08 13:13본문
배인준 주필
이미 정치에 갇힌 安硏과 安재단
코스닥시장에 등록된 안연 주가는 지난 5년간 최저 5160원, 3년간 최저 8400원 시절을 거쳐 최근 52주 사이엔 최저 1만6500원(작년 3월 15일)에 최고 16만7200원(올 1월 3일)이라는 10배의 기적을 과시했다. 연간 매출 1000억 원도 안 되는 회사의 경영성적과 가치로는 설명할 수 없는 주가 곡예다. 그래서 꼬리표가 붙은 ‘정치테마주’란 이름은 세상에 알려진 안 교수의 기업가정신과 인생관에 비추어 악명(惡名)이 아닐 수 없다.
정치테마주는 굿판에 잘못 낀 소액주주들을 언젠가는 집단피해자로 만드는 것이 예외 없는 철칙이다. 남의 아픔도 자신의 아픔처럼 괴로워하는 안 교수가 이런 정치테마주의 중심에 서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안연의 일부 임직원이 안 교수의 유사(類似)정치 덕에 폭등한 자사 주식을 팔아 최대 수혜자가 된 것은 안 교수의 천사 이미지에 또 한번 먹칠을 했다. 재벌기업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이른바 진보좌파 야당도 시민단체도 가만있지 않았을 것이 틀림없다.
안연 주가는 안 교수가 재단 설립을 공식 발표한 그제 하루에 8.5% 급등해 12만4000원이 됐고 어제 다시 5.6% 올라 13만900원이 됐다. 그제는 코스닥 종목 960개의 평균 지수가 1.05% 하락했고, 어제는 0.38% 상승에 그친 날이다. 안연 주가의 독주가 재단 설립 뉴스보다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정치도 그중 하나”라고 밝힌 안 교수 발언효과임을 시장은 잘 알고 있다.
이런 판에 ‘재단은 재단, 정치는 정치’라고 하는 것은 따로국밥을 국밥이 아니라고 우기는 것처럼 들린다. 이제 안 교수는 재단 출연금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정치를 안한다고 말하기 어려워졌다. 재단은 안 교수 기부 주식 186만 주 가운데 86만 주를 매각하고 100만 주는 주식 상태로 재단 자산에 편입할 것이라고 한다. 만약 86만 주를 현금화하기 전에 안 교수가 정치 포기라도 선언한다면 ‘주가 폭락→출연금 격감’의 낭패를 맞기 십상이다.
재단에 귀속되는 100만 주의 운명은 더 기구할 것 같다. 안 교수의 대선 도전, 후보 확정, 최종적 당선 여부 등 고비마다 주가가 춤출 테니까. 안 교수가 정치에 출사표를 던졌다가 실패하거나 다른 이유로 부득이 정치를 접는 날이면 안연 주가가 폭락하고 100만 주의 재단 출연금도 쪼그라들 우려가 크다.
내려오면 다 잃을지 모르는 不安
이러니 안 교수는 스스로 원했건 원치 않았건 달리는 호랑이 등에 탔다고 봐야 한다. 본인 말대로 고민도 많을 것이다. 어느 날 서울시장이 되고 싶었지만 박원순이라는 강력한 조직력의 진보좌파 시민운동가에게 자신의 인기를 얹어줘야 했던 그다.
‘이번에는 4월 총선 건너뛰고 여름이 왔을 때 대통령의 꿈을 띄워볼까. 그런데 아무도 백마를 태워주지 않으면 어쩌지. 민주당이 독자적 승리를 확신하지 못하면 살려달라고 손을 내밀까. 그때 민주당 1등 후보의 손을 들어주면 차기정권에서 지분을 얼마나 챙길 수 있을는지.’ 이런저런 생각이 들락거릴 만하다.
안 교수는 차기 정권의 주인이 되든지 최소한 공신은 돼야 자신도 살고, 안연도 살고, 재단도 살 수 있는 운명을 자초했다. 그런데 대선에 직접 나서겠다고 하면 검증이다 뭐다 벌 떼처럼 물고 늘어질 테니, 출전하더라도 최대한 시간을 벌어야겠다고 계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궁리를 한다면 안 교수가 보였던 그동안의 교과서적 언행은 위선(僞善)이 되고 만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저 사람 순진한 줄 알았더니, 재단 하나 가지고 재탕삼탕 우려먹는 거 보니 기성정치꾼 뺨치는구먼’ 하는 민심이 돌기 시작했다.
최근 외교공무원이 낀 다이아몬드 게이트라는 주가조작 스캔들이 불거졌지만, 안 교수는 ‘정치의 다이아몬드 원석’ 같은 존재다. 그렇다고 좋은 원석이 반드시 좋은 다이아반지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100m 떨어져서 바라본 미인을 언제까지나 먼발치에서만 바라보겠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제 안철수 신비주의와 외곽 때리기에 슬슬 싫증이 나기 시작한 국민이 늘어날 조짐이다.
그는 수영장에서 헤엄칠 수 있으면 바다에서도 할 수 있다고 했지만 터무니없는 비상식이다. 개울의 돌 대여섯 개짜리 징검다리를 폴짝 뛰어 건너는 것과 1km가 넘는 한강 다리의 난간 위를 아슬아슬 걸어서 건너는 것이 같을 수는 없다. 대통령이란 자리는 후자(後者)에 속한다.
안 교수는 과연 정치와 권력의 공짜점심을 먹을 수 있을까.
배인준 주필 injoon@donga.com
내려오면 다 잃을지 모르는 不安
동아일보 DB
‘이번에는 4월 총선 건너뛰고 여름이 왔을 때 대통령의 꿈을 띄워볼까. 그런데 아무도 백마를 태워주지 않으면 어쩌지. 민주당이 독자적 승리를 확신하지 못하면 살려달라고 손을 내밀까. 그때 민주당 1등 후보의 손을 들어주면 차기정권에서 지분을 얼마나 챙길 수 있을는지.’ 이런저런 생각이 들락거릴 만하다.
안 교수는 차기 정권의 주인이 되든지 최소한 공신은 돼야 자신도 살고, 안연도 살고, 재단도 살 수 있는 운명을 자초했다. 그런데 대선에 직접 나서겠다고 하면 검증이다 뭐다 벌 떼처럼 물고 늘어질 테니, 출전하더라도 최대한 시간을 벌어야겠다고 계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궁리를 한다면 안 교수가 보였던 그동안의 교과서적 언행은 위선(僞善)이 되고 만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저 사람 순진한 줄 알았더니, 재단 하나 가지고 재탕삼탕 우려먹는 거 보니 기성정치꾼 뺨치는구먼’ 하는 민심이 돌기 시작했다.
최근 외교공무원이 낀 다이아몬드 게이트라는 주가조작 스캔들이 불거졌지만, 안 교수는 ‘정치의 다이아몬드 원석’ 같은 존재다. 그렇다고 좋은 원석이 반드시 좋은 다이아반지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100m 떨어져서 바라본 미인을 언제까지나 먼발치에서만 바라보겠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제 안철수 신비주의와 외곽 때리기에 슬슬 싫증이 나기 시작한 국민이 늘어날 조짐이다.
그는 수영장에서 헤엄칠 수 있으면 바다에서도 할 수 있다고 했지만 터무니없는 비상식이다. 개울의 돌 대여섯 개짜리 징검다리를 폴짝 뛰어 건너는 것과 1km가 넘는 한강 다리의 난간 위를 아슬아슬 걸어서 건너는 것이 같을 수는 없다. 대통령이란 자리는 후자(後者)에 속한다.
안 교수는 과연 정치와 권력의 공짜점심을 먹을 수 있을까.
배인준 주필 inj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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