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형 칼럼/4.5] 민간사찰, 그 후흑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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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998회 작성일 2012-04-05 09:35본문
나경원 1억원 피부숍 사건 이후 정치권이 기습적으로 폭로하면 선거에 승리할 수 있다는 못된 맛을 들인 것 같다.
핵(核)안보 정상회의를 잘 치러 한국의 위신이 올라가는 순간 민간사찰을 터뜨렸다. \"왜 가장 사악한 자들이 최고의 권력을 잡게 되는가\"라고 전개한 하이에크 이론을 연상케 한다. 누군가 폭로를 기획했다면 1차로 장진수로 하여금 민간사찰 몸통은 윗선이라고 불게 한 것은 빅히트였다.
2차로 KBS 새 노조 측이 2600여 건의 불법사찰 서류 뭉치를 갖고 있다고 주말에 기습 발표할 때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그냥 드러누울 뻔했다. 박영선 의원이 자료를 들고 나와 TV 앞에서 불법을 외치며 \"대통령 하야를 논의할 시점\"이라 할 때 클라이맥스였으나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었다. 그가 흔든 자료 표지에 노무현 시절임을 알려주는 시점이 인쇄돼 있었으니까. 문재인도 큰소리치다가 훗날 검증을 염려했는지 조용하다.
언론의 폭로, 음모, 대통령의 연루, 돈다발 등등. 영락없는 워터게이트로 짜인 플롯은 이종오의 후흑(厚黑)학을 그려놓은 듯하다. 폭로가 실패한 후 양진영이 필살기로 싸우는 꼴은 상대방 악당 만들기 그 자체다. 야권이 MB와 박근혜를 어떻게든 연환계(連環計)로 묶으려는데 걸려들기는커녕 \"어디 특검해보자\"는 역공에 자신의 가면이 벗겨지곤 하는 형국이다. 민간사찰은 첫 수사 때가 1막, 총선정국의 현 상황은 2막, 그리고 3막은 총선 후~대선 사이에 벌어질 일이다. 특검을 통해 진실이 철저하게 파헤쳐질지, 선거가 끝나면 그날로 `용도폐기 끝`이 될지 알 수 없다. 워터게이트는 2년 넘게 끌었지만 한국의 사찰사건은 MB와 민주당의 문재인에겐 해당되고 박근혜는 무관하므로 계산이 좀 복잡하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대통령의 위신 문제, 그리고 권력 남용으로 연결되는 사건이다. 닉슨이 최대한 큰 표 차이로 이기고 싶어한다는 욕심을 알아차린 부하들은 상대의 선거 진용이 있는 워터게이트 호텔에 비밀 도청기를 설치했다. 현 정권의 민간사찰도 광우병시위 사태 직후 대통령을 조롱한 인물(김종익)을 권력자 부하들이 어떻게 혼내줄지 과잉충성하다 오작동이 시작됐다. 영포라인에서 이 일을 주도했고 그 조직은 대통령의 형과 무관치 않다고 세간에 알려져 있다.
공직자 사찰기관은 총리실-청와대 민정라인을 잇는 조직으로 수십 년 동안 존재해 왔다. 그들의 활동 영역은 공직자에 국한되는 게 원칙이지만 `개와 늑대의 시간`처럼 경계선이 모호하다. 권력자들은 유혹에 빠지고 NLL 부근에서 고기잡이 배처럼 홀려 그만 민통선을 넘곤 했던 것이다.
이 사건도 궁극적으로 닉슨처럼 대통령이 알았느냐가 핵심이다. 워터게이트 도청 자체는 닉슨은 모른 것으로 돼 있고 문제가 터진 후 백악관 직원들의 연루가 없었던 것처럼 공모하는 과정에서 닉슨의 개입이 포인트였다.
3막이 터지든 말든 불법사찰이 일어난 연유를 밝히고 차단장치는 만들어야 불행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첫째, 권력의 사유화(私有化)에 관한 문제이다. 영포라인 같은 특정 지역 인맥이 권력의 칼을 쥐게 되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는지 보여줬다. 향후 지연, 인맥 권력조직을 체크하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둘째, 대통령 형제나 자녀, 친인척의 정권 불개입 원칙의 문제다. SD가 초기에 외국대사로 나갔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란 탄식이 너무나 많다.
셋째, 대통령의 참모 용인술 문제다. 민주당 정권 10년 후 집권한 MB 주위에 구시대 인물이 너무 많이 포진돼 현실감각 부족이 결정타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서 가장 우선하는 것은 권력자의 의지다. YS, DJ, 노무현 정권을 지나면서 \"나만은 예외\"라고 생각하고 현실과 적당히 타협한 나머지 대통령들은 권력의 함정에 모조리 빠지고 말았다. 결과는 친인척 연루와 부패로 대통령의 추락이었다.
[김세형 주필]
핵(核)안보 정상회의를 잘 치러 한국의 위신이 올라가는 순간 민간사찰을 터뜨렸다. \"왜 가장 사악한 자들이 최고의 권력을 잡게 되는가\"라고 전개한 하이에크 이론을 연상케 한다. 누군가 폭로를 기획했다면 1차로 장진수로 하여금 민간사찰 몸통은 윗선이라고 불게 한 것은 빅히트였다.
2차로 KBS 새 노조 측이 2600여 건의 불법사찰 서류 뭉치를 갖고 있다고 주말에 기습 발표할 때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그냥 드러누울 뻔했다. 박영선 의원이 자료를 들고 나와 TV 앞에서 불법을 외치며 \"대통령 하야를 논의할 시점\"이라 할 때 클라이맥스였으나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었다. 그가 흔든 자료 표지에 노무현 시절임을 알려주는 시점이 인쇄돼 있었으니까. 문재인도 큰소리치다가 훗날 검증을 염려했는지 조용하다.
언론의 폭로, 음모, 대통령의 연루, 돈다발 등등. 영락없는 워터게이트로 짜인 플롯은 이종오의 후흑(厚黑)학을 그려놓은 듯하다. 폭로가 실패한 후 양진영이 필살기로 싸우는 꼴은 상대방 악당 만들기 그 자체다. 야권이 MB와 박근혜를 어떻게든 연환계(連環計)로 묶으려는데 걸려들기는커녕 \"어디 특검해보자\"는 역공에 자신의 가면이 벗겨지곤 하는 형국이다. 민간사찰은 첫 수사 때가 1막, 총선정국의 현 상황은 2막, 그리고 3막은 총선 후~대선 사이에 벌어질 일이다. 특검을 통해 진실이 철저하게 파헤쳐질지, 선거가 끝나면 그날로 `용도폐기 끝`이 될지 알 수 없다. 워터게이트는 2년 넘게 끌었지만 한국의 사찰사건은 MB와 민주당의 문재인에겐 해당되고 박근혜는 무관하므로 계산이 좀 복잡하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대통령의 위신 문제, 그리고 권력 남용으로 연결되는 사건이다. 닉슨이 최대한 큰 표 차이로 이기고 싶어한다는 욕심을 알아차린 부하들은 상대의 선거 진용이 있는 워터게이트 호텔에 비밀 도청기를 설치했다. 현 정권의 민간사찰도 광우병시위 사태 직후 대통령을 조롱한 인물(김종익)을 권력자 부하들이 어떻게 혼내줄지 과잉충성하다 오작동이 시작됐다. 영포라인에서 이 일을 주도했고 그 조직은 대통령의 형과 무관치 않다고 세간에 알려져 있다.
공직자 사찰기관은 총리실-청와대 민정라인을 잇는 조직으로 수십 년 동안 존재해 왔다. 그들의 활동 영역은 공직자에 국한되는 게 원칙이지만 `개와 늑대의 시간`처럼 경계선이 모호하다. 권력자들은 유혹에 빠지고 NLL 부근에서 고기잡이 배처럼 홀려 그만 민통선을 넘곤 했던 것이다.
이 사건도 궁극적으로 닉슨처럼 대통령이 알았느냐가 핵심이다. 워터게이트 도청 자체는 닉슨은 모른 것으로 돼 있고 문제가 터진 후 백악관 직원들의 연루가 없었던 것처럼 공모하는 과정에서 닉슨의 개입이 포인트였다.
3막이 터지든 말든 불법사찰이 일어난 연유를 밝히고 차단장치는 만들어야 불행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첫째, 권력의 사유화(私有化)에 관한 문제이다. 영포라인 같은 특정 지역 인맥이 권력의 칼을 쥐게 되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는지 보여줬다. 향후 지연, 인맥 권력조직을 체크하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둘째, 대통령 형제나 자녀, 친인척의 정권 불개입 원칙의 문제다. SD가 초기에 외국대사로 나갔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란 탄식이 너무나 많다.
셋째, 대통령의 참모 용인술 문제다. 민주당 정권 10년 후 집권한 MB 주위에 구시대 인물이 너무 많이 포진돼 현실감각 부족이 결정타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서 가장 우선하는 것은 권력자의 의지다. YS, DJ, 노무현 정권을 지나면서 \"나만은 예외\"라고 생각하고 현실과 적당히 타협한 나머지 대통령들은 권력의 함정에 모조리 빠지고 말았다. 결과는 친인척 연루와 부패로 대통령의 추락이었다.
[김세형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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