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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5.30] 그리스, 개미와 베짱이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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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211회 작성일 2012-06-0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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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는 끝내 유로존을 탈퇴할까, 아니면 살아남을까. 도대체 그 연속극은 언제가 끝인가. 매일 헤아릴 수 없이 쏟아지는 영미(英美)계 분석기사와 칼럼들을 읽고 전망하면 다음과 같다.



유로라는 단일 화폐를 도입했을 때 17개국은 미국연방을 닮고 싶어했다. 그러자면 회원국들의 실력이 같든지, 17개국이 하나의 정치연합체로 공동운명체로 묶었어야 했다. 그리스는 가장 실력이 처졌다. 유로존 초기엔 갑자기 돈가치가 올라가 부자가 된 줄 착각하고 정부나 국민은 흥청망청 썼다. 곧 돈이 바닥나 외국에서 돈을 꿔대 국가부채가 2008년 100%도 안 되던 것이 현재는 161%나 된다. 그동안 헤어컷(hair cut-원리금 탕감)을 53%나 해줬음에도 빚에 치었다. 아직도 부채총계가 3500억유로나 되니 이젠 돈 꿔주는 외국 은행들도 돈 갚을 조건을 안 지키면 못 꿔주겠다고 한다.



정부 지출을 줄일 것, 공무원을 줄일 것, 근로자 월급을 20% 깎을 것, 세금을 올릴 것 등등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가한다. 원래 그리스 화폐를 따로 썼다면 이럴 때 환율이 2~3배로 올라 버리면 모든 국민의 자산, 임금, 기업가치가 무차별 폭락해 버려 누군 좋고 나쁘고가 없다. 이른바 부채의 화폐화(化)다. 그런데 단일 유로화폐를 쓰니 돈가치를 못 깎고 정부가 누구누구를 찍어 수입을 줄여라, 해고하라 등 희생자를 지명해야 하니 아테네가 폭력천지로 바뀌는 것이다.



그리스가 고통을 견디지 못해 유로존을 떠난다고 하자. 정부는 그리스 화폐를 찍어 유로화로 바꿔가라고 한다. 그리스 화폐가 옛날의 드라크마(Drachma)이든 아니든 순식간에 50%쯤은 돈 가치가 폭락한다.



금융가에선 \"(그리스) 다음 차례가 누구냐\"며 패닉에 빠진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국채가 폭락하고 신용경색으로 호흡이 가빠진다. 세계 증시는 리먼 사태를 능가하는 대폭락이 온다. 그리스 기업은 해외에서 외화를 빌릴 능력이 없다. 기업들은 줄도산한다. 그러면 실업률은 현재 22%(청년 실업률 53%)에서 더 아비규환식으로 폭증한다. 뱅크런이 일어나 은행에도 돈이 씨가 마를 것이다. 그리스 정부가 외화를 못 빌리면 석유, 식량도 떨어진다. 고통을 못 견디면 이웃 나라로 대탈출할 것이다. `셍겐조약`을 손보자는 말이 나온다. IMF, ECB 등이 자비를 베풀어 혼란을 막을 것이다. 이 죽음의 행렬이 몇 달이 걸릴지 1년이 더 걸릴지 알 수 없다. 대재난 이후 그리스의 죽은 경쟁력이 다시 소생하고 생명력도 부활한다. 이것이 그렉시트(grexit)의 시나리오다.



죽음의 고통을 견뎌내면 고통의 단말마가 끝나는 줄은 알지만 너무나 무서워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정치세력도 없다. 시리자당의 치프라스도 \"긴축정책에 반대하지만 그렇다고 유로존을 떠나지도 않겠다\"고 말한다. 현실의 고통은 모조리 `No!`라는 거다. G8 정상들은 그리스만 불타오르는 게 아니라 스페인 등에 전염될까 봐 기절초풍해 \"그리스는 유로존에 남아라\"고 하는데 오즈의 마법사 같은 소리다.



금융공학자들이 분석하듯 유로존은 지속할 수 없는, 차로 말하면 달릴 수 없는 기계다. 그리스 근로자가 임금을 낮추는 만큼 독일 근로자가 올리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는 장치다. 굳이 해결책을 대자면 미국연방처럼 하면 된다. 유로존 회원국 전체가 나라살림, 정치인을 합쳐 초국가를 운영하는 것이다. 잘사는 독일이 못사는 남부유럽을 제 국민으로 여겨 완전 양보하는 것이다. 유로본드를 발행하자는 말이 바로 그 소리다. 독일을 위시한 북유럽 국민들은 개미처럼 근면ㆍ성실하다. 남유럽 라틴계는 고생이 싫은 베짱이로 북유럽인들은 바라본다. 지금 그리스의 고장을 고쳐줘 봐야 5년, 10년이 경과하면 똑같이 고장난다. 베짱이는 개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유로존을 떠나지 않으면 천천히 죽고, 떠나면 짧게 죽었다가 부활한다.



[김세형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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