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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칼럼/5.18] 노무현의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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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232회 작성일 2012-05-18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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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은 5월의 상품이다. 5월은 그 정치 상품의 경쟁력을 부활시킨다. 23일은 그의 죽음 3주기다. 하지만 그 시장의 기류는 미묘하다. ‘노무현 상품’을 파는 정치인들의 기만과 이중성 때문이다. 그들 다수는 노무현의 유산에서 이탈하고 배반했다.



 김해 봉하 마을의 노란 빛깔은 강렬하다. 그곳은 전직 대통령 문화의 롤 모델을 내놓는다. 부엉이 바위 쪽 길에 노란색 바람개비가 무리 지어 돌아간다. 그 길에 추모 전시판이 있다. 그의 어록과 사진을 조합해 모았다.



 “정치인이 거짓말을 했을 때 ‘아니 정치 지도자가 그럴 수 있느냐’라고 흥분해야 하고, 원칙을 버렸을 때 화를 내야 합니다.” 글의 주제는 노무현의 ‘시민 주권’이다.



 통합진보당 간판 이정희가 노무현을 팔았다. “3년 전 노 대통령이 바라보는 마음은 어떠했을까. 노 대통령은 의혹과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저는 어떤 여론 공세도 사실로 확인되기 전에는 믿지 않았다.”-. 이정희의 ‘노무현 장사’는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물귀신 작전’이라는 빈축을 샀다.

 이정희의 당권파는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실을 부인한다. 노무현은 그런 거짓말의 대응 방식을 제시했다. 시민 주권자로서 분노와 흥분이다.



 당권파는 억지와 궤변을 되풀이한다. “마녀사냥 말라” “뭉텅이 표, 풀이 다시 살아나서 붙은 것.” 그것은 단순한 항변이 아니다. 그들은 반복된 언어의 전염성을 기대한다. 거듭된 거짓말로 대중에게 혼란과 피로감을 주려 한다. 하지만 민심은 속지 않는다.



 노무현 어록은 이런 상황에 대비한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는… 더럽고 아니꼬운 꼬라지 좀 안 보고 그래서 하루하루가 신명 나게 이어지는 그런 세상.” 당권파는 다수 국민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노무현식 어법은 그 답답함을 풀어준다.



 봉하의 컨셉트는 그의 민주주의 역정이다. 한명숙과 이정희의 야권연대는 노무현 정신을 기렸다. 그들은 “후퇴한 민주주의를 되돌려놓자”고 결의했다. 하지만 현실은 기막힌 역설이다. 야권연대의 한 축이 민주주의를 파괴한다.



 과거 민주주의 위기는 우파 독재정권에서 비롯됐다. 한국 정치사의 경험이다. 이제 민주주의 위기는 극좌 진보에서 온다. 통합진보당의 문화적 감수성은 배타와 독선이다. 권위주의와 위계질서는 독재정권보다 엄중하다. 폐쇄와 종파성은 심각하다.



 ‘2013년 체제’는 야권의 이념 지향이다. 서울대 명예교수 백낙청은 그 기획자다. 백낙청의 진보 원탁회의는 야권연대를 후원했다. 진보진영은 1류 진보, 종북 좌파, 기회주의 좌파들로 섞여 있다. 진보의 이미지는 동반 추락한다. ‘2013년 체제’의 기세도 떨어졌다. 당권파의 행태는 절묘한 학습효과로 작동한다.



 진보는 노무현의 담론이기도 하다. 전시물에 이런 대목이 있다. “…진보도 민주주의를 잘해야 이룰 수 있다는 게 노무현의 민주주의론이다.” 노무현은 진보의 위선을 경계했다. 그는 진보진영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를 돌파했다. “…FTA 반대론자들은 한국 정부가 미리 무릎을 꿇고 국익을 해치는 중대한 양보를 한 것처럼 주장했다…내가 대통령으로 있던 대한민국은 ‘굴욕외교’를 하는 나라가 아니었다.” 그 내용은 관람객의 시선을 잡는다.



 전시장은 노무현의 지정학적 야망을 펼친다. “한반도 대결의 질서는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랜 역사를 가진 동북아 대결구도의 일부다. …자주국방과 균형외교를 추진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의 자주국방론은 갈등하면서 표출됐다. 그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집착했다. 그것은 한·미 동맹 해체라는 의심을 샀다. 자주국방의 의지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도 투사된다.



 제주 앞바다는 미·중·일·러시아 해군력의 시위 현장이다. 해군력이 한반도 질서를 재편한다. 청일 전쟁, 러일 전쟁이 그랬다. 군사력이 있어야 평화를 지킨다. 해군기지는 노무현의 그런 역사인식에서 출발한다. 구럼비 바위 가치 논란의 차원을 뛰어넘는다.



 추도행사 열기는 23일에 고조된다. 친노, 야권연대, 좌파시민단체 사람들이 묘역에 모인다. 그들은 노무현 유산의 계승을 다짐해왔다. 하지만 4·11 총선 때 그 세력 다수는 노무현의 비전에서 멀어졌다. 노무현의 집념과 야망을 외면했다. 그것은 그들의 역사적 상상력이 부족한 탓이다. 노무현 상품을 팔아 이용하는 기회주의 때문이기도 하다. 아니면 종북 쪽에 서 있어서다.



 3주기는 탈상(脫喪)이다. 노무현은 현실정치에서 해방돼야 할 때다. 그를 현실정치에서 풀어줘야 한다. 그래야 노무현 정치유산의 경쟁력이 새롭고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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