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인준 칼럼/5.16] 미리 보는 민주-통진 공동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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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1,532회 작성일 2012-05-16 09:29본문
배인준 주필
통합진보당의 아이콘 이정희는 서울 관악을(乙) 야권후보 단일화 여론조작사건만 묻혔더라도 재선 국회의원의 ‘살인 미소’로 더 많은 국민의 가슴을 설레게 했을 것이다. 1년 전 ‘진보의 붉은 장미’라며 이정희를 띄운 조국 서울대 교수는 더욱 신이 나 트위터 찬사를 바쳤을지 모른다. 이정희는 통진당 대통령 후보 레이스에 나왔을 것이고, 그의 배후인 당권파는 유시민 심상정을 밀쳐내고 이정희를 후보로 세울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정희는 여론조작 파문으로 재선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통진당 비례대표 경선부정(不正)사건만 터지지 않았다면 변함없이 당권파의 간판으로 전략적 대선 주자 반열에 오를 가능성은 남아있었다. 제1야당 민주통합당은 통진당과의 대선 연대에 간절하게 매달렸을 것이고, 통진당은 민주당을 더 만만하게 조종하며 ‘공동정권 수립’이라는 중간목표에 다가섰을 것이다. 이정희가 18대 대통령(2013∼2018년)은 민주당이나 안철수 교수에게 양보하지만 ‘19대(2018∼2023년)는 내 차례’라고 생각했을 법하다.
4·11총선에서 국회 13석을 차지한 통진당의 선거사기(詐欺)가 완전범죄로 끝났더라면, 그리고 종북세력 핵심 몸통인 비례대표 2번 이석기 등이 상처 없이 국회에 둥지를 틀었다면 대한민국은 ‘종북과의 본격적 동거(同居)’라는 역사의 변곡점을 맞았을 것이다. 이들이 민주당과 견고한 스크럼을 짜고 대선 승리의 주역이 될 가능성도 높아졌을 것이다.
통진당 사태, 국민 상상력을 자극
그래서 공동정권이 출범한다면 김대중-김종필(DJP) 연합정권이나 노무현 정권과는 본질이 전혀 다른 정권이 될 것이다. 김일성 김정일의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삼고,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헌법 정신을 부정하며, 한미 안보동맹을 해체시키려는 사람들이 국회의원뿐 아니라 장차관, 청와대 비서관, 정부산하 위원회 등의 자리를 요구하고 실제로 차지할 것이다. 이들은 청와대 회의, 국무회의, 야당 연석회의, 정부부처 회의, 안보관련 주요 위원회 등을 통해 대한민국의 뇌(腦)와 심장과 신경계에 파고들 것이다. 대한민국의 정보 보안체계는 무력화(無力化)될 것이고, 대통령부터 이들의 감시를 당할 것이다.
이 공동정권 속의 종북세력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다시 들고 나올 것이다. 유럽에도 극좌정당이 있지만 이들은 소련과 동구권 붕괴로 비빌 언덕이 없다. 반면 대한민국 안의 통진당 주사파 종북세력은 북한 김일성 왕조라는 강력한 배후세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남한 체제 안에서 탄력이 조금만 더 붙으면 국가체제 변질을 얼마든지 시도할 수 있다. 이 점이 대한민국에서 국가보안법이 필요한 이유이고, 주사파가 한사코 국가보안법을 없애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동정권에 진입한 종북세력은 김정은 3대세습이 안착되도록 ‘어린 장군님 영도’에 충성할 것이다. 이를 위해 북쪽의 도발은 엄호하고, 남쪽이 북쪽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줄줄이 제시할 것이며, 남쪽의 안보시스템은 최대한 고장낼 것이다.
통진당 선거부정 및 그 후속사태는 대한민국 속 종북세력의 실체와 특질을 부분적으로나마 드러냈다. 이정희의 겉과 속이 어찌 저토록 다를 수 있는지, 많은 국민은 경악했고 일부 국민은 실망했겠지만 아무튼 저들의 가면이 조금 벗겨졌다. 그러나 앞으로도 저들의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나의 추론이 아니고 한때 저들과 함께 지하활동을 하다가, ‘주사파 원조’ 김영환이 민혁당을 해체한 뒤 그를 따라 전향하고 커밍아웃한 인물의 체험적 판단이다. 저들 세력은 20∼30년간 종북노선 중심으로 뭉쳐있어 집단 자체의 전향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김정은 3대 세습이 공식화하면서 종북세력은 ‘강력하게 옳다고 할 수도, 강경하게 부정할 수도 없어’ 좀 흔들렸지만 누군가가 “3대 세습은 안 된다”라고 하는 순간 본인만 쫓겨날 것이고 그러면 갈 곳이 없음을 서로가 안다는 얘기다.
이들에겐 애당초 민주주의 DNA가 없다. 이번 총선의 최대 프로젝트는 이석기 김재연 등이 국회의원으로 제도권에 진입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민주적 경선 절차를 밟는 척했지만 실제로는 ‘2, 3인의 지도부’가 막후에서 내린 결정이나, 세운 목표를 관철하기 위해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았다.
야권연대 집착 종착역은 어딜까
이들이 통진당 비당권파가 의결한 ‘비례대표 총사퇴’를 거부하는 것도 국회에 들어가는 것이 현재의 무조건적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이미 국회의원 등록까지 마쳤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창출로 집권한 경험이 있는 이해찬 문재인 등 민주당 유력자들은 통진당이 이런 속살을 드러냈음에도 대선 연대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통진당 다음은 민주당 내 종북세력이 국민적 관찰의 대상이 될지도 모르겠다.
배인준 주필 inj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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