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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준 칼럼/5.2] 문재인을 보며 안철수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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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323회 작성일 2012-05-02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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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준 주필



이번에는 안철수 교수 대신 아버지 안영모 옹이 입을 열었다. 지난주 국제신문 인터뷰에서 안 옹은 “민주당은 사실 문재인 말고는 눈에 띄는 사람이 없어. 안철수 대 박근혜 구도가 안 되겠나”라고 말했다.



총선 한번 거치며 흠결 보인 文




문재인은 4·11총선에서 대통령후보 이미지를 확실히 굳히지는 못했다. PK(부산·경남)에서 문풍(文風)을 과시하려 했지만 박풍(朴風·박근혜 바람)에 막혔다. 문재인은 ‘김용민 외설·저주 막말’이 국민을 분노케 한 상황에서 나꼼수를 부산으로 불러들였다. 자신이 나꼼수의 포로가 아니라면 ‘정치적 판단력’에 의문을 남기는 결정이었다. 문재인이 실제로 나꼼수의 정치적 도구라면 더 큰 문제다. 사회가 아무리 경박해졌다 해도 나꼼수의 등에 업혀 대통령 해보겠다고 생각한다면 국민 양식(良識)에 대한 조롱이다. 요즘 문재인은 이해찬과 박지원의 ‘당권 야합’에 한배를 타려다가 당 안팎의 비판을 받고 있다. 담합(談合)을 단합(團合)이라고 강변했다가 혼이 나는 형국이다.



안철수는 정치력 시험에서 고전 중인 문재인을 지켜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죽을 쑬수록 내 몸값은 뛸 것이라며 미소 지을까.









나는 다른 상상을 해본다. 안철수가 총선 기간에 ‘지역보다 인물을 보시고 꼭 투표하세요’라고 무늬 고운 강연만 하지 않고, 국회의원 후보로 총선에 뛰어들었다면 어땠을까. 무소속으로건, 신당을 만들어서건, 기존 정당에 들어가서건 문재인 같은 역할을 떠맡았다면 문재인보다 잘했을까. 또 선거패배 수습의 소용돌이에 끼어들 수밖에 없었다면 문재인과는 달리 흠결 없는 리더십을 발휘했을까.



문재인은 2002년 대선 때 부산선대위원장으로 현실정치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리고 대통령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정무특보, 비서실장 등으로 노무현 정치의 ‘도전과 좌절’을 함께했다. 작년부터는 이해찬 등과 야권통합 정치의 앞줄에 서있다. 이런 문재인도 정치판의 이해(利害)와 갈등을 뚫고나가는 게 “힘들다”고 털어놓는다. 대한민국 5000만 국민의 맨 앞자리에 서는 일은 백배 천배 힘들 것이다.



안철수는 정말 다를까. 아버지는 아들에 대해 “(정치도) 참 잘할 재능은 가지고 있는데…”라며 “(대선 출마) 발표를 안 해서 그렇지 발표하면 난리가 날 거야”라고 했다. “아들의 성격을 아는데, 절대 경선(競選)은 안 한다”고 배수진도 쳤다. 이에 앞서 아들은 총선 일주일 전 강연에서 “내가 제3당을 창당했으면 (의석을) 꽤 많이 확보할 수 있었겠지만, 지난해 12월 창당 안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81세의 아버지는 좀 엉뚱한 말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거머리 있는 논에 발 한번 담그지 않고서는 ‘내가 농사를 지었으면 수확이 좋았을 것’이라는 식으로 말하는 아들의 모습은 어느덧 오만함을 느끼게 한다. 대청마루에 에어컨 켜놓고 참외 깎아먹으며 ‘농학 개론’을 잘 외운다고 곡식이 익는 것은 아니다.



安, 이제 맺고 끊을 시간이다




문재인에게 현실정치가 ‘힐링캠프’ 토크쇼와 다르듯이 안철수에게도 정치는 ‘청춘콘서트’나 ‘무릎팍도사’ 얘기판과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대통령이 감당해야 할 국정(國政)의 어려움은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이 숱한 시행착오와 실패를 통해 보여줬다.



안철수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기성정치에 대한 실망이 키웠다. 하지만 그가 막상 정치를 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지, 진실로 국민을 위한 지도자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인이 요리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정치 이전에 ‘안철수가 확실하게 이뤄놓은 게 무엇인가, 안철수연구소도 세계 수준과는 거리가 멀지 않은가, 그가 과연 한국 굴지의 기업가 반열에 오를 자격이 있는가’ 하고 따지는 국민도 적지 않다.



진정 국가지도자를 꿈꾼다면 선거민주주의의 주인인 국민에게 자신이 어떤 인물인지 충분히 보여준 뒤 심판을 기다리는 것이 정도(正道)요, 안철수 본인이 강조하는 상식이다. 국정 이해도(理解度)부터 점검받아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검증은 건너뛰고 신비주의로 가자’고 마음먹는다면 비겁할 뿐 아니라 그 자체로 결격(缺格)이다.



대선 출마에 대해 안철수는 앞의 강연에서 “내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내게 주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적 옹립이나 정치권의 추대를 뜻하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국민은 ‘안철수 정치’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보여준 게 없기 때문이다. 정치에서의 도전과 응전을 해본 적이 없으니 스스로도 자신의 정치적 자질과 능력을 알기 힘들 것이다. 그런 인물에게 국민이 무얼 줄 수 있을까.



아버지는 50년간 지켜본 아들에 대해 “맺고 끊는 게 말도 못하게 놀랄 정도”라고 자랑했다. 이제 아들이 맺고 끊을 시간이다.



배인준 주필 inj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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