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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6.28] 미국 산업현장서 보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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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0,201회 작성일 2012-06-28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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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소재한 현대ㆍ기아차 공장과 자동차연구소 등을 잠깐 들여다볼 기회를 가졌다. 그들의 성공담을 잘 알기에 외형적 모습보다 미국 근로자들은 무슨 생각으로 일하기에 한국보다 더 생산적인지에 관심이 갔다. 미국 근로자들로 이뤄진 공장 내에서 들은 얘기는 놀랄 만큼 한국과 달랐다. \"일하는 도중 조는 사람은 즉각 신고가 들어옵니다.\" \"작업 중 휴대폰을 받는 경우도 신고대상입니다.\" 한국 같으면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일 것 같았다. 가장 회자되는 얘기는 한국 본사에서 온 선배가 후배에게 위스키를 한 병 선물하여 책상서랍 속에 넣어두는 장면을 목격한 미국 근로자가 신고한 사건이었다. 이런 신고에 회사 측이 사규에 맞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법원에 제소한다는 것. 결국 이 직원은 징계를 당했다고 한다. 점심때 맥주 한 잔 하자는 말은 꺼낼 수가 없다. 술 냄새가 나면 쫓겨나고 잠깐 졸아도, 심지어 보안경을 끼고 있지 않아도 누군가 신고한다. 미국의 근로자들은 다른 사람의 해이함으로 인해 자신이 경제적 손실을 입는 행동은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자동차 공장 소재지 시장(市長)은 회사 운영에 방해가 되는 일을 해결하는 데 가장 역점을 둔다고 했다. 이름이 토드 체인지인 그는 \"무슨 행사를 한다고 시에 연락해 오면 도로 청소, 심지어 휴지까지 주워 준다. 여기 지자체 근무자들은 자신이 시민의 종(servant)이란 개념이 확고하다\"고 말한다.



미국 근로자나 지자체 근무자의 몸에 밴 체질은 공짜가 없다는 시민의식일 것이다. 국제적 자동차회사들이 북쪽의 디트로이트를 버리고 남부 조지아 애틀랜타 벨트에 모이는 까닭은 노조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LA 남부해안을 따라 내려가면 어바인 쪽에 BMW 도요타 벤츠 아우디 등이 줄줄이 자리하고 현대ㆍ기아차도 여기에 있다. 그 결과 전 세계 유명한 브레인들이 여러 연구소들과 기술 교류가 가능한 클러스터가 형성됐다.



이 두 가지를 보면서 무엇을 느끼는가?



첫째, 미국은 꾸준히 외국 대기업을 불러들여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둘째는 요즘 말하는 소위 3차 산업혁명의 진앙지라는 사실이다. 1차 산업혁명이 공장의 탄생, 2차 혁명이 대량 생산혁명이라면 3차 산업혁명은 생산의 디지털화, 즉 포드의 어셈블리의 해체다. 실리콘밸리, 오토밸리의 현장은 3차 혁명의 모습이다(이코노미스트誌 4월 21일자 참조).



미국 공장 근로자들의 엄격함, 일자리 창출을 위해 아시아 여러 나라를 뛰어다니며 공장 유치에 헌신하는 체인지 시장의 행보는 한국의 쌍용차, 한진중공업사태를 떠올리게 만든다. 생떼를 쓰는 민노총 계열의 그릇된 근로의식, 이를 부채질하는 패악 정치인들은 한국의 20-50클럽 가입을 말할 자격이 없다. 한국이 최근 수년간 변변한 외국 대기업이나 R&D센터 하나 제대로 유치하지 못한 것도 그들의 책임이 크다.



미국의 몇 가지 케이스만 보고 전체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기본기도 못 갖추며 잘되길 바랄 수 없는 법이다.



한 국가가 한번 형성되면 좀체 기존상태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운데 규범, 믿음, 관습, 공통의 편견 같은 것이 그 인자다. 사람들의 정신과 뇌가 어떻게 움직이느냐는 현상이다. 그것이 정치이며 곧 제도를 만들어 내는 틀로서 한 나라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경제학자 더글러스 노스는 이를 `경로의존성`이라고 명명했고 1993년 노벨상을 탔다. 한국이 압축성장한 까닭은 경로의존성이 전 세계에서 가장 탁월한 탓이었다. 과거 미국 공장근로자들도 따라올 수 없는 승부근성, 몇몇 정치엘리트들의 눈부신 활약상을 우리는 알고 있다. 노스는 유권자들은 합리적으로 무지하다고 가정했다. 그렇다. 미국 공장과 주변 요소를 보면서 한국의 현재 모습을 보면 크게 흐트러져 가는 것 같다. 선진국이 되기도 전에 그렇다면 한국은 지금이 상투다. 선진국으로 피어나기 전에 시들 테니까.



[김세형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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