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희영 칼럼/8.11] \"메가 뱅크는 사기 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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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895회 작성일 2012-08-13 09:00본문
\'빅뱅\' 산물 美·英 대형 금융사 4년 전 정부 지원으로 살렸지만
금융 비리 잇따르고 재정 바닥… 지금은 용서 없이 벌금과 수사
이젠 애물단지 된 \'수퍼 권력\' 은행 덩치 통제하거나 쪼개야
대처 영국 총리가 \'빅뱅(Big Bang)\'이라 부르는 금융개혁을 단행한 것은 1986년이었다. 정부가 쥐고 있던 금리 결정권을 중앙은행에 넘겼고 여러 금융 규제를 풀어줬다. 누군가가 대처의 금융 완화 조치를 \"팬티 한 장만 남기고 다 벗었다\"고 촌평했다. 런던 은행들은 신나는 돈벌이에 살판난 듯 들떴다.
그 런던에 전 세계의 은행들이 몰려들면서 26년의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요즘 런던올림픽 축제의 무대 뒤에서는 추잡한 금융 스캔들이 올림픽 개막식의 폭죽처럼 연달아 터지고 있다. HSBC는 마약 조직의 자금을 세탁해준 혐의로 조사받고 있고,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이란과 불법 거래를 했다는 이유로 도마 위에 올라 있다.
숫자가 제로(0)에서 출발하듯 런던은행 간 금리(리보)는 은행가들이 계약서를 작성할 때 기준점이자 출발점이었다. 바클레이스은행은 그 금리를 조작한 범죄를 저질렀다가 무거운 벌금형을 받았다. 재무부 장관 입에선 좀체 쓰지 않던 \'사기(詐欺)\'라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빅뱅 정책은 미국 클린턴 대통령이 그대로 베껴다 월스트리트에 풀었고 일본과 한국도 그 뒤를 따랐다. 우주가 대폭발을 일으켜 태양과 달·지구를 창조해냈던 것처럼 금융업이 폭발하면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부(國富)를 쌓아올릴 효자산업이 탄생한다는 것을 영국과 미국이 증명하는 듯했다. 그러나 4년 전엔 월스트리트가 무너지더니, 이번엔 런던 금융의 심장이 녹아내리고 있다.
대형 금융회사를 보는 시각은 4년 전과 달라졌다. 월스트리트가 말썽을 피울 때만 해도 시티은행이나 골드만삭스가 도산(倒産)할까 두려워 정부가 재빨리 구제금융을 제공했다. 더 큰 참변을 막으려고 세금을 지원해 살려냈다. \'덩치가 큰 것들\'의 붕괴가 몰고 올 충격을 걱정해 모든 게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 나라든 정치권과 정부가 메가 뱅크를 다루는 방식이 거칠어졌다. 미국에서는 연방정부도 아닌 뉴욕주 감독 당국이 나서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 벌금을 부과했다. 불법 행위가 나오면 용서 없이 벌금을 때리고 수사에 돌입한다.
이처럼 달라진 것은 영국이나 미국,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이 더 이상 부실 은행을 구제할 형편이 못 되기 때문이다. 재정이 바닥나 버린 것이다. 게다가 날이 갈수록 금융 비리는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나 정치권이 더 이상 그들을 옹호하다가는 \'범죄집단\' \'사기조직\'을 대변하는 하수인으로 몰리기 십상인 것이다.
세계적인 대형 은행들은 그동안 \'통제받지 않는 권력\'을 마음껏 즐겼다. 영국계 은행들은 런던에서는 불법인 거래를 싱가포르에서 성사시키곤 했고, 정부 감시가 엄한 프랑크푸르트를 벗어나 뉴욕에서 덩치를 키운 독일은행도 있다. 글로벌 경영을 한다는 명분 아래 국가의 감시 카메라에서 벗어나 외국에서 돈벌이에 몰두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위기에 몰리자 대형 은행들은 일제히 모국(母國)에 돌아가 살려달라고 자기 정부와 자기 국민에게 손을 내밀었다.
높은 연봉을 받으며 요트와 사냥의 맛을 만끽하던 인간들이 무슨 염치로 돌아와 국가의 보호를 바라는가. 지난 4년 새 이런 여론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은행 규모가 클수록 가짜 상품을 많이 팔고 변칙 거래와 불법 행위가 엄청나다는 사실도 속속 드러났다.
빅뱅의 시대는 끝났다. 초대형 은행은 애물단지가 됐다. 선진국에서는 메가 뱅크의 규모를 통제해야 한다는 논의가 한창이다. 국가 경제규모(GDP)의 20~30% 선(線)까지만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 시작했다. 너무 큰 회사는 쪼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2011년 우리나라 경제 규모는 1237조원이었다. 지난 3월 말 현재 우리금융지주의 자산 규모는 319조원이고, 신한은 295조원, KB와 하나금융지주는 285조원, 농협은 248조원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금융관련 계열사들을 합친 자산 규모만 해도 232조원이다. 얼추 덩치 키우기의 한계점에 도달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국도 메가 뱅크를 가져야 한다는 꿈을 팔며 금융지주회사들끼리 합병시켜 덩치를 키우려는 시도가 있었다. 금융지주회사들은 저마다 은행부터 증권회사, 보험회사, 자산운용회사, 사모펀드(PEF)를 설립하고 저축은행까지 인수해 비빔밥처럼 뒤섞인 회사로 뛰어가고 있다.
캐나다의 대형은행 6곳 중 이번 금융위기에 말려든 곳은 한 군데도 없다. 덩치를 키우지 않았고 한입에 큰돈을 챙기려는 유혹에도 빠져들지 않았다. 그들은 크지는 않아도 건강한 은행이 국가 발전에 기여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뉴욕과 런던 금융가의 실패를 보며 우리는 \'국가의 통제에서 벗어난 수퍼 권력들\'에 대한 공포를 느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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