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형 칼럼/11.1] 디즈레일리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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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0,727회 작성일 2012-11-01 09:18본문
대통령이 되겠다는 세 명의 후보가 자신의 철학과 비전을 제시한 지 벌써 두세 달이 흘렀다. 유권자들은 어느 후보에게서 희망을 봤는지 모르겠다. 나는 머릿속에 등불이 반짝 켜진 것 같은 순간을 맛본 적이 없다. 가령 어떤 후보가 \"세종시는 잘못됐다. 과거의 잘못에서 배워야 한다\"고 했다면 달랐을 거다.
난세는 영웅을 기다린다. 지금 경제는 위기의 먹구름으로 빨려들고 일자리가 없는 2030세대는 절망의 자맥질을 하고 있다.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애타게 호소했는데 정치권의 공약은 무엇이었나. 기업분할명령제, 성과공유제 도입 등 일자리와는 무관했다. 되레 남은 쪽박마저 깨겠다는 기세다.
삼성 현대 LG 등의 총수들이나 경영진을 붙들고 어떻게 하면 국내에 공장을 짓겠는지, 해외 공장을 뜯어다 국내로 U턴시킬지 현실적인 설계를 해본 적이 없다. 재벌은 무엇을 양보해야 하고 노동계는 임금을 얼마로 맞춰야 하며 정부는 공장 용지를 평당 얼마로 치면 과연 대기업 공장이 들어설 수 있는지, 과연 디슨트 잡(decent job)이 한국에 더 생겨날 수 있는지 한번 계산기라도 두들겨 보는 노력이 있었는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애플이 꼭 해외에서 공장을 돌려야 하는가. 국내서 생산하는 방법도 찾아보자\"고 말한 적이 있다.
야권 후보들은 대기업-중소기업 간 생태계만 조절하면 된다는데 지금 대기업 협력사들까지 줄줄이 미국, 동남아로 나가는 판국이다.
기업분할명령제를 도입하면 누가 대상일까.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그걸 분할해서 뭘 얻으려는 건가. 카타르시스? 기업분할은 전 세계적으로 1984년 미국 AT&T가 8개로 쪼개진 후 역사의 유물이 됐다. AT&T가 분할된 효과를 이석채 KT 회장에게 물으니 \"미국은 그 사건 때문에 세계 이동통신업계 싸움에서 브리티시텔레콤, 보다폰에 뼈아픈 패배를 맛봤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공약이 이 모양이니 어떤 후보가 무슨 분야 공약을 낸다 해도 소 닭 보듯 한다.
선전(propaganda)이라는 개념을 정치, 기업 홍보에 도입해 전설이 된 에드워드 버네이스는 이러한 현상을 `사상누각이 된 공약`이라고 말했다. 프로이트 가계의 핏줄을 받은 버네이스는 진지하게 설파했다.
\"역사상 최초의 대기업은 정치다. 공약은 대기업의 제품처럼 팔 듯 과학적으로 생산돼 대중에게 인기와 믿음을 얻어야 한다. 안 팔리면 환불해줘야 한다.\"
한국 정치사의 공약 가운데 세종시처럼 온 나라를 헤집어 놓은 사례는 없었다. 정치는 불량제품을 리콜한 적이 없다.
지도자는 현실을 뛰어넘는 용기가 필요하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꽃피웠던 벤저민 디즈레일리 총리는 \"나는 국민을 따라야 한다. 그런 내가 과연 국민의 지도자인가?\"라는 불후의 명언을 남겼다. 지도자는 국민의 하인이 아니라 이끌고 나가야 한다는 철학을 정립했다. 민심은 천심이란 말은 꼭 사실인 것은 아니다. 신뢰를 지닌 정치지도자는 여론을 바꿀 힘이 있다.
한국의 대선판에서 세 명의 후보는 골목상권, 비정규직, 과학인대회에 3인1조처럼 몰려다니며 사실상 `아부경쟁`을 하고 있다. 차별화는 없고 바짝 졸아 붙은 모습이다. 국민은 한국이 일본짝 나는 게 아니냐는 두려움에 꽉 차 있다. 일본처럼 저출산-고령화와 복합불황 증세에 걸려 10년, 20년 마냥 내리꽂힐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계급투쟁, 수학놀이에 젖어 있을 틈이 없다. 설상가상 요즘 원화강세는 강도처럼 쳐들어와 단 한 줄기 희망인 수출전선까지 등불이 꺼지려 한다.
세 후보에게 거듭 당부한다. 국민이 가장 아파하고 바라는 해결책을 공약하되 꼭 실현 가능성을 검증하고 발표해 달라. 현재로선 일자리 창출, 가계부채 감소, 한국을 선진국으로 이끌 성장동력 확충 이런 정도일 것이다. 급조하지 말고 실현 가능한 답을 달라.
[김세형 주필]
난세는 영웅을 기다린다. 지금 경제는 위기의 먹구름으로 빨려들고 일자리가 없는 2030세대는 절망의 자맥질을 하고 있다.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애타게 호소했는데 정치권의 공약은 무엇이었나. 기업분할명령제, 성과공유제 도입 등 일자리와는 무관했다. 되레 남은 쪽박마저 깨겠다는 기세다.
삼성 현대 LG 등의 총수들이나 경영진을 붙들고 어떻게 하면 국내에 공장을 짓겠는지, 해외 공장을 뜯어다 국내로 U턴시킬지 현실적인 설계를 해본 적이 없다. 재벌은 무엇을 양보해야 하고 노동계는 임금을 얼마로 맞춰야 하며 정부는 공장 용지를 평당 얼마로 치면 과연 대기업 공장이 들어설 수 있는지, 과연 디슨트 잡(decent job)이 한국에 더 생겨날 수 있는지 한번 계산기라도 두들겨 보는 노력이 있었는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애플이 꼭 해외에서 공장을 돌려야 하는가. 국내서 생산하는 방법도 찾아보자\"고 말한 적이 있다.
야권 후보들은 대기업-중소기업 간 생태계만 조절하면 된다는데 지금 대기업 협력사들까지 줄줄이 미국, 동남아로 나가는 판국이다.
기업분할명령제를 도입하면 누가 대상일까.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그걸 분할해서 뭘 얻으려는 건가. 카타르시스? 기업분할은 전 세계적으로 1984년 미국 AT&T가 8개로 쪼개진 후 역사의 유물이 됐다. AT&T가 분할된 효과를 이석채 KT 회장에게 물으니 \"미국은 그 사건 때문에 세계 이동통신업계 싸움에서 브리티시텔레콤, 보다폰에 뼈아픈 패배를 맛봤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공약이 이 모양이니 어떤 후보가 무슨 분야 공약을 낸다 해도 소 닭 보듯 한다.
선전(propaganda)이라는 개념을 정치, 기업 홍보에 도입해 전설이 된 에드워드 버네이스는 이러한 현상을 `사상누각이 된 공약`이라고 말했다. 프로이트 가계의 핏줄을 받은 버네이스는 진지하게 설파했다.
\"역사상 최초의 대기업은 정치다. 공약은 대기업의 제품처럼 팔 듯 과학적으로 생산돼 대중에게 인기와 믿음을 얻어야 한다. 안 팔리면 환불해줘야 한다.\"
한국 정치사의 공약 가운데 세종시처럼 온 나라를 헤집어 놓은 사례는 없었다. 정치는 불량제품을 리콜한 적이 없다.
지도자는 현실을 뛰어넘는 용기가 필요하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꽃피웠던 벤저민 디즈레일리 총리는 \"나는 국민을 따라야 한다. 그런 내가 과연 국민의 지도자인가?\"라는 불후의 명언을 남겼다. 지도자는 국민의 하인이 아니라 이끌고 나가야 한다는 철학을 정립했다. 민심은 천심이란 말은 꼭 사실인 것은 아니다. 신뢰를 지닌 정치지도자는 여론을 바꿀 힘이 있다.
한국의 대선판에서 세 명의 후보는 골목상권, 비정규직, 과학인대회에 3인1조처럼 몰려다니며 사실상 `아부경쟁`을 하고 있다. 차별화는 없고 바짝 졸아 붙은 모습이다. 국민은 한국이 일본짝 나는 게 아니냐는 두려움에 꽉 차 있다. 일본처럼 저출산-고령화와 복합불황 증세에 걸려 10년, 20년 마냥 내리꽂힐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계급투쟁, 수학놀이에 젖어 있을 틈이 없다. 설상가상 요즘 원화강세는 강도처럼 쳐들어와 단 한 줄기 희망인 수출전선까지 등불이 꺼지려 한다.
세 후보에게 거듭 당부한다. 국민이 가장 아파하고 바라는 해결책을 공약하되 꼭 실현 가능성을 검증하고 발표해 달라. 현재로선 일자리 창출, 가계부채 감소, 한국을 선진국으로 이끌 성장동력 확충 이런 정도일 것이다. 급조하지 말고 실현 가능한 답을 달라.
[김세형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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