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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칼럼/1.4] 김지하, 그 결정적인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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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809회 작성일 2013-01-0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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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순간은 소멸하지 않는다. 순간으로 끝나지 않는 순간이 있다. 정곡(正鵠)을 찌르는 순간이다. 그것은 역사로 바뀐다. 박근혜와 김지하의 만남이 그렇다. 그것은 현대사의 결정적인 화해 장면이다. 그 의미는 2013년 새해에 더욱 유효하다.



 지난해 12월 13일 박근혜는 김지하를 찾아갔다. 원주의 박경리 토지문화관에서 만났다. 김지하는 박경리의 사위다. 시인 김지하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박정희 선생을 굉장히 미워했던 사람입니다.” 박근혜의 응답은 차분한 미소였다.



 “자기 어머니하고 아버지가 총을 맞아 죽은 사람의 딸은 다른 사람들하고 다를 것이다. 그것도 오랜 고독 속에서 자기 에미 애비 원혼을 품고 살았을 것이다. 그 고난이 어떤 것이었을까”-. 김지하는 박근혜를 그렇게 말해 왔다.



 대선은 시대정신을 판가름한다. 이번 대선은 통합이었다. 둘의 만남은 그 정신을 절제와 압축으로 표출했다. 박근혜의 고통을 투시하는 김지하의 감수성은 강렬하면서 잔잔하다.



 그는 박정희 정권의 유신 독재·긴급조치에 저항했다. 그 맞섬은 타협하지 않고 멈추지 않았다. 그로 인한 고초는 지하실, 독방 세월 7여 년이었다.



 김지하는 그 시대의 집단기억 속에 존재한다. 1970년대 젊은 세대에게 담시(譚詩) ‘오적(五賊)’은 충격이었다. ‘타는 목마름’은 자극이었다. 젊은 층은 김지하의 민주화 열정과 반항의 상상력에 엮이려 했다. 그 기억들은 87년 6월 항쟁 때 부활한다. 시위 현장에 30대 넥타이 부대로 가세했다.



 그 세대는 이제 50대에서 60대 초다. 그들은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에 참여했다. 그 세대 다수는 그 성취를 뿌듯해한다. 한국 역사의 전진은 곡절과 파란, 반전과 역설이다. 그 세대는 체험으로 그 원리를 안다. 그것은 균형감각을 주었다. 김지하는 그 감각에 확신을 심었다. 김지하는 “박정희의 과(過)는 과고, 공(功)은 공이야. 잘한 것도 있고 못한 것도 있어”라고 했다.



 그런 50대 다수에게 문재인 진영의 행태는 역사의 퇴행이었다. 그 진영은 극렬 좌파와 3류 진보에게 휘둘렸다. 그들은 현대사의 어두움을 줄곧 끄집어냈다. 그들은 2030세대에게 편가르기와 증오심을 주입했다. 50대 상당수는 자기 자식에게 자학(自虐)적 사관을 넣으려는 극렬 좌파의 행태에 분노했다. 민주화 업적을 독점하려는 언행에 화가 났다.



 백낙청의 원탁회의는 문재인 진영을 후원했다. 서울대 명예교수 백낙청은 ‘2013년 체제’라는 깃발을 걸었다. 50대 대부분은 그 깃발에 얹힌 위선과 거짓 선동을 알아챘다. 그 안목은 그들 세대의 독특한 경험에서 나온다. 김지하는 백낙청을 비판했다. “쑥부쟁이, 깡통 같은 시국담, 2013년 체제라는 설도 시국 얘기인가, 아니면 막걸리에 소주를 섞은 상태인가.”



 김지하식 직설은 결정타였다. 50대 대다수는 자신감을 가졌다. 그 다수의 응징 방식은 조용한 궐기였다. 그들은 투표장에 요란하지 않게 몰려갔다. 박근혜를 찍었다.



 민주당의 패인 분석은 어설프다. 50대 복지정책을 제대로 내놓지 않아 졌다고 해석한다. 그런 이유는 부분적이다. 핵심이 아니다. 그런 접근은 50대의 성숙한 시대 의식을 평가절하하는 것이다. 그들 다수의 문재인 외면은 갈등과 편향의 역사관에 대한 심판이었다.



 박근혜와 김지하의 만남은 통합의 기점이다. 차기 박근혜 정권은 통합의 토양을 넓혀야 한다. 긍정의 역사관을 민심 속에 뿌리내려야 한다.



그 중심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다. 이승만부터 이명박 대통령 시대의 성공과 실패, 밝음과 어두움을 균형 있게 정리해야 한다. 대통령의 공적은 새로운 비전으로 다듬어야 한다. 과오는 반면교사로 삼는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 중국의 최고 지도자 문화가 그런 모습이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 문화는 국민통합의 원동력이다. 중국의 리더십 토양은 덩샤오핑(鄧小平)의 긍정적인 마오쩌둥(毛澤東) 평가로 축적됐다.



 긍정의 역사관은 2030세대로 확장돼야 한다. 세대 간 화합은 어둠의 역사관 퇴출로 단단해진다. 극렬 좌파와 과격 진보가 야권의 노선을 주도한다. 1류 진보와 합리적 좌파는 변방으로 밀려나 있다. 극렬 좌파들은 박근혜의 실수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제2의 광우병 촛불로 재기를 모색할 것이다. 박근혜 차기 정권은 1류 좌파, 건강한 진보와의 소통에 익숙해야 한다. 보수 진영에겐 성찰과 개혁을 요구해야 한다.



 박근혜는 시대교체를 역설했다. 시대교체의 바탕은 역사관의 정비와 교체다. 박근혜는 당선인 신년인사에서 “과거를 털어버리고 새로운 미래를 창출하자”고 했다. 통합과 긍정의 역사관이 선진미래를 역동적으로 연다. 그 역사관이 국민행복시대를 이끄는 추진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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