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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준 칼럼/12.26] 朴 당선인의 책임 동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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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359회 작성일 2012-12-2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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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두 달 뒤면 33년 전에 떠났던 청와대로 다시 들어간다. 감회가 새롭고 옛날 생각도 날 것이다. 22세부터 27세까지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으니 그때의 경험이 18대 대통령 국정에 참고도 될 것이다. 그러나 시대가 상전벽해(桑田碧海)라고 할 만큼 변했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만기친람(萬機親覽)은 여러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모든 현안을 직접 챙기는 부지런함보다는 핵심 인사(人事)의 성공이 열 배는 중요하다.



虛名의 전문가들 잘 가려내야



‘국정 전문가 시험’이란 것이 있다면 경제 안보 교육 복지 같은 필수과목에서도 대통령이 합격하기는 힘들 것이다. 예를 들어 글로벌 금융시장과 국내 금융시장이 어떤 메커니즘과 시스템과 관행으로 맞물려 돌아가는지, 몇 년 전부터 대통령 수업을 해온 박 당선인도 속속들이 알지는 못할 것이다. 군(軍) 운용에 관해서도 국방 요직 출신들로부터 들어 대충 이해는 하겠지만 예컨대 무기체계의 디테일까지 알기는 어렵다. 군에서 반평생을 보낸 장성들조차 정통한 분야가 있고 어두운 분야가 있다. 교육 모순의 현상과 원인에 대해 상식적 진단 정도는 한다고 해도, 공교육 붕괴의 인과(因果)를 밑바닥까지 파악하고 정합성 있는 복합해법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역대 대통령 중에 복지 전달체계의 누수 구조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파악했던 대통령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0\"







어떤 국정분야건 대통령이 설익은 지식으로 너무 많은 답을 직접 내면 실무관료들이 꿰맞추느라 국가적 국민적 비용을 더 치를 우려가 크다. 어느 대통령은 기업인들이 초대형 해외플랜트 사업에 관해 설명하자 군부대 막사 짓는 것과 비교하면서 아는 척을 해 기업인들의 ‘속 비웃음’을 샀다. 또 어떤 대통령은 20년 전 자신의 경험을 근거로 전혀 다른 현안에 감 놔라 배 놔라 해 오히려 일을 그르친 사례도 있었다. 물가관리 하나만 하더라도 국민의 삶, 즉 민생과 직결되는 것이지만 개발경제 시대의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모든 분야에는 전문가가 있다. 해당 영역에 진짜 해박하고 내공 있고 좋은 의미에서 노회하기까지 한 전문가 중에서 사심(私心)이 앞서지 않고 국가와 국민과 정부를 위해 책임질 자세가 되어 있는 인재들을 찾아내 적재적소(適材適所)에 앉히는 것은 ‘성공하는 대통령’의 조건이다. ‘인물을 알아보는 안목’이야말로 국가지도자가 갖춰야 할 첫 번째 자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人事 흐려지면 ‘국민 행복’도 빈말



허명(虛名)의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박사도 많고 교수도 많지만 국정 현장에선 통하지 않는 지식으로 ‘구두를 긁는’ 경우도 허다하다. 시장과 기업의 작동 실상을 모르면서 처방이랍시고 몇 가지 원론을 내놓는 사람들은 진정한 경제정책 전문가가 아니다. 대통령은 이런 허당들을 잘 물리쳐야 한다. 대형 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때문에 골목상권이 죽는다고 갖가지 법률적 처방이 나오지만, 소비자 구미에 딱 맞는 인터넷쇼핑몰 하나만 새로 떠도 가게 수천 개가 문 닫을 정도로 소비패턴과 유통구조가 바뀌었다. 국내 금융계의 핵심 리더 중에도 금융 고급실무 시험을 보면 낙제할 사람이 있어 보인다. 박 당선인 주변에는 금융 전문가 행세를 하는 ‘속 빈 전문가’가 없을까.



정말 사람 잘 골라 써야 한다. 꽤 오래전이지만 대형 금융사고에 연루된 핵심 경제부처 전직 고관이 국회에서 추궁을 당했는데, 비리 여부와는 별개로 금융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것을 보고 놀라웠던 적이 있다.



박 당선인이 성탄절에 서민 삶의 현장을 찾고, 이들의 불편과 고통에 대해 직접 듣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일은 의미 있다. 청와대에서 각계와 기획 미팅을 하면서 실무관료들이 미리 교통정리한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식으로는 민정(民情) 체감이 어려울 것이다. 차기 대통령에게 청와대는 구중심처(九重深處)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경호가 가능한 범위에서 가끔 밤에 광화문에라도 나와서 시민들의 눈빛과 손길을 직접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하지만 대통령이 수도요금 분할징수 문제 같은 것을 다 챙기기로 들면 그야말로 밑도 끝도 없다. 최적의 인물들을 찾아내 국정의 ‘책임 동반자’로 삼아야 한다. 이들에게 주요 업무와 하위 인사까지 과감하게 위임해 책임행정이 이뤄지게 하는 것이 국정의 요체다.



대통령 인사권은 전리품이 아니다. 국정 성공과 국민 행복을 위해 인사권을 엄정하게 행사해야만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박 당선인은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밑에서 일했던 많은 고위관료들의 행태와 표리(表裏)를 적지 않게 알고 있을 터이다. 좋은 약은 입에 쓰고, 감언(甘言)은 귀에 쏙쏙 들어오지만 인사에 흐려져 버리면 대통합도, 민생 대통령도, 국민 행복 시대도, 중산층 70% 복원도 손에 잡히지 않는 종달새가 될 것이다.



배인준 주필 inj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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