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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영 칼럼/12.2] 장기 불황 막으려면 무슨 藥인들 못 쓰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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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581회 작성일 2012-12-0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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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외국인을 중앙은행 총재로… 덴마크는 마이너스 금리 시행

모든 나라가 신무기 총동원… 한국도 생산 인구 줄기 시작하고

장기 불황 조짐 여러 곳 나타나… 대선 주자들, 무기 비축은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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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_img_caption.jpg\" 송희영 논설주간

장기 불황에 빠져 있는 유럽에선 두 가지 실험이 눈길을 끈다. 영국은 중앙은행 총재에 캐나다 사람을 영입했고, 덴마크는 저금리 정책을 뛰어넘어 마이너스 금리제도를 실행하고 있다. \'오죽하면 그렇게까지 하겠는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마크 카니(Carney) 잉글랜드은행 신임 총재는 318년 영국 중앙은행 역사에서 첫 외국인 수장(首長)이다. 우리가 한국은행 총재에 일본인을 임명할 수 있을지 상상해보라. 그가 영국 옥스퍼드대학을 졸업했고 부인이 영국인이라는 것은 점심 식사 자리의 잡담거리에 불과하다.



캐나다는 최근 10년 사이 선진국 중에서 가장 모범적이고 성공적인 금융정책을 펼쳤다. 중앙은행의 감시가 워낙 철저해 대형 은행 중 사고를 치고 구제금융을 달라고 손을 내민 곳이 없다. 2008년 금융 쇼크에도 어느 나라보다 조용했다. 캐나다 경제는 다른 나라들이 모두 허우적거리기 시작한 지 3년이 지나서야 성장률이 하락했다. 그 뒤에는 카니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가 있었다. 영국은 장기 불황을 돌파하려고 중앙은행 총재는 자국인이어야 한다는 선입관을 버렸다.



덴마크 중앙은행은 올 7월부터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0.2%로 낮췄다. 마이너스 금리는 일반 은행 예금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은행들이 중앙은행에 돈(준비예금)을 맡길 때는 보관료를 내야 한다는 말이다. 정부가 은행들에 여유 자금이 넘치면 묵혀두지 말고 대출금으로 풀라고 압박하는 것이다. 더 무서운 불황을 막으려고 그동안 중앙은행이 하지 않았던 비상 정책을 선택한 셈이다.



일본도 요즘 마이너스 금리 도입 논쟁이 뜨겁다. 아베 자민당 총재가 집권하면 지폐 인쇄기를 쌩쌩 돌리고 마이너스 금리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엔고(高)가 20년 불황을 조장했다고 보고 돈을 찍어내 엔화 가치를 낮추겠다는 접근법이다. 일본은 덴마크가 어떻게 가는지 꼼꼼하게 살필 것이다.



모든 나라가 장기 불황과의 전쟁에 새로 개발한 무기(武器)를 총동원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돈을 마음껏 풀고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이 내놓는 신종 무기도 과거와 달라졌다. 1930년대 대공황 때 돈이 돌지 않자 어느 경제학자가 지폐에 유통기간을 표시할 것을 제안했다. \'본 지폐는 2012년 12월 31일 이후 지폐로서 효력을 잃게 됩니다.\' 그러면 열심히 돈을 쓸 것이라는 아이디어였다. 지금은 기업들이 여유 자금을 은행에 오래 맡겨두면 예금 금리를 주지 말고 반대로 보관 수수료나 세금을 징수하자는 논의가 한창이다.



몇몇 국내 기업도 수조원, 수십조원씩 이익 잉여금을 쌓아두고 있다. 대기업들은 규제 전봇대를 뽑아주면 투자하겠다던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그 대신 해외에 큰 공장을 짓는다는 소식만 들려왔다. 내부 유보금에 세금을 때리면 다른 나라로 옮겨놓을 게 틀림없다.



하지만 우량 기업이 여유 자금을 묵혀두고 있는 현상은 일본·미국·독일 모두의 공통 고민이다. 이 돈은 \'죽은 돈(dead money)\'이나 마찬가지다. 지금은 경제학 연구실의 토론 주제지만, 언젠가 주요 국가들이 손을 잡고 글로벌 우량 기업들의 여윳돈을 투자하도록 압력을 넣는 방안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국가가 주식을 발행하는 첨단 무기도 새롭다. \'㈜대한민국\'이라는 법인이 주권(株券)을 발행해 조달한 돈을 경기 부양을 위한 군자금으로 쓰자는 발상이다. 노벨상을 받을 만한 경제학자들이 미국처럼 국가가 더 이상 채권을 발행하기 힘든 나라에 권하는 불황 타개책이다. 이들은 \'기업은 투자 자금 확보를 위해 채권과 주식을 모두 발행하는데, 국가는 채권(국채·國債)으로만 재정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법이 어디 있는가\'라고 반문한다. \'주식회사 아메리카\'의 주식을 매입한 주주들에게는 성장률 같은 것을 기준으로 매년 배당금을 지급하면 된다는 논리다.



우리가 지금 맛보고 있는 불황이 장기 침체로 갈지는 내년 2월 들어설 정권의 경기 판단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그동안 성장을 지탱해오던 생산연령인구가 새 정권의 집권 중에 줄기 시작한다. 한국인의 자산이 7할 이상 묻혀 있는 부동산 시장은 이미 침체 파도 속에 휘말려 들어갔다. 50여년간 개인들이 축적해온 부(富)의 70%가 경제활동에 쓰이지 못한 채 썩어갈 것이라는 뜻이다. 불황이 장기 국면으로 갈 조짐은 여러 곳에서, 그것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지금 정권을 잡겠다고 다투고 있는 사람들은 영국·덴마크처럼 모든 선입관을 버리고 파격적인 결정을 내릴 준비가 돼 있는가. 그리고 나라가 장기 불황에 끌려가지 않도록 막아줄 신종 정책 무기를 여럿 비축해 두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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