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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영 칼럼/2.23] 박근혜의 '5·16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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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0,898회 작성일 2013-02-2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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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벗어나고 자주 경제 세운다는 목표 뚜렷했던 박정희의 \'5·16혁명\'

새 대통령이 든든한 자산 밑천 삼아 미완성의 아버지 공약 완성하려면

성능 한계 이른 관료와 재벌 대신 경제 혁명의 새로운 도구 개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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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희영 논설주간


박정희 혁명 세력이 내건 5·16혁명 공약에는 경제 항목이 있었다. \'절망과 기아 선상에서 허덕이는 민생고(民生苦)를 시급히 해결하고 국가 자주 경제 재건에 총력을 경주한다.\'



가난과 굶주림에서 벗어나겠다는 각오를 읽을 수 있다. 미국의 원조(援助) 덕분에 굴러가는 나라 경제를 미국 지배로부터 독립시키겠다는 목표 설정도 뚜렷하다. 쿠데타 세력은 한국전쟁으로 무너진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뜻으로 \'재건(再建)\'이라는 표현을 채택했을 것이다.



전쟁이 끝나던 1953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67달러였고, 군사 쿠데타가 발생한 1961년에도 82달러에 머물렀다. 한반도를 지배하던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 본격 참전한 이래 우리 경제는 20년 이상 성장이 멈춘 상태였다.



박근혜 차기 대통령이 물려받는 우리 경제는 박정희 소장이 권총을 차고 나왔던 때와는 다르다. 세계 최고의 휴대폰을 만들어내고 정보통신 분야에서 선진국들과 엇비슷한 높이에서 다투고 있다. 하지만 많은 국민은 지금 10년 이상 저성장의 터널에 갇혀 가슴이 답답하다.



\'기아 선상\'에서 허덕이는 절대 빈곤층은 소수지만 \'절망\' 속에서 헤매는 젊은이는 숱하게 많다. \'민생고\'를 호소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는 800만명이 넘는다. 두 차례 외환 위기를 거치면서 박정희가 내걸었던 \'자주 경제\'의 꿈은 미완성 작품임을 확인해 주었다. 새 대통령은 1997년 나라가 외풍(外風)에 푹석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정치에 입문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이제 그는 아버지가 지키지 못한 공약을 완성할 수 있는 자리에 오른 셈이다.



다행히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보다 훨씬 호사스러운 무대 위에 서있다. 아버지 세대는 경제정책의 산부인과 역할을 했던 한국개발연구원(KDI)을 설립할 때도 원조금을 받아야 했지만 지금은 투자할 곳을 찾아 떠도는 여윳돈이 금융시장에 흘러넘친다. 외국어와 전문성을 갖춘 인재도 풍성해졌다. 신기술을 개발해낼 한국인의 능력은 무한대로 팽창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돈·기술·인재 등 든든한 자산을 밑천 삼아 나라를 경영할 수 있는 행복한 지도자인 셈이다.



아버지는 비록 반(反)민주적인 방식으로 권력을 쟁취했으나 우리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경제 혁명을 이뤘다. 국민은 또 한 번 경제 혁명을 기대하며 비주류 정치인을 대통령에 뽑더니 곧이어 성공한 경영인(CEO) 출신에게 희망을 걸어보았다. 이번엔 1차 경제 혁명을 성사시킨 지도자의 딸에게 꿈을 맡겼다. 바닥까지 추락한 경제지표들이 혁명가 핏줄에 대한 향수(鄕愁)를 불러왔는지도 모른다.



박정희 대통령은 경제 혁명 과정에서 혁명의 도구를 개발하고 키웠다. 가장 효율적인 도구는 관료 집단과 재벌이었다. 관료들에게는 핵심 산업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실행하는 역할을 맡겼다. 민족자본가를 키우겠다는 야심에 따라 재벌도 속성으로 키워냈다.



그러나 아버지 세대가 만들어놓은 혁명의 도구들은 성능이 한계점에 도달했다. \'손톱 밑 가시\'로 표현된 온갖 행정 규제는 관료 집단의 발명품이다. 성장을 이끌던 1등 공신들이 나라에 고통을 안기는 존재로 변했다는 증거다.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며 중산층을 안착시킨 재벌들도 예전 같지가 않다. 대기업이 새 공장을 건설한다는 소식을 보면 입지(立地)가 외국이기 십상이다. \"또 해외에 공장을 짓느냐\"는 말이 듣기 싫다며 해외 공장 건설 계획은 공개하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다.



서울대 김병연 교수의 연구를 보면 저소득 국가 시절에는 제 역할을 하던 공기업들도 중소득(中所得) 국가가 되면 경제성장에 마이너스 효과를 불러온다고 한다. 한국은 고소득 국가로 진입한 지 벌써 15년이 흘렀으니 우리 공기업들도 성장에 마이너스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관(官)과 공(公)이 성장을 이끌 시대가 진작 막을 내렸건만 우리는 아직도 거기서 해답을 찾겠다고 매달린다.



새 정부가 성장 정책으로 일자리를 쑥쑥 만들어내겠다면 경제 혁명의 새로운 도구를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벤처기업 육성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그것으로 끝날 일은 아니다. 경제성장을 끌고 갈 신종 무기가 개발되지 않으면 기존 도구들을 크게 개량해 쓸 수밖에 없다. 정부 개혁, 재벌 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도 이런 시대적 요구 때문이다. 만약 박근혜 정부가 아버지 세대의 혁명 도구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두 번째 도약의 꿈은 잊어버리는 게 속이 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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