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 칼럼/2.8] 박근혜의 사라진 허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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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2,451회 작성일 2013-02-08 09:12본문
주위를 둘러봐도 떨어진 지지율을 끌어올릴 호재는 별로 안 보인다. 지난해 성장률은 2%, 7분기 연속 0%대의 저성장을 이어 왔다. 한국은행은 올해 전망치를 2.7%로 내놨지만 미국·유럽 경제의 불확실성, 원화 초강세와 맞물려 그마저 쉬워 보이지 않는다. 저성장은 실업률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고, 비정규직 문제 등이 더 곪을 수밖에 없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벼랑 끝으로 밀고 가며 대화의 길을 막고 있다. 선거 때 쏟아놓은 각종 복지 공약은 재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부도날 가능성이 크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불안하다.
더구나 취임 초 허니문 효과로 탄력을 받지 못하면 큰 일을 하기 어렵다. 노무현·이명박 정부는 연속으로 초기부터 무너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초 기득권층에 대한 적대감이 가득한 ‘코드 정치’가 역효과를 내면서 “대통령직을 못해먹겠다는 위기감이 든다”고 하소연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명박 대통령도 취임 두 달 만에 쇠고기 촛불시위에 부닥치면서 국정개혁의 동력을 잃어버렸다.
박근혜 정부는 아직 출발도 안 했다. 과거 정부의 취임 전 지지율과 비교해도 비관할 건 아니다. 갤럽조사를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첫해 2분기에 벌써 21%로 지지율이 추락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3분기에 20%대로 곤두박질해 4분기에는 22%로 떨어졌다. 박근혜 당선인의 취임 전 지지율이 나쁘긴 하지만 조각 작업이 과거에 비해 빨라진 것을 감안하면 더 어려운 처지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중요한 건 같은 길을 가지 않는 거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하기 일주일 전에 내각 명단을 발표했다. 총리 청문회는 이틀 뒤, 임명동의안 표결은 취임한 다음 날 이뤄졌다. 장관 청문회는 그 뒤로 미뤄졌다. 이명박 정부의 허니문이 깨진 건 바로 이 인사였다. ‘강부자’ ‘고소영’이란 별명이 붙으면서 신뢰를 잃어버렸다. 촛불시위에 속수무책이었던 것도 그렇게 무너진 탓이다.
박 당선인에게 현재 실망하고 있는 것도 인사다. 사실 그동안 박 당선인이 한 것은 인수위, 헌법재판소장, 총리 인선 세 가지가 전부다. 그런데 하나같이 상식을 뒤집는 선택을 한 것이다. 허니문 효과를 30%라고 치면 인사를 한 번 할 때마다 10%씩 잘라먹은 꼴이다. 다음 인사도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지 뻔하다.
또 한 가지는 소통이다. 이명박 정부는 당정분리를 내세워 국회를 외면했다. 국민에게 일방적인 라디오 연설만 하고, 쌍방향의 소통, 기자회견 등에는 인색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코드’가 다른 사람들 말에는 귀를 막았다.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박 당선인도 똑같이 ‘불통’이란 소리를 듣는다. 심지어 친박계 인사들마저 전화조차 할 수 없다고 투덜댄다. 사정이 그렇다면 도대체 누구와 상의하길래 그런 인선을 했는지 궁금하다.
사실 친박계가 선거 이후 물러서 있는 건 바람직한 현상일 수 있다. 그렇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 또 다른 실세들이 숨어 있거나 나홀로 인선을 하는 것이라면 더 큰 문제다. 과거 정부에서는 소위 ‘측근’이라는 사람들이 호가호위는 했지만 ‘말길’을 터주는 역할도 했다. 대통령을 대신해 뛰어다니며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서는 누구 한 사람 박 당선인을 변호하러 뛰어다니는 사람이 없다. 그렇다면 소통의 역할은 누가 대신할 건지, 돈도 자리도 아니라면 무엇으로 지지 조직의 동력을 삼을 건지 고민해야 한다.
소통의 핵심은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귀를 여는 것이다. 이명박·노무현 정부의 가장 큰 실수 중 하나가 정치를 외면한 것이다. 사실 박 당선인에 대해서도 권위주의 정부 시절 ‘퍼스트레이디’의 경험이 불통의 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도 어제 박 당선인이 국회로 가 문희상 민주당 비대위원장 손을 잡은 것은 다행이다. 잇따른 인사 실패로 허니문 효과는 놓쳤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박근혜 정부에 대해 판단을 미루고 지켜보는 국민이 대부분이다. 중요한 건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열고 바뀌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김진국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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