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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영 칼럼/10.22] 경제 公約, '위원회' 말고 실행팀으로 공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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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527회 작성일 2012-10-2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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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마다 \'대통령 직속\' 약속… 정부 주변 이미 위원회 수백 개

성과 별 것 없고 속도도 느려 재벌과 빈곤층, 성장 산업 등

당면 현안 토론보다 결단 필요… 소규모 행동부대로 팔 걷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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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_img_caption.jpg\" 송희영 논설주간


이번 대선 후보들도 \'위원회 편식증\'에 걸린 듯하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약속을 너무 쉽게 한다. 후보마다 국민행복, 재벌개혁, 일자리 창출, 과학기술, 교육 개혁 같은 현안을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풀겠다고 내걸고 있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최고 권력자가 직접 챙긴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거기서 결정하는 것은 다 실행될 듯한 환상을 유권자들에게 팔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그가 처음 부닥치는 벽은 위원회가 너무 많은 현실이다. 청와대 직속 위원회도 많고, 총리실 산하 위원회는 더 많다. 정부 주변에 둥둥 떠다니는 수백 개의 위원회에 놀란다. 신임 대통령은 기존의 허접한 위원회들을 정리하라는 첫 지시를 내린다. 자기가 공약했던 위원회를 꾸겨 넣을 공간을 확보하는 작업이다.



다음 단계는 위원을 선임하는 일이다. 취임 후 처음 발족하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인지라 인물의 참신성을 따지고 명망(名望)을 재본다. 대통령과 가깝다는 허상(虛像)을 개인 영달을 위해 활용하려고 노리는 인사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위원회에 들어간다. 전경련·벤처협회 같은 관련 단체 회장들은 어느 정권에서나 고정 멤버로 대통령 직속 위원회에 끼어든다. 위원들 숫자는 어느덧 오붓한 가운데 알맹이 있는 토론을 갖기는 도저히 불가능한 선(線)을 넘어 30~40명으로 부풀어 오른다.



첫 위원회가 열린다는 소식에 국민은 새 집권 세력의 첫 작품을 학수고대한다. 하지만 첫 회의의 결과를 보고선 고개를 갸우뚱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1호 정책\'으로 내놓은 것은 산업단지 규제 개선 방안이었다. 산업단지 내 공장 인허가 기간을 24~36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대통령이 인허가를 6개월 이내로 끝내는 방안을 만들라고 관련 부처 공무원들에게 지시해도 될 일이었다.



공무원들이 움직이지 않으니 대통령 직속 기구가 나서서 해결하는 게 빠르다는 논리가 나올 수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직접 개입해 그 후에 공무원들의 행동이 빨라졌을까. 결코 아니다. 그 정책이 발표된 지 4년6개월이 지났건만 공장 인허가 절차가 몰라보게 변했다는 기업인을 만나기 어렵다. 서류 제출부터 마지막 도장을 받기까지 몇 달 만에 끝났다는 사례가 없지는 않지만, 첫 서류를 제출하기 전에 해야 할 준비 작업 단계가 하나 더 생겼다. 사전 정지 작업이 끝나지 않으면 아예 서류 제출을 막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 위원 중에는 자기 개성을 발휘하는 사례가 있다. 누군가가 튀는 발언으로 폭소를 만들어내고 간혹 반대 견해도 내놓는다. 그러나 위원회가 끝나면 모든 것은 미리 준비한 자료대로 발표된다. 위원들은 첫 회의 때부터 그날 처음 본 브리핑 자료에 대해 짧게 논평할 뿐 자기 개인 소신을 반영할 1cm의 틈조차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대통령과 토론하고 오찬·만찬을 즐긴 죄로 그 중 누구도 자신이 들러리에 그쳤다는 말을 털어놓지 못한다. 그러면서 이력서에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 위원을 지냈다고 꼬박꼬박 기록한다.



청와대 직속 위원회가 임기 끝까지 국민의 시선을 모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대통령은 얼마 지나면 다른 일정을 핑계로 빠지기 시작한다. 매달 열리던 것이 두세 달 간격으로 벌어지고 대통령 일정 담당 부서가 \'그 지루한 회의를 또 열어야 하는가\'라고 짜증 내면 모임은 뜸해진다.



헌법 93조는 국민경제자문회의를 둘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들은 경제자문회의와 직속 위원회를 따로 발족시켰다. 직속 위원회를 출범시킨 뒤 자문회의를 구성할 때면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해 쩔쩔매는 풍경이 벌어지곤 한다.



재벌 개혁, 비정규직 문제, 빈곤층 해소, 성장 산업 육성 같은 당면한 경제 현안에는 수많은 해법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국민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는 가야 할 방향이 거의 정해져 있다. 지금은 토론할 때가 아니라 결단하고 실행해야 할 시점이다. 새 대통령은 방향을 정한 뒤 함께 가자고 국민을 설득하며 행동해야지 누구 말이 맞는지 처음부터 다시 얘기해보자고 뒤로 되돌아갈 때가 아니다.



오바마미국 대통령은 부실한 자동차 산업을 살리려고 백악관에 자동차 담당 \'차르(황제)\'를 임명했다. 고이즈미 전 일본 총리는 경제구조 조정을 위해 외부 전문가와 엘리트 관료를 모아 총리실 산하에 소규모 태스크포스를 운영해 성공했다. 위원회 100개를 굴리는 것보다 현안별로 전문가 한 두 명과 우수 관료들로 행동부대를 설치해 기획부터 집행까지 해치우는 게 100배 낫다. 대통령 후보들이 직속 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것은 요란 떨다 끝내겠다는 말과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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