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선 칼럼/3.11] 오늘, 동일본 대지진 2년에
작성일 13-03-1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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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 빠른 세상 망각도 못지않다
그때는 불에 덴 듯 마디마디 아팠는데
우리네 기억은 벌써 희미하다 말한다
돌이켜보면 이름만 동일본, 세계가 흔들렸다
“日열도, 경악…공포…혼돈…비탄…”
글이 못 따라가는 참경은 뉴스를 초월했다
재난은 인간을 발가벗기고 통곡을 강요한다
그들은 벗지도 울지도 않았다
카오스에 질서로 맞선 이들, 일본인이었다
바람결에 실려 오는 그곳 巖手 宮城 福島
아직도 아프고 여전히 힘들단다
허기사 그리 큰 상처 쉽게야 아물리야
주검으로 돌아와 말없이 말하는 1만5881명
주검조차 못 찾아 더 그리운 2676명
꽃보다 아름다운 이를 잃는 건 더 큰 쓰나미다
불행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했던가
火난 原電은 오늘도 겁박한다, 소리 없이
인간의 방패는 겨우, 15만4천의 엑소더스뿐
동쪽의 대지진은 그들에게 무엇이었나
閉塞感 깨고 나와 푸른 공기 갈망할 제
더 큰 빗장 질러버린 청천의 벽력
한때 동일본은 말과 글, 생각의 원점
시간조차 풍화에 무릎 꿇고
그네들도 지금은 잊혀지는 걸 두려워한다
2. 그래도 희망을 말하다
鄕人을 앗겨버린 3縣의 42개 市町村
고립을 헐어내고 물도, 불도 기어서 왔지만
피난살이 31만, 파헤쳐진 心路엔 징검다리뿐
머리에만 남아 있는 12만8927채의 마이 홈
귀퉁이만 살아 남은 26만8991채의 스위트 홈
가설주택 창틈으로도 봄은 오지만 봄이 아니다
고향은, 예고된 수몰에 잃어도 먹먹한데
그래도 말한다, “절망과 희망이 동거중”이라고
옛집 언덕의 풀소리, 다시 들을 날 올 거라고
이와키 市 요리사는 회칼 잡을 때마다 싸하다
“앞바다 생선 대신 홋카이도 걸 씁니다”
세슘에 울컥할 때 많지만, 패배도 베어냈다
7만 海松 줄줄이 쓰러질 때, 홀로 버틴 소나무
‘잇폰마쓰’(一本松) 별명으로 ‘힐링의 상징’ 되다
박제로 만들어 다시 세우니, 나무 아닌 승전비
방사능 올무에 걸린 ‘복섬’(福島)은 박복하고
보이지 않는 놈의 지배는 더 가혹하다
“귀향은 빨라야 20년”, 의심은 소망으로 덮는다
성난 군중, 50년 만에 국회를 포위하다
20만 명 어깨 겯고 “原電 제로(0)!” 외치지만
국회주인 바뀌자 “原電 앞으로!” 풍향도 바뀌었다
모처럼 눈길 끄는 리더의 등장, 그래서 묻기를
이 훈풍은 아트의 영역이라는 리더십 덕분인가
대답은 아직도 먼 곳, 그 어디쯤에 있을 듯
3. 한국과 일본, 봄은 언제쯤
열도로 향했던 “간바레 닛폰” 응원 속엔
원하는 건 없었다, 옛일도 잊었다
그들은 알았을까, 우리가 보낸 게 情이었음을
잡았던 손 다시 풀려 주먹으로 변하고
‘다케시마의 날’에다 할머니들 울린 CD
성냄과 不買로 맞서지만 어딘지 울적하다
고독한 섬과 역사책, 神社와 망가진 언어들…
시시포스의 돌을 밀고 언덕을 오르지만
다시 굴러떨어지는 데자뷔는 허탈하다
“가해자 피해자는 천년 지나도 안 변한다”
우리가 眞正 원하는 건 眞情이라는 뜻
귀로 들으면 소용없는데 가슴은 어디 있나
5월에 대통령과 총리가 만나면, 혹시…
덧칠한 도화지엔 여백이 별로 없나니
기대는 늘 현실보다 빨랐고, 실망은 더 빨랐다
그래도 그들에게 하고픈 말은
생각은 자유지만 표현은 자유가 아니라고
‘일본과 아시아’에서 ‘아시아 속 일본’이 되라고
그 누군가 말했다
“신은 극복할 수 없는 시련은 절대 주지 않는다”
혼자 아닌 둘에게도 그 말은 진실일까
그들도 꿈꾸고, 우리도 그런 것 같은데
다시 한번 손잡고 웃어도 볼 날을
이 봄, 우리는 그런 희망을 가져도 되는가
심규선 논설위원실장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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