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일보 이선정 기자 외 2명의 ‘사면초가에 놓인 전주한정식을 지키자’ (2 전주한정식, 전라관찰사 밥상에서 유래한 우리문화)
페이지 정보
본문
전주한정식, 전라관찰사 밥상에서 유래한 우리문화
- 전라감영 주방 최고의 음식이 중인집과 평민집에 전수되면서 전주한정식의 뿌리이자 원류로 성장
- 전주 한옥마을 학인당 종가집 밥상도 영빈관 역할을 하면서 전주한정식의 한 줄기로 영양 끼쳐
- 현 전주 한정식 부월옥에서 시작. 전주시, 백번집·전라회관·궁·만성한정식 향토전통음식업소로 지정
백번집 내부. /사진=전주한식이야기
한정식에 대해 한국전통문화전당 송영애 박사는 조선통감부 시기에 서울에는 일본요리옥이라는 이름으로 일본식당과 일본식사가 만연했으며, 이곳에서 파는 음식은 일본의 한상차림으로 ‘정식(ていしょく, 定食, 최고의 일본 한상차림으로 혼젠 요리임)’이라고 불렀다.
이 같은 서울의 많은 일본요리옥을 모방해 1903년에 최초의 조선요리옥인 명월관이 설립되었다. 식민지 시기 조선요리옥은 단순한 음식점이 아니라, 정치적이고 문화적인 모임이 열렸던 곳이었다.
이와 같은 조선요리옥의 등장은 '조선음식'이라는 표준화된 이미지를 공적으로 소비하도록 만들기도 했다. 이로부터 사람들은 자신의 집에서 소비하던 음식과 다른 차원의 조선요리옥 음식을 조선음식의 대표로 여기게 되었다.
이것이 식민지 시기 조선요리옥에서 판매했던 조선음식이 지금까지도 ‘한정식’이란 이름으로 그 대표성이 유지되고 있는 이유다.
한정식은 ‘한국식(韓國式)’ 또는‘한식(韓食) 같은 정식’이라는 의미로 보면 된다.
굳이 한자로 쓴다면 ‘한식정식(韓食定食)’이고 줄이면 ‘한정식(韓定食)’이 된다고 설명했다.
△전주 부월옥과 전라회관
또 작고한 장명수 전 전북대학교 총장이 저술한 '전라도 관찰사 밥상'(2020년, 북코리아)에 따르면 1955년 경원동우체국 골목입구에 있던 부월옥을 전주한정식의 원조로 꼽는다.
책에 따르면 부월옥은 교자상에 45~46가지 반찬을 내놓았는데 당시에는 '부월옥 점심 먹어봤느냐'는 인사가 있었을정도로 인기였다고 한다.
부월옥은 1970년까지 영업을 이어갔으며 그후 전라회관으로 넘어갔다. 전라회관은 삼천동에 터를 잡고 3대째이어가고 있다.
'전라회관'은 현재도 민물새우찌개·해물전·들깨탕·갈비찜·삼합·황포묵무침·구절판·홍시죽순냉채·진석화젓·토하젓·맛나지·간장게장·나물 등을 낸다.
따뜻한 찌개와 탕은 간격을 두고 내지만 밥과 국·반찬 등은 함께 한상에 나온다.
골고루 차린 요리를 밥반찬으로 맛보는 기분인 전라회관은 80년 가까이 전주한정식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신선로
△전주 학인당 밥상
전주한정식의 또다른 원류는 학인당 밥상이다.
전주한옥마을에 위치한 학인당은 1905년~1908년에 완성된 수원백씨의 문중 한옥으로 100년이 넘었다. 1976년 전북도 민속문화재 제8호로 지정된 학인당은 전주의 판소리 공연장이자 큰손님이 오면 모시는 영빈관같은 역할을 했다.
또 학인당은 집안대소사는 물론 식객과 손님을 위한 다채로운 상을 차렸다.
학인당의 3대종부 고종환 씨의 전주한정식은 집장, 맛나지, 백김치, 동치미, 누르미, 부각, 한채, 밤저란, 대추조란, 약과를 기본반찬으로 했다.
이어 4대종부 서화순 씨는 지난 2013년 농진청 주최 관광자원화를 위한 시식회에서 식전, 주요리, 후식으로 구성된 상차림을 내놓았다. 서화순 종부는 ▲식전음식으로 식전주와 대하잣죽무침, 흰살생선전을 ▲주요리로 떡갈비 송이버섯구이, 차조밥과 소고기 맑은 무국, 고들빼기김치, 월과채, 더덕구이, 생합작, 한채, 청주를 내놓았고 ▲후식으로 달빛차를 대접했다.
△ 전주 음식문화 계보
전라도 관찰사 밥상에서는 전주음식문화의 계보를 관찰사 밥상에서 찾는다.
5탕12첩의 왕의 수라상은 신하와 백성에게 사여급식(신하와 백성의 노고를 치하)이나 휼전급식(홀아비, 과부, 고아, 독거노인 계층에 쌀과 잡곡을 지원) 또는 봉송(백성과 더불어 먹는 밥상의 도)으로 베출어졌다. 또 양반은 평민에게 꾸러미를 통해 밥상을 물려줬다.
이처럼 양반집 음식이 중인에게 전수되어 한양의 중산층 음식이 형성되었고 오늘날 서울음식의 뿌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전라도 관찰사 밥상은 3탕9첩이었다.
이는 각종 문헌을 참고한 것으로 3탕은 맑은 조치, 생선조치, 양조치를, 9첩은 나물, 생채, 육구이, 생선구이, 전유어, 조림, 회, 좌반, 숙육으로 구분한다.
각종 기록에 따르면 관찰사도 임금처럼 백성을 위해 재난에 백성을 구제하고 경로잔치, 세시잔치를 열었고 각종 국가행사 등에 받은 진짓상을 상물림을 통해 육방관속부터 노비까지 이어지게 했다.
또 각종 행사나 권농일에 음식을 내려줬는데 감영의 주방에서 만든 최고의 음식이 중인집과 평민집에까지 전수되면서 전주한정식의 뿌리이자 원류가 되었다고 '전라도 관찰사 밥상'은 밝히고 있다.
홍어삼합
△전주 한정식 명소
유네스코 음식 창의도시인 전주는 전주음식 명인, 명가, 명소를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또 돌솥밥, 전주비빕밥, 콩나물국밥, 전주백반, 오모가리탕과 전주한정식 등 23개 업소를 향토전통음식업소로 지정했다.
전주한정식 향토전통음식업소로는 ▲백번집(전주시 완산구 전라감영2길15) ▲전라회관(전주시 완산구 안행4길5) ▲궁(전주시 완산구 천잠로 337) ▲만성한정식(전주시 완산구 바우배기1길 31-9, 2층)이 있다.
▲백번집
백번집은 지난 1958년 칠봉옥이라는 백반집에서 시작했다. 이후 백번집으로 상호를 변경했는데 '백제 땅의 주막'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백번집은 시골 고향의 어머니, 할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써 한 상에 올라오는 음식 가짓수만도 40가지가 넘는다.
백번집은 음식 재료 구입에서 상차림까지 신토불이를 고집하며 정성을 다하고 있는데 특히, 젓갈, 된장, 고추장, 간장 등을 직접 담아 천연조미료 및 밑반찬으로 쓰고 있다.
무침
▲전라회관
전라회관은 부월옥으로 시작해 70년 전부터 3대에 걸쳐 영업을 하고 있으며, 신선하고 담백한 30여가지 반찬을 제공한다.
특히 전라회관은 식당 자체가 한옥으로 고즈넉한 정취를 느낄 수 있고 방마다 국, 죽, 송 등의 이름이 붙여져있다.
이곳의 특징은 사장님 내외분이 직접 상을 들고 방으로 들어와서 각종 음식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칼칼하게 끓인 민물 새우찌개, 알탕, 집된장으로 끓인 구수한 된장찌개, 정갈한 구절판, 홍시 소스를 올린 죽순채, 간장 돌게장, 탕평채, 들깨탕, 홍어삼합 등을 내놓는다.
정동규 대표는 "사람 손맛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지는 것이 음식이기에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방법을 잊지 않고 똑같이 재현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궁
궁은 인간문화재 고‘황혜성’씨로부터 전수받은 궁중음식과 전주의 전통음식을 한데 조화롭고 균형있게 담아내는 한정식집이다.
궁은 궁만의 차림 순서에 따라 찬 음식부터 더운 음식까지 재료와 조리법이 서로 겹치지 않도록 음식의 맛과 깊이를 더하는 유기에 소담스레 차려 올린다.
궁은 지난 2014년 한국관광공사로부터 대한민국 10대 궁중음식 체험식당에 선정됐다. 또 2015년 12월에는 유인자 대표가 전주음식 명인으로 선정됐다.
유인자 명인은 각종 인터뷰를 통해 "음식의 맛은 손맛이 아니라, 사실 좋은 재료에서 시작된다고 믿고있다. 재료가 좋으면 어떤 요리를 해도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궁에서도 재료를 고르는 것부터 음식 만들고 손님 앞에 내어지는 것 모두 제 손과 눈을 거쳐야 비로소 안심이 된다"고 했다.
이어 "매일 이른 아침부터 장을 보고, 음식 만들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는 것은 힘들지만, 사실 굉장히 뿌듯하고 자부심 있는 일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신선로와 백합탕
▲만성한정식
만성한정식은 지난 5월 전북천년명가(全北千年名家)에도 선정됐다.
만성한정식은 전통을 지키며 정직한 정성으로 차려낸 한정식으로 2대째 이어지고 있다.
만성한정식은 젊어서부터 요리하는 것을 너무 좋아하던 정갑순 대표가 누가 오더라도 편안하게 맛있게 먹고 갈 수 있는 곳, 집에서 차린 듯한 가정식 백반을 제공하는 식당을 만들기 위해 시작됐다.
전주 다가동 가정집에서 시작된 만성한정식은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친근한 마당이 눈에 들어오고 사랑채, 안채, 안방, 큰방, 작은방 등으로 나뉜 뜨끈한 온돌방이 흡사 시골 할머니집에 놀러 간 것과 같은 정겨움을 안겨주는 곳이었다.
다가동 시절 만성한정식은 임금님 수랏상처럼 한복을 곱게입은 여인들이 한상 가득차린 상을 들고 왔다.
만성한정식은 2011년 서부신시가지로 이전하고 내부를 입식으로 변경하는 등 현대화했다.
하지만, 내부는 최대한 전통을 지켜가고 있으며 전통의 맛도 이어가고 있다.
만성한정식을 즐겨 찾는 이유 중 하나는 이 집의 장맛에 있다. 장독대에 된장·고추장·간장·젓갈 등을 직접 담아 몇 년씩 보관하고 있다.
손맛 좋은 안주인의 솜씨로 빚어 몇년씩 해묵은 장으로 간을 한 찌개와 요리들 은 맛의 깊이가 다를 수밖에 없다.
정갑순 대표는 "원재료 그대로의 색과 질감 그리고 맛을 살리며 전주 특유의 풍속을 닮은 건강한 한상을 차린다. 전통을 지키며 정직하게 담근 장으로 우리 식구가 먹는 것처럼 마음을 다할 때 전주를 찾는 많은 이들에게 행복한 만족감을 안겨줄 것 같아서다"고 말했다.
/이선정·고병권 기자
* 이 기사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주관한 지역신문 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된 기사입니다.
* 이 사업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실시됩니다.
출처 : 전주일보(http://www.jjilbo.co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