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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양권모 경향신문 편집인] ‘공항정치’의 요술 집단 학습기회

작성일 20-11-2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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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고추 말리는 공항’으로 불린 무안국제공항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새로운 국제공항을 세우는 건 애초 무모한 짓이다. 매년 1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내고 있는 무안공항 못잖게 ‘경제성이 없다’고 평가받는 새만금국제공항이다. 정상대로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거치면 탈락할 사업이다. 정부가 지난해 시·도별로 ‘예타 면제’ 특혜 사업을 선정할 당시 전북도가 ‘사업비는 최대, 경제성은 최악’인 새만금공항을 신청한 건 예견된 일이다. 더욱이 새만금공항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양권모 편집인

양권모 편집인

공항사업은 국토교통부가 국비를 들여 짓고 공항공사가 운영한다. 정치인과 지방정부는 공항을 유치만 하면 나중에 책임질 일이 없다. 경제적 타당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선거를 치를 때마다 공항이 생겨난 이유다. 인천공항을 제외하고 ‘1987 체제’ 이래 건설된 공항은 죄다 정치공항이다. 유학성공항(예천공항), 노태우공항(청주공항), 김영삼공항(양양공항), 김중권공항(울진공항), 한화갑공항(무안공항) 등 당대 권력자의 별칭이 붙은 까닭이다. 수요 예측과 타당성 검토 없이 선거용으로 ‘정치가 지은 공항’은 유령공항으로 전락하거나 적자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전국 15개 공항 중에서 10개 공항이 만성적인 적자 상태다.

국무총리실 산하 신공항검증위의 수상한 보고서를 기화로 김해신공항이 백지화되고, 죽은 가덕도가 살아난다면 이야말로 ‘정치공항’의 결정판이다. 가덕도신공항은 무엇보다 경제성이 떨어진다. 두 차례나 입지 심사에서 김해공항은 물론 밀양보다도 낮은 점수를 받은 데는 경제성 이유가 컸다. 건설비로만 10조~20조원이 들어갈 대형 국책 사업이 경제성이 낮다는 것은 치명적 결점이지만, 돈이 많이 든다는 것 때문에 선거용으로는 최적이다. 경제성이 없어 가능성이 희박했던 가덕도신공항을 성사시킨 것만으로도 지역 민심을 흔들 만하다.

실제 가덕도신공항은 정상적인 절차를 밟으면 예타 문턱을 넘기 쉽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이 김해신공항 백지화에 맞춰 아예 ‘가덕신공항 특별법’을 제정해 검증 절차를 건너뛰고 공항 건설을 밀어붙이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해신공항이 부적절하다고 결론이 나오면 수요조사부터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김현미 국토부 장관)는 당위론이 통할 리 없다.

‘가덕도신공항’ 부활은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치러지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떼고 설명하기 힘들다. 가덕도신공항 카드를 펼치는 순간 선거 프레임이 바뀌기 때문이다. 가덕도신공항 ‘희망고문’을 누가 끝낼 수 있는가. 게다가 국민의힘은 가덕도신공항 앞에서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중앙당의 방침과 달리 부산 의원들이 민주당보다 먼저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공동 발의했다. 부산에서 신공항의 정치적 휘발성이 그만큼 강렬하다는 얘기다. 분명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물론 2022년 대선과 전국 동시 지방선거까지도 민주당이 던진 ‘가덕도신공항’ 이슈는 타오를 것이다.

“성인지 감수성 집단 학습기회”라던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이제 ‘공항정치 요술 집단 학습기회’가 될 판이다. 국비 10조원 이상이 들어가는 대형 국책 사업이 손바닥 뒤집듯 뒤집히고,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고 ‘가덕도신공항’이 이륙하는 걸 지켜보게 됐다. 한동안 잠잠하던 ‘공항 포퓰리즘’을 촉발하기 십상이다. 벌써 민주당은 ‘대구신공항 특별법’과 ‘광주공항 이전 특별법’을 꺼내 들었다. 반발하는 대구·경북과 호남을 겨냥한 것이다. 사실 가덕도를 관문공항, 제2 허브공항으로 하려면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폐지·축소하는 게 맞는데도 거꾸로다.

민주당이 개봉한 ‘공항정치’는 앞으로 선거 때면 ‘공항’이 분출하게 만들 터이다. 경기지역에서는 제2 허브공항으로 가덕도신공항 대신 경기 남부신공항을 제안하고 있다. 지방에서 유일하게 공항이 없는 충남은 서산국제공항을 거론한다. 제주2공항을 비롯해 울릉도·백령도·흑산도 등 섬 공항도 줄줄이다. 이런 식이면 어딘들, 무슨 공항을 짓지 못하겠는가. 민주당이 닦는 가덕도신공항의 활주로를 타고 여기저기 ‘정치공항’이 등장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다시 ‘고추 말리는 공항’,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유령공항’, 만성적 적자 공항의 씨가 뿌려지는 셈이다. 과거 ‘○○○공항’의 정치인 중 나중에 만성 적자와 부실에 대해 책임진 이는 하나도 없다. 아마 가덕도신공항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11250300025&code=990100#csidx7f688e4d20d31f2b4f8784fc985e891 onebyone.gif?action_id=7f688e4d20d31f2b4f8784fc985e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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